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교구 부귀공소 최종수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18일 교황 깜짝 면담, 인자하신 할아버지를 뵌 느낌" "교황 통역담당 예수회 정제천 신부와의 인연으로 면담 이뤄져" "교황이 동영상 봤다고 전하자, 공소 신자들 얼굴에 일제히 해바라기 꽃 피어나" "교황 면담, 하느님이 보너스 선물 주신 것 같아" "교황 마스크 쓰고 인사하자 교황이 재미있다고 웃으셔" "첫 대면에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만남 꿈 같아" "농촌환경사목, 농촌과 환경은 동전의 앞뒤면 같은 것"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을 마치고 떠난 지도 벌써 닷새가 지났습니다. 교황은 방한기간 동안 쉴 틈 없이 많은 일정을 소화했죠. 그런데 마지막 일정이었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기 전에, 깜짝 면담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전주교구 진안성당 부귀공소에서 농촌환경사목을 하고 계신 최종수 신부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최종수 신부님을 전화로 연결해서 깜짝 만남에 얽힌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 교황님 만나신 게 18일이었죠? 여운이 아직도 남아계시겠어요. ▶ 그럼요. 인자하신 할아버지를 뵙고 난 느낌, 그리고 모든 걸 다 안아주고 품어주실 것 같은 어르신을 뵌 듯한 느낌이죠. - 공소 어르신들과 함께 만든 교황 방한 환영 동영상이 면담 계기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교황이 이 동영상을 직접 보신 거죠? ▶ 네. 교황님이 보시게 된 건 예수회 정제천 신부님께서 저와 20년 전부터 정일우 신부님을 통해 알게 됐어요. - 정제천 신부님이 통역을 담당하셨던 예수회 차기 한국관구장이시죠? ▶ 네. 그래서 교황님께서 동영상을 보시면 공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정말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 신부님께 용기내서 문자를 드렸어요. 밤에 연습해서 그렇게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평생 추억이 되도록, 천국에서 교황님을 만났을 때 공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교황님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꼭 좀 보게 해드렸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드렸더니, 정 신부님한테 “우와! 신부님 동영상 잘 만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교황님께 보여드릴게요.”라고 답장이 왔어요. 그리고 한 시간 뒤에 문자가 왔는데, 교황님께서 방금 보셨는데 깊이 공감한다, 매우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고 하시면서 굉장히 좋아하시고 기뻐하셨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 몇 분 짜리 동영상이었나요? ▶ 6분가량 됩니다. - 라디오 방송이라 동영상을 틀 수 없어서요. 어떤 내용이었나요? ▶ 교황님 축하 노래를 제가 작사했고요. 스님께서 작곡했고, 제가 안무나 소품, 영상편집 같은 걸 다 했어요. 그랬는데 교황님을 축하하는 마음을 공소 신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럼 교황님께서 저희 공소를 방문하신 퍼포먼스를 연출하자고 해서 제가 가면을 만들어서 쓰고 같이 공소 신자들과 노래하는 영상입니다. - 저도 동영상을 봤는데요. 신부님께서 하얀 여름수단을 입고 교황의 얼굴 사진을 마스크로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신부님이 교황 역할을 맡으신 거죠? 한 번도 뵙지 안 뵀는데 그 역할을 어떻게 하셨나요? ▶ 그게 공소 신자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죠. - 잠시 마스크를 쓰고 교황님이 돼 보시니까 어떠셨어요? ▶ 뭐라고 할까, 설렜고요. 교황님께서 공소를 방문할 때 어떤 느낌일까 하는 설렘도 있었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 동영상은 신자들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구성이 됐는데요. 이 노래도 신부님이 직접 만드신 거라고 들었는데, 원래 곡을 쓰는 달란트가 있으셨나요? ▶ 곡은 제가 못 쓰고 가사를 썼습니다. - 가사가 어떤 내용인가요? ▶ <우리 사랑 빠빠>가 제목이고요. 전체적인 흐름은 하느님 창조로부터 내려온 사랑, 그리고 예수님으로부터 전해져 온 사랑, 프란치스코 성인,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이르는 그런 시같은 구절이에요. 거기에 곡을 붙인 거죠. - 교황이 동영상을 봤다는 소식을 신자들에게도 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신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제가 지난주 공소 미사 때 동영상을 보셨다고 말씀드렸더니 저희 공소 신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그렇게 기뻐하시는 거에요. 그 광경을 표현하면 와! 탄성을 지르면서 공소 신자들 60분의 얼굴에서 해바라기 꽃 잎사귀가 한꺼번에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어요. - 교황이 동영상을 봤다고 하더라도 면담까지 이뤄질 줄은 생각도 못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면담을 주선하신 분이 스님이라면서요? ▶ 정확하게 말하면 스님과 제가 준비한 동영상 그리고 정제천 신부님의 짜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톱니같은 걸. 제가 전국종교인에서 20년 전부터 지원스님을 알고 있었어요. 몇 차례 교황님 방문 꼭 뵀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꽃동네에도 안내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오마이뉴스에 교황님이 보셨다는 동영상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정제천 신부님이 중간다리역할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한테 또 전화를 하신 거에요. 영적 스승으로 교황님을 모시고 싶은데 정말 손 한 번만 잡게 해달라고, 그래서 제가 정제천 신부님께 문자드리고 지원스님께 문자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지원스님이 어디든 가겠다고 하셔서 그러면 월요일에 교황님 대사관으로 와라, 그렇게 됐죠. 저는 그 얘기를 스님께 듣고 나서 사실 제가 교황님을 더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스님은 참 좋겠다고 말씀드리니까 “나야 최 신부랑 같이 가면 좋지. 정 신부님한테 간청해봐.”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정 신부님께 문자를 드렸고, 정 신부님이 마음씨가 참 고우시더라고요. 정 신부님이 거절하지 않고 프란치스코 교황님 마음으로 제 청을 헤아려주신 것 같아요. 