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정영철 ˝교황 방한,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큰 힘 될 듯˝

* 정영철 서강대 교수,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교황 방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듯"

"북한 가톨릭 인구 3천명 정도로 추산"

"교황 메시지가 통일에 무관심한 젊은층의 관심을 환기시킬 것으로 기대"

"북한 선교,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가 고려돼야"

"교황 방한이 북한에게 교황청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자극이 되길"



[발언전문]


- 교황님께서 올해 8월에 방한을 결정했습니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을 겸해서 오시는 것인데요. 이때 한반도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교황님의 한반도 평화 메시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우선, 교황님이 방한을 하시는 것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교황님의 방한 자체가 우리 사회에 화합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도 분단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받아왔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분단 등으로 인해 갈등이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이런 때에 교황님의 방문과 화합의 메시지는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큰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이러한 화합의 메시지에 한반도 평화와 화해 등이 담길 것이고, 이것은 한반도가 갖고 있는 현재의 긴장을 크게 완화하거나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금 일깨워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한반도의 긴장에 대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2013년도의 부활절이나 올해 부활절에도 꼭 언급을 하실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한반도 긴장이 세계적으로도 큰 우려 사항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님께서 한반도의 평화, 화해의 메시지를 주신다면 그것 자체가 커다란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교황님께서 우리 나라를 몇 차례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큰 반향이 있었는데요, 이번의 교황님의 방문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제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는 1984년인가요 그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우리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땅에 입맞춤을 했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또 광주도 방문을 했는데요, 광주하면 1980년대 수난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고, 또 우리 사회의 민주화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1984년이면 전두환 독재정권이 서슬퍼렇던 시기였는데, 광주를 방문함으로써 당시 아파하던 많은 사람들을 어루만졌죠. 아마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교황님의 광주 방문으로 힘을 얻으셨을 것이고! , 광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것들은 어떠한 사상이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고, 또 종교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89년 10월에도 방한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44차 세계 성체대회에 참석을 위한 자리였는데, 당시 여의도 광장에 약 65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교황님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이를 위한 인내 등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을 하게 되시면 3번째로 한국을 찾은 교황님이 되시는 것이고, 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을 보면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사랑과 애정, 관심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와 화합에 큰 힘을 불어넣어 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 교황님께서 방문하시게 되면,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강조하실 텐데, 정작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고, 가톨릭 인구를 포함해서 전체적인 종교 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떨까요?

▶ 현재 북한에는 크게 보면 4개의 종교가 존재하고 있고, 관련 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종교세력이라고 하면 민족종교라고 하는 천도교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이 있습니다. 이 중 가톨릭 인구는 약 3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에 종교인구가 많지 않고, 더구나 가톨릭은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그 곳에도 가톨릭 인구가 있고, 종교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교황님의 메시지는 단순히 가톨릭이나 종교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교황님의 메시지는 일개 종교의 수장으로서라기 보다는 인류의 사랑에 대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교황님의 말씀이 북한에 직접 전달되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하는 우리의 국민들, 그리고 한반도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게 하는 동기를 강하게 부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교황의 방문은 방문하는 국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 이러한 것들이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고 보아야 하겠죠?

▶ 교황의 말씀과 행동은 가톨릭 신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사이죠. 실제 과거 베네딕토 교황께서는 이슬람 국가를 직접 방문해서 종교적 관용을 설파한 적도 있고,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요청하면서 이스라엘로서는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교황이 단지 가톨릭의 사제로서가 아니라 세계 모든 종교를 건너뛰어 관용과 사랑을 전하는 분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그럼으로써 이슬람과도 화해를 했! 역사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도 가톨릭신자이든 그렇지 않든, 그리고 한반도를 넘어서서 전 세계인에게 한반도의 현 긴장상태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되고, 화해와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는데서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실제 현실의 복잡한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반도에 전 세계인의 관심을 높이게 되면 그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교황님께서 방한을 하시고, 평화의 메시지를 주시게 되면 우리의 자세도 조금은 되돌아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선교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대해 어떻게 보면 아주 전투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볼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 일단 현재 교황님께서는 종교에 상관없이 그리고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분이든 아니든간에 꼭 지옥에 가지는 않는다고 하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교황님께서는 꼭 종교에 대한 귀의나 특정 종교의 믿음을 강요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안에서 그것을 실천하면서 살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전개되고 있는 ‘북한 선교’라는 것에 대해서도 성찰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북한 선교’라는 것에 대!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니고, 또 그것이 필요한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하나는 모든 믿음이 다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문화와 역사 등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자신들의 믿음이 표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의 종교 역시 지금은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나름의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믿음을 지속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종교적 사랑과 믿음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 현재 북한과 교황청에는 관계가 단절되어 있죠? 그런 점에서도 교황의 방문이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 현재 북한과 교황청간에는 관계가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신부(사제)가 파견되어 있지 못합니다.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장이 겸임을 하고 있고요.

북한도 교황청과의 관계를 바라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 여건상 아직까지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교회에서는 미사라고 하지 못하고, 공소예절이라 부르고 있고, 성체의식 등이 행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남북관계가 활발했을 때는 우리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이 방문을 해서 같이 미사도 드리고, 성체의식도 거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후에는 그런 것들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교회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가톨릭 신자 수가 약 3,000여명에 불과하더라도 그곳에도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교황의 방문이 북한에게도 교황청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데서 뭔가 자극이 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PBC 김항섭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5-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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