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 달고 미사 집전

대전월드컵경기장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KTX 타고 이동

 

 

 


 

 


 

 


 

 


 

 


 

 


 

 

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는 방한 이후 대중과 함께 처음으로 드리는 미사다.
새벽 4시부터 입장이 시작된 신자들은 경기장 부근 교통 통제로 단체 버스와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다. 특히 지하철은 대전도시철도의 협조로 기존 운행 시작 시각을 한 시간 반 당긴 새벽 4시에 첫차가 출발했고, 평일 218회이던 열차 운행 횟수도 302회로 늘려 운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헬기 대신 KTX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 오전 9시30분 대전역에 도착, 포프모빌 쏘울을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10시 20분경 도착하자 꽃다발 증정과 함께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권선택 대전시장 등이 교황을 영접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전광판을 통해 이 장면이 실시간 중계됐다.

 

이어 싼타페 무개차에 탑승해 경기장으로 들어온 교황은 성모초등학교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에 잠시 무개차를 내려 한 어린이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줬다. 그리고 신자들과 악수를 하고 축복을 하느라 경기장 입구로 들어서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10시19분 “비바 파파”를 연호하는 5만여명에 이르는 신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경기장에 입장. 29분까지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돌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 중 김준현(토마스모어, 81년생, 대전 탄방동본당 신자), 이상은(아가타, 82년생)씨 부부 아들 김경환(2012년생)군 머리에 손을 얹고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기도 했다. 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함께 무개차에서 내려 환호하는 신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3-4분가량 신자들과 대면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어 제의실로 들어간 교황은 이번에 세월호 사태로 사랑하는 딸 김빛나라(안산고 2학년3반)양을 잃은 아버지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유족들, 생존 학생 2명 등 총 10명을 만나 9시30분부터 10여분간 비공개 만남을 갖기도 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미사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엔 교황님을 만난다는 사실에 너무 떨려 많은 말씀을 못드렸는데 지금이라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올리고 싶다”며 “꼭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돼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제대로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교황님께 간곡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10시 48분 입당성가 ‘서로 사랑하십시오’(김현주 시몬 곡)를 시작으로 성모승천대축일 장엄미사가 막을 올렸다. 교황이나 주교가 사목방문을 할때는 현지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여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ayd)가 열리는 대전교구를 방문하면서 대전교구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게 된 것.

 

미사가 시작되자 교구 사제단과 한국, 아시아 주교단, 교황이 중앙 통로를 통해 행렬하며 입당했다. 제대에 다다른 교황은 제대 주위에 분향하며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과 기도가 향이 타오르듯 하늘에 올라가기를 기원했다.

 

제대는 성모승천 미사와 남북 화합을 바라는 의미에서 색동 이미지를 담았고, 순교자의 정신과 교황님의 소박함, 화려하지 않는 단아함을 담았다.

 

미사 제대의 흰색은 일어나 비추어라를 상징하는 빛의 의미이며,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색을 선택했다. 지붕 아래 선은 날아갈 듯 멈춘 선으로 표현했고, 푸른색은 성모님을, 색동은 분단된 남북의 화합을, 옹기와 거적 덮개는 순교자의 정신을, 환영 플래카드는 빨강과 파랑, 노랑, 초록을 사용했다. 미사 제단 디자인은 색동화가 이규환씨가 디자인했다.

 

이어 교황과 공동집전자들은 제대 앞에 서서 성호경을 긋고 죄를 반성하는 고백기도와 자비송, 대영광송을 바친 뒤 교황이 미사 주제를 드러내는 본기도를 바쳤다
성경을 읽고 풀이하며 신앙을 고백하는 ‘말씀 전례’에선 신약의 두 부분과 복음서를 읽었다. 신약성경은 제1독서로 신석범(라우렌시오, 58년생, 대사동본당)씨가 요한묵시록(묵시 12,1)을, 제2독서로 한양희(바울라, 57년생, 금산본당)씨가 사도 바오로 서간(1코린 15,24-25)을 읽었고, 이른바 ‘성모의 노래(마니피캇)’이라고 알려진 복음서는 루카복음 1장39절에서 56절까지 읽고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베푸신 은혜에 찬양하며 감사를 드렸다.

 

복음 낭독 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한 강론을 통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론 뒤 신자들은 사도신경을 바치며 신앙고백을 하고 보편지향기도를 바쳤다. 기도 지향는 가톨릭교회와 세계평화, 정치인들,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민족화해와 일치 등 다섯 가지였으며, 시각장애인과 필리핀 이주노동자 출신으로 다문화가정 가장, 어린이, 남녀 신자 각 1명씩 5명이 바쳤다.

 

첫 번째 보편지향기도를 바친 신자대표 박원규(토마스 아퀴나스, 58년생)씨, 세계평화는 성모초등학교 학생 노하성(글로리아, 2003년생)양,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시각장애인은 문성준(프란치스코, 68년생)씨,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출신으로 한국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이룬 라자르도 에밀리아노 JR 라노스(41세)씨, 우리나라의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는 여성대표 김정중(에디타, 1955년생)씨가 각각 기도를 바쳤다.