정 신부님 덕으로 제가 교황님을 알현하는 영광을 누렸죠. 그런데 제가 생각해보면 하느님께서 스님의 무대포적인 기질까지 이용해서 저를 교황님과 만나게 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농민들과 함께 한 지 6년이 됐는데 농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니까 하느님께서 보너스 선물을 주신 것 같아요. - 지원스님께서는 조계종 소속이시죠? ▶ 네. - 면담에서 교황님께 어떤 말씀을 드리셨나요? ▶ 제가 드린 말씀은 신자들과 함께 농촌에서 산 지 6년이 됐는데 농사를 배우는 일, 식구들과 함께 사는 일 또 -게 사는 것이 참 힘들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다, 도망가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 유혹을 이기게 해준 분들이 공소 신자들이었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셨다, 교황님 생각만 하면 제게 힘과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가 흙과 노동과 땀으로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겠다, 교황님께서도 제가 농민들과 함께 잘 살다가 하늘나라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가난한 농민들을 돕고, -공동체를 하는 일이 우리시대의 소명일지라도 하느님께서 또 다른 소명의 길을 가라고 할 때 그 길을 기쁘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동영상 찍었을 때 썼던 가면을 가지고 갔어요. 그래서 지원스님 인사드리고 제가 인사를 드렸는데 가면을 얼굴에 대고 인사를 했어요. 그러니까 교황님께서 “아, 그 동영상!”하시면서 웃으시는 거에요. 그렇게 해서 첫 미사를 드렸고 제가 책과 최근에 만든 음반을 선물로 드렸어요. 그런데 교황님이 얼마나 재치가 있으신지 깜짝 놀랐어요. 제 손에 가면이 들려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이 “신부님이 제게 책과 CD를 주셨고, 저는 신부님께 제 얼굴을 드렸어요.” 그런 말씀을 하셔서 교황님도 웃고, 통역하신 신부님도 웃고, 저도 웃고, 제 손에 있던 가면도 활짝 웃고 있었어요. 첫 대면에 그렇게 맘껏 웃을 수 있는 만남을 가졌다는 게 저에게는 꿈같이 느껴졌습니다. - 가면을 교황님께 드린 건가요? ▶ 보여드렸죠. - 그런 말씀을 나누셨기 때문에 교황님 선물이 된 거네요. ▶ 그러네요.(웃음) - 신부님께서는 수 년 전부터 농촌환경사목을 해오고 계시죠. 농촌환경사목에 대해 잘 모르시는 청취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쉽게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 농촌과 환경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농촌하면 땅, 물, 생명이 자라잖아요. 환경 없이 농촌을 말할 수 없고, 환경보존 없이 땅과 물과 생명을 말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땅과 물과 농작물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환경을 살리는 일이고, 환경을 살리는 일이 농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농촌환경사목은 그런 의미에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신부님께서는 진안성당의 부귀공소에서 농촌환경사목을 하고 계시잖아요. 보통 공소에는 신부님이 안 계신데, 신부님께서는 특별히 만나 생태공동체를 운영하고 계시죠? 사목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세요? ▶ 제가 농촌환경사목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저는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는 생태마을의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배우고 있어요. 배우면서 공소 사목을 돕고 있고 생태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런데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일, 생태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사는 일, 생태적으로 사는 일이 힘들더라고요. 사람들끼리 부대끼는 것이 조금 힘들고, 지금까지 살면서 그러면 안 될 사람들에게서 오해와 소문들이 들려올 때 참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다 지나가더라고요. 지나가는 바람과 같지만 어떨 땐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또 어떤 바람이 불지 모르지만 그 바람을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는 것 그리고 가끔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 공소에는 신자들이 몇 분 정도 되시나요? ▶ 미사 나오시는 분들은 많게는 70분 정도 나오세요. - 만나 생태공동체에서 여러 생산물들이 나오죠? 어떤 것들이 나옵니까? ▶ 저희 주 생산물은 블루베리고요. 그리고 저희가 농사짓는 것과 공소 신자들에게 -하지 않는 콩으로 농사를 지어서 콩으로 만든 된장, 간장, 그리고 저희 주변에서 채취하는 약초, 꽃차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 교황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아직 못 다한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 교황님께서 방한 기간 동안 계속 세월호 노란리본을 달고 계셨잖아요. 그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데 왜 계속 달고 계시냐고 물으셨잖아요. 그러니까 교황님께서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립은 없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교황님도 그 말씀처럼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자연과 생태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교회로 변화시켜주시고 계획하셔서 먼 인류에 빛이 되고 희망이 되는 교회를 확립해주시길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고 또 저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죠. - 마지막으로 교황님께서 보셨던 영상을 보고 싶어 하시는 청취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나요? ▶ 유튜브에 ‘프란치스코 빠빠’라고 올려놨는데요. 교황님을 위해 스페인어로 등록했습니다. - 좀 어렵네요. ▶ 네. 그런데 영어로 보니까 `ch`가 아니고 `francisco`이더라고요. 그리고‘papa`치시면 됩니다. |
PBC 김보미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23 08:58
<저작권자 ⓒ 평화방송(http://www.pbc.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