▲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축복의 기도를 해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교황 방한의 벅찬 감동을 우리 교회가 먼저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6일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14일부터 4박 5일 동안 이 땅에 머문 교황님은 많은 이에게 위로와 기쁨의 메시지를 주셨다”며 교황께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또 방한 기간 교황을 한마음으로 기쁘게 맞이해 주고, 대규모 행사로 인한 교통 통제 등 많은 불편에도 기꺼이 양해를 해준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18일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 미사에 함께해 주시고 교황 방한 행사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타 종교 지도자들에게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경호와 안전, 방송 등과 관련한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행사가 잘 치러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 여러분의 고마움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염 추기경은 “교황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교황님은 정말 살아 있는 믿음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교황님은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나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사람들을 대하셨습니다. 교황님이 꽃동네에서 중증 장애인들을 한 명 한 명 안아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을 진심으로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나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염 추기경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한 가족과 한 민족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황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면서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 같은 공동체가 더욱 확산하길 기대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특별한 관심을 표명한 것과 관련,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황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2일 광화문광장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 염 추기경은 세월호 문제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 쟁점화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데 머리를 맞대는 일입니다. 쓸데없는 힘의 낭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세월호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기경이기 이전에 한 명의 국민으로서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염 추기경은 “정의를 세우는 분은 오직 하느님뿐인데도 자기 자신이 정의를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에 의해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이 이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전해주신 ‘사랑과 희망과 나눔’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가 잘 받아들여 서로가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타 종교와도 친교를 나누고 협력하며 그늘진 곳에서 아파하는 이들을 곁에서 돕겠다”고 약속했다. 또 “교황님 방한 기간 어느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며 “교황님 가르침대로 복음의 기쁨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각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회가 먼저 솔선수범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한편 기자 간담회에 배석한 허영엽(서울대교구 홍보국장) 신부는 “염 추기경님께서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교황 방한 기간 정부 측 협조에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고, 25일에는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셨다”며 “대통령께서 교황 방한 행사를 잘 치러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사진=이힘 기자 lens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