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이 남기고 간 선물-청년들에게 전한 메시지, 아시아 주교단과의 만남

“청년들이여 깨어나라, 주교들이여 복음을 증언하라”

 

▲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해미읍성에서 AYD·KYD 폐막미사를 마치고 청년들에게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전한 메시지


“Wake Up!”(깨어나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서 교황이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깨어나라!”였다. 교황은 17일 해미읍성에서 봉헌된 폐막 미사에서 강론을 마치며 “Wake Up!”을 큰 소리로 외쳤다.

교황은 “늘 깨어있으라”고 당부하면서 “우리를 무디게 만드는 죄와 유혹, 또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독려했다.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은 폐막미사 강론,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 연설, 청년들의 질문에 대한 답 등 청년들을 향한 메시지를 세 차례 발표했다. 청년들과 만남 중 연설에서는 ‘진실하고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하는 방법’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리스도가 자신에게 주는 힘을 믿고 그분 말씀의 진리와 은총의 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날마다 기도 안에서 주님과 가까이 지내며 사랑 실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그리스도 말씀의 지혜와 진리의 힘으로 인도되게 하라는 것이었다.

세 번째 제안은 폐막미사 강론의 “깨어있으라”는 당부와 맥락을 같이 한다. 복음에 반하는 수많은 유혹에 에워싸여 있는 청년들이 항상 깨어 진리의 길을 걸으라는 메시지이다.

교황은 청년들은 무엇이 가톨릭 신앙에 반대되는지, 무엇이 세례 때 받은 은총의 삶에 어긋나는지,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하여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 알아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청년들이 깨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성소에 대한 메시지도 있었다. ‘아시아 청년과의 만남’에서 스 마이(캄보디아) 씨가 성소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자 교황은 “주님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주님, 당신이 제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세 번 외치자고 제안했다.

폐막미사 강론에서는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신다”며 “그리스도께서 사제직이나 수도생활로 당신을 섬기도록 부르신다면 두려움 없이 ‘예’하고 대답할 수 있는 은총도 함께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주교, 신부들과 함께 더 거룩하고 더 선교적이고 더 겸손한 교회, 또한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면서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 해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말고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아시아 주교단과의 만남

아시아처럼 인구도 많고 문화와 종교가 다양한 대륙도 없다. 가톨릭의 복음화율은 3%에 불과하다. 가톨릭이 국교나 마찬가지인 필리핀을 제외하면 1% 남짓이다. 선교가 가장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선교의 불모지 아시아에서 사목하는 주교들을 대상으로 한 교황 연설의 주제는 많은 이가 예상했던 것처럼 복음을 증언하는 것, 다른 표현으로 ‘대화’였다.

그러나 교황이 연설에서 말한 복음 증언은 흔히 생각하는 선교와는 의미가 크게 달랐다. 통상적으로 복음화는 그리스도교 입교자를 늘림으로써 복음화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대화의 목적이 상대방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세례를 청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함께 걸어가는 것이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개종 권유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으로 성장한다”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을 인용했다. 다시 말해 복음 증언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입교는 복음 증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의 하나일 뿐이라는 뜻이다.

교황이 대화의 출발점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확립과 다른 이와의 공감을 들었다. 대화의 조건으로 가장 먼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도인이 아시아의 수많은 문화와 종교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자칫 빠지기 쉬운 것이 혼합주의와 상대주의라는 함정이다. 교황은 대화의 출발점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함으로써 섣부른 대화가 초래할 수 있는 혼합주의와 상대주의를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교황이 정체성과 함께 요청한 것이 상대방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교황이 말하는 공감 능력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말로는 전달되지 않는 경험과 희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영적 통찰력과 개인적 경험이 토대가 돼야 한다. 교황이 요구하는 아시아에서의 대화는 이처럼 복합적 함의를 지니고 있으며, 고차원적이다. 이는 그만큼 진정한 대화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는 그리스도교 입교가 아닌 함께 걸어감으로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 교황의 가르침이다.

교황의 연설은 아시아 선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은 물론 한국교회에 선교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 많은 비중을 둬왔고, 큰 결실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황이 말하는 복음 증언, 즉 대화는 복음화율을 높이는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굳건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진정한 공감 능력을 키워 비그리스도인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목표다. 가시적 지표는 결과의 일부일 따름이다. 교황은 이처럼 복음화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했다. 교황이 아시아 주교단에게 일깨운 대화의 중요성은 한국 교회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