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김건태 신부 ˝교황,세월호 실종자 가족편지,기도문 형태로 작성˝

 
*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팽목항의 노란 리본들 빛이 바래, 우리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침 저녁 하루에 2번 실종자 수색 이어지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에게 교황님 편지 복사본 전해드렸다"

"이성효 주교님이 가족들에게 일일이 안수도 해드려"

"실종자 가족,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줬다"

"교황 세월호 실종자 편지 기도문 형태로 작성"

"교황, 이호진씨 세례식 후 편지 초안 읽어보고 바로 서명"

"교황 편지 건넬 당시 실종자 한 분 한 분 위해 기도"

"연대하기 위해서는 정의에 대한 인식 중요"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 위해 특별법 꼭 통과됐으면"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까지 세월호에 대한 위로와 공감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해 가장 애를 많이 태우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편지와 묵주를 전달하고 한국 땅을 떠났는데요. 교황을 대리해 어제 팽목항에 가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교황의 편지와 묵주를 전달하고 오신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님을 만나보겠습니다.

-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수원교구 이성효 리노 주교님과 함께 팽목항에 다녀오셨죠? 실종자 가족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시나요?

▶ 지쳐있는 상태시죠. 몸도 마음도. 무엇보다도 실종자들 수습하지 못할까봐 그에 대한 두려움과 초조함이 극도에 달한 상태고요. 팽목항 하면 샛노란 리본, 우리 가슴 속에 다 새겨져 있죠. 많은 분들의 소망을 담았던 그것이 다 빛이 바래서 씻겨 나가고 얼마 남지 않은 상태가 저를 포함한 우리의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유가족들, 또 많은 봉사자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웠고요.


- 수색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죠?

▶ 네. 그동안 여러 가지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기후도 그랬고요. 어제 같은 경우는 하루에 두 번 아침에 한 시간 반 정도, 저녁에 한 시간 반 정도 열심히 해경 잠수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조건은 참 안 좋은 것 같습니다.


- 실종자 수색 작업 이외에 그 분들이 또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무엇이 있겠습니까. 실종자 가족들 수습해서 품에 안는 것이죠.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바에 의하면 해경 해체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께서. 지금 해경, 잠수부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해경 해체 재검토를 원하고 계시더라고요. 온몸을 희생해서 뛰고 계신데..


- 실종자 가족들에게 교황님의 편지와 묵주는 잘 전달하셨나요?

▶ 잘 전달했습니다. 어제 주교님 모시고 내려갈 때 유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계신 변호사님이 신부님께 전화를 하셨어요. 방송사, 신문사들이 많이 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격식과 식순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 하셔서 같이 내려가서 시작기도 하고 편지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편지 대독, 이어서 묵주전달 등등 해서 식순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간단히 설명드리고 편지 대독은 주교님께서 하셨고요. 저에게 원본을 전달하셨고, 실종자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복사본과 묵주를 전달해드렸고요. 실종자 가족 대표가 감사의 말씀을 하셨고, 연대차원에서 가수 김장훈씨가 내려가 계시더라고요. 연대 말씀 있으셨고, 마침기도와 마지막으로 주교님께서 안수를 해주셨어요. 교황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 신부님께서 저희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황님의 서신을 전달하면서 교황님의 위로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 그분들이 고마워하고 만족하셔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교황님의 선물을 받고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 단원고의 조은화 학생 실종자 어머님이 준비를 하셨어요. 매스컴에도 나와 있는데,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교황님께서 서신을 통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그것이 그대로 눈물로 표현됐습니다. 제가 볼 때 그 모습은 교황님의 위로의 마음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게, 거기에 가톨릭 신자분들은 거의 계시지 않거든요. 정말 고맙게 받는 모습이 고맙고 아름다웠습니다.


- 어제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한 편지는 방한 나흘째인 17일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 세례식후에 교황께서 서명하시고 신부님이 전달을 받으신 건데요. 당시 교황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 이 부분은 교황님께서도 말씀하셨고 여러 루트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먼저 실종자 가족들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10명의 실종자지만 가족은 9명이거든요. 7살배기가 같은 가족이어서. 그래서 그분들의 편지에 대한 회신 차원의 응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교황님께 말씀드렸고 수락해주셨어요. 그래서 글 작성 지시를 저에게 하셨고요. 작성하면서 일일이 호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을 때 교황님께서 기도문 형태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세례식 때 글만 전달하고 오려고 했어요. 읽어보시고, 다음 날 떠나시잖아요. 그런데 읽어보신 다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서명을.. 교황님의 인격이랄까요, 교황님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요. 기도문에 실종자 이름이 하나하나 열거되어 있거든요. 저희들이 한 분 한 분 읽어 나갈 때 눈을 감고 기도를 하시고, 7 살배기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이 더 어두워지시더라고요. 간절한 기도의 마음으로, 끝으로 제 손을 잡으시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따뜻한 자기의 마음을 전해달라고 두 번 반복해서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셨어요.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습니다.


- 방한 기간 내내 교황님의 세월호 위로와 기도 행보에 신부님께서 함께 하셨는데요. 당시 교황님의 마음은 좀 어떠셨고, 신부님께 특별히 당부한 사항이 있으신가요?

▶ 사실 계속 함께하진 못했고요. 15일 성모승천축일 때 별도로 10명 유가족 대표를 만났을 때 제가 함께 했고, 세례식 때는 대사관에서 거의 한 시간 정도 이뤄졌어요. 교황님 서명을 받기 위해 나왔는데 저는 사실 교황님의 실종자 또는 유가족들에 대한 모습을 마음으로, 다른 부분보다도 손을 꼭 잡으시고 위로의 마음을 전해달라던 교황님의 뜻이 있었고, 특별히 다른 무엇보다도 유가족들의 마음이 교황님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보필하는 데 함께 하는 데 만족했습니다. 이번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뜻은 정제천 신부님께서 함께 하셨기 때문에 많은 뜻이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나, 나중에 시간되시면 인터뷰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교황님은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기내 기자회견에서도 세월호 노란리본 배지를 계속 달고 계셨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신부님께서는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당연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님의 말씀들과 행동들을 조금이라도 눈여겨보면 당연한 말씀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났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중립이라는 것이 비열함, 자신감 결여의 소치일 수 있습니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것은 뱉어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고요.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 예와 아니오 사이에 무엇이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주님 말씀을 교황님게서는 그대로 실천하고 계시고, 그 모습 자체로 우리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오는 가르침이라 생각이 듭니다. 당연한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신부님께서는 안산지역 사목을 총괄하고 계신데요. 세월호 참사 발생한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우리가 연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유가족들이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당부하셨잖아요. 그런데 사실 교황님께서는 직설적으로 하시진 않으셨고요. 그러나 기내 기자회견에서 중립을 거부하신 것은 교황님의 의중을 보여주신 겁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실천으로 옮겨야겠죠.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는데 평화가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연대하기 위해서는 정의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겠고, 구체적인 것은 지금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유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특별법이 진상규명을 위해, 책임자 처벌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하고 그에 있어서 우리의 앞장섬이 마땅히 함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신부님 고생하셨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교황의 편지와 묵주를 전달한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님을 만나봤습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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