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호외] 5만여 신자, 설렘 속 교황 미사 기다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새벽 4시부터 입장해 특집 다큐 관람하며 미사 준비 


미사 시작 전 교황이 오픈카를 타고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자 신자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손수건을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함께 드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이른 새벽부터 기쁨과 설렘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4시 경기장 입장과 함께 신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6시가 넘어서면서는 전국에서 온 신자들이 경기장 입구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었다.  

새벽 6시가 되자 경기장 내 LED 전광판에는 평화방송이 제작한 교황 방한 특집 다큐멘터리 ‘일어나 비추어라’가 상영됐다. ‘일어나 비추어라’는 세계 가톨릭교회 역사에 특이하게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를 1부 ‘그들이 꿈꾼 세상’ 2부 ‘새로운 도전’ 등 50분짜리 두 편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신앙의 힘으로 일어나 비추려고 했던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조명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나자 신자들은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 5단을 바치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준비했다. 신자들은 각 단을 △교회 △세계평화 △청년 △고통받는 이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으로 기도를 바쳤다.


가수 인순이씨가 미사 전 문화행사에서 열창하고 있다. 



◎…8시쯤 되자 대전월드컵경기장 안은 지정된 자리마다 신자들로 가득 찼다. 대전광역시 측은 신자들 편의를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각각 86회와 60대 증편 배차해, 시내 본당 신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고, 그밖의 지역에서는 대형버스를 이용했다. 참석한 신자들은 대전교구민뿐 아니라 전주ㆍ청주ㆍ의정부ㆍ수원ㆍ군종 교구 등 13개 교구에서 5만 여명에 이르렀다.

대전 태평동본당의 신두용(베드로, 53)씨는 “본당 신자 300명이 함께 왔다”며 “교황님과 함께하는 은총을 얻게 돼 매우 기쁘다”고 흥분된 마음을 전했다.

중증장애시설 성모의 마을에서 온 뇌병변장애1급 박서용(안젤로, 41)씨는 “항상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별히 애정을 쏟으시는 교황님이기에 더욱 뵙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서 “오늘이 성모 승천 대축일이니만큼 성모님께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 그리고 또 나 자신을 위해 기도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빈지 피올로(Venjie Piolo, 전주교구 김제본당, 36)씨는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국민으로서 이렇게 교황님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면서 “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분인 만큼 오늘 교황님이 어떤 말과 기도를 하실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피올로씨는 이날 새벽 1시 30분 김제를 출발해 대전에 3시 30분에 도착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8명이 함께 왔다.

경기장 안에는 본당별로 조끼나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이나 주전부리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길게 줄을 서야 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짜증이나 불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 시간 후면 교황을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세계적 프리마돈나 조수미씨가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고 있다. 

 

 

◎…아침 8시 40분부터 문화 공연이 펼쳐졌다. 김창욱(가브리엘) 대전 MBC 사장과 문지애(체칠리아) 아나운서의 사회로 막을 올린 공연에서는 대전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과 대전교구 도나데이 합창단이 차례로  출연, ‘다함께 감사해’ ‘아리랑’ ‘살베 레지나’ 등으로 멋진 화음을 연출했고, 인기가수 인순이(체칠리아)씨가 출연해 ‘거위의 꿈’ 등 3곡을 불러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 인순이씨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교황님 앞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오늘 무대에 선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계적 프리마돈나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씨도 ‘넬라 판타지아’ 구노의 ‘아베 마리아’  등을 열창했다. 조수미씨는 “이 자리에 함께하기 위해 이틀 전에 한국에 돌아왔다”면서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교황님 앞에서 노래한다니 3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떨리는 마음을 고백했다. 또 “가장 존경하는 분 앞에서 노래하는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화행사는 대전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과 도나데이 합창단 공연으로 끝났고, 대전월드컵경기장은 교황을 기다리는 흥분과 열기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