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결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교황 서신 전달한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와 김건태 신부

[교황 방한 결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교황 서신 전달한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와 김건태 신부
 
교황의 따뜻한 위로의 손길 전해
 
▲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신을 전달받은 김건태 신부가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교황과 함께하고 있다.



“…주님, 실종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황지현, 허다윤, 단원고등학교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승객 권재근, 이영숙, 그리고 일곱 살배기 권혁규 어린이가 하루 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실종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2014년 8월 17일 Servus Servorum(종들의 종) 프란치스코”



19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천막 성당.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20여 명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읽어줬다. 낭독을 마친 이 주교는 가족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위해 기도하며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했다. 가족들은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보였다.



실종자 이름 모두 적어

이날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된 편지는 17일 아침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열린 이호진(프란치스코, 세월호 희생자 이승현군 아버지)씨 세례식을 마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건태(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신부에게 전달한 것이다. 김 신부는 편지 작성에 앞서 교황에게 편지에 실종자 이름을 적어넣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교황은 세례식에 함께한 김 신부에게 편지 전달을 부탁하며 그 자리에서 서명했다. ‘종들의 종’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한없이 낮추기도 했다. 김 신부가 건의한 실종자 이름도 넣었다.

김 신부는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실종자 이름을 열거해 놓은 편지를 읽어드릴 때 눈을 감고 기도를 하시던 교황님은 일곱 살배기 어린이 이야기를 하자 얼굴이 더 어두워지셨다”며 “교황님은 제 손을 꼭 잡고 ‘내가 손을 잡은 것처럼 실종자 가족들 손을 잡고 내 마음을 전해 달라’고 두 번이나 당부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전 교황이 유가족들을 만날 때도 옆을 지킨 김 신부는 “무엇보다 유가족들 마음이 교황님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주교님께서 실종자 가족들이 교황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밝혔다.

교황은 편지에서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며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유가족들 감격

이날 교황 묵주와 편지를 전달받은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과 호소에 답해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린다”면서 “교황님 편지가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각별히 챙긴 바 있다. 14일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한 교황은 시복식 전 오픈카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의 이야기를 들었고, 세례를 베풀어달라는 이호진씨 요청을 들어줬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