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부푼 가슴 안고 교황 방한을 기다리며

[평화칼럼] 부푼 가슴 안고 교황 방한을 기다리며
 
남정률 요한 사도(기획취재부 차장)
 
 


   한국교회가 요즘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로 몹시 분주하다. 교황이 어떤 분인가. 그리스도교 신앙인인 우리가 구세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를 눈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아니던가. 물론 교황이 그리스도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베드로를 잇는 교황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느끼고 20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를 맛본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후계자가 이 땅에 온다니 손님도 이런 손님이 없다. 교황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것이 25년 전과 30년 전이다. 벌써 한 세대 전의 일이고 보면, 당시 서울에서 거행된 103위 한국 순교성인 시성식(1984년)과 제44차 세계성체대회(1989년)에 참석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직접 만나는 영광을 누린 신자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을듯 싶다. 더구나 교황 방한 이후 한국교회는 폭발적인 교세 신장을 이뤘다. 그러니 현재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가톨릭 신자는 교황의 방한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교회로서나 신자들에게나 그만큼 엄청난 일인 셈이다.

 그런 교황 방한인 만큼 방한이 지니는 의미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본지는 교황 방한이 결정됐다는 소식과 방한 일정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교황 방한이 지닌 의미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방한의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아시아에서는 사실상 처음 이뤄진 것으로, 보편교회가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지역 복음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격려하면서 아시아 복음화에 더욱 힘써달라는 요청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교황의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 역시 아시아 젊은이들을 만나 격려함으로써 이들이 아시아 복음화에 헌신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보는 그 자체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로 우리 사회에서 가톨릭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 방한이 지닌 의미를 짚는 기사를 쓰면서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한국교회 신자 개개인이 기사에 나온 교황 방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워서다. 기사는 아무래도 한국교회 차원의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교황 방한의 의미다.

 기자가 아닌 신자 개인으로서 방한의 의미를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거창하고 복잡할 게 없었다. 신자로서 예수님 다음으로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분을 가까이서 뵙는 경사스러운 일이다. 교황님 손이라도 한번 잡는다면 더 이상일 수 없는 영광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 땅에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교황님이 직접 오셔서 나와 함께한다는 것 이상으로 더 큰 의미가 있겠는가.

 만남의 의미는 만남 후에 생각해도 되겠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냥 기다리면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교황 방한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방한 그 자체라는 생각을, 방한에 부여한 갖가지 의미는 어쩌면 사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부푼 가슴 안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다리자.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