 

노하성 어린이는 “처음 교황님을 뵙게 되는데 보편지향기도를 바치게 돼 영광이고, 학교에서 하던 것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성가대는 대전교구 합창단 도나데이와 천안지구 합창단 아숨, 서산지구 합창단 유빌라떼 등이 연합성가대를 이뤄 250여 명이 지난 7월부터 준비해왔으며, 지휘는 강대원 신부가 맡았다.

 

‘성찬 전례’는 성체성사에 사용할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예물봉헌으로 시작됐는데, 대전교구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 ME) 부부인 김재홍(미카엘, 60세), 이경애(미카엘라, 57세)씨 부부와 만삭의 딸 김진아(가브리엘라, 31),최석원(가브리엘, 32)씨 부부가 예물봉헌자로 선정돼 빵과 포도주를 각각 봉헌했다.

 

대전교구 측은 이와 관련 “가정과 생명 사랑에서 모범이 되는 가족을 봉헌자로 선정했다”며 “이들 부부는 오래전부터 부부일치운동과 선택 프로그램을 통해 성화에 힘써왔고, 장기기증도 했다”고 밝혔다.

 

봉헌예식 직후에는 감사기도를 바치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나눈 최후의 만찬을 기념했다.

 

이어 교황은 성체성사를 통해 한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고, 신자들이 하느님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의 전구를 청했다.
또 주님의 기도와 평화 인사, 영성체를 마치고 교황은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 하늘나라의 영광을 누리기를 기도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오늘 우리가 드리는 이 미사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기쁨이 끊임없이 새로 생겨’(복음의 기쁨 1항)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빛과 썩지 않을 소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며 “오늘 교황님을 위해 영적 선물을 준비했는데, 전 교구 공동체가 묵주 기도를 150만 단 이상, 미사를 200만 번 이상, 교황님을 위한 기도를 330만 회 이상 바쳤고 앞으로도 교황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교구는 햇빛 가리개 모자와 물, 구급차, 의료장비와 인력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꼼꼼히 준비했다. 경기장 외부에서 미사 봉헌하는 이들에게도 모든 미사 과정에 불편함이 없도록 의자와 대형 스크린 설치를 준비했다. 특히 평신도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 일반 봉사자 450명, 운전기사사도회 115명, 성체분배에도 155명이 참여해 손님을 맞았다.

 

이날 미사 참석자들은 새벽 4시부터 입장을 시작했으며 6시부터 경기장 내 LED 전광판에는 평화방송이 제작한 교황방한 특집 다큐멘터리 ‘일어나 비추어라’가 상영됐다. ‘일어나 비추어라’는 2부작으로 1부 ‘그들이 꿈꾼 세상’(50’), 2부 ‘새로운 도전’(50‘)으로 구성됐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교회의 역사(유일하게 자생적으로 가톨릭을 받아들임)를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영광의 신비 묵주기도 5단을 바쳤다. 기도 지향은 1단 교회를 위하여, 2단 세계 평화를 위하여, 3단 청년들을 위하여, 4단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5단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봉헌됐다.

 

# 입장 전 공연 : 8시40분부터 시작된 공연에서 대전 가톨릭 소년소녀 합창단은 ‘가우데아무스(Gaudeamus)’, ‘다함께 감사해’, ‘아리랑’을, 대전교구 도나데이 합창단은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 Lambillotte)’와 Doug Holck의 글로리아, A.Vivaldi의 글로리아를 합창했다.

 

이어서 인순이(체칠리아)가 ‘친구여’, ‘우산’, ‘거위의 꿈’을 열창했다. 인순이는 “교황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노래하겠다”고 말했고, “이 자리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오신 걸로 알고 있으며 그분들을 위해 서로 힘이 되어주자”고 말했다.

 

다음으로 소프라노 조수미(소화 테레사)의 ‘La Fantasia’, ‘Nella Fantasia’, ‘Ave Maria(Gounod)’가 불려졌다. 노래에 앞선 짧은 인터뷰에서 조수미는 “이 자리에 함께 하기 위해 이틀 전에 한국에 돌아왔다”며 “많은 무대를 서봤지만 교황님 앞에서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3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떨리는 마음을 고백했다. 또 “여러분도 함깨 해 달라”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 앞에서 노래하는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입장 전 공연의 마지막은 대전 가톨릭 소년소녀 합창단과 대전교구 도나데이 합창단의 브릿지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 교황에 영적선물 전달 : 환영사에 이어 유흥식 주교가 영적 선물을 전달했다. 영적 선물은 30만 대전교구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바친 묵주기도 1500만단, 교황의 지향을 위한 미사 200만 번, 교황을 위한 기도 328만9179회다. 영적 선물은 상자 모양의 백자 안에 청자로 된 기록물이 담겨 있는 형태로 경기도 이천 광주요에서 제작했다. 함께 전달된 채화칠기함은 자개가 가미돼 있으며 한글로 새겨진 기도문과 아르헨티나의 성모님, 성 김대건 신부 등이 새겨져 있다. 두 선물 모두 한국의 전통미가 살아있는 선물들로 교황은 선물을 받고 유흥식 주교와 포옹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