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교황 방한과 십자가

[평화칼럼] 교황 방한과 십자가
 
이창훈 알폰소(편집국장)
 

 

 


 요즘 한국 교회의 최대 관심사는 교황 방한일 것이다. 교황 방한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고, 둘째는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 124위 시복식 주재다. 셋째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다.

 

 사실 아시아청년대회, 124위 시복식,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는 별개의 일이다.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 가지 일이 교황 방한을 통해 하나로 꿰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세 가지를 하나로 엮는 고리인 셈이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해서 이 넷을 하나로 관통하는 또 다른 구체적 상징이 있다. 십자가다. 우선 십자가 없는 청년대회는 생각할 수 없다. 세계청년대회든 아시아청년대회든 한국청년대회든 간에 청년대회가 열리는 곳에는 십자가가 있다. 그 연유는 이렇다.

 교회는 1983~1984년을 구원 성년으로 지냈다. 구세주께서 33세 때에 구원사업을 완성하셨다는 전승을 바탕으로 그 구원사업 완성 1950주년을 기념해 선포한 성년이 구원 성년이었다. 구원 성년을 지내면서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신앙의 상징인 십자가가 바티칸 베드로 대성전 중앙 제대 옆에 있었으면 했다. 교황의 뜻에 따라 높이 3.8m의 대형 십자가가 그 자리에 세워졌다.

 성년이 끝나 성년문을 닫으면서 교황은 로마의 산 로렌조 청년 센터 젊은이들에게 그 십자가를 맡겼다. 그리고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 사랑의 상징인 이 십자가를 전 세계에 들고 다니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을 모든 이에게 선포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이 십자가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근처의 산 로렌조 청년 센터에 보관돼 있다가 유럽 지역에 청년들의 모임이 있을 때면 그곳으로 옮겨졌고 젊은이들은 대회장까지 십자가를 모시고 순례했다. 1986년 로마에서 열린 제1차 세계청년대회에 이어 이듬해 제2차 세계청년대회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을 때 십자가는 마침내 대륙을 건너 순례하기 시작했고, 십자가는 세계청년대회와 순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청년대회는 모두 이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시작됐고, 세계청년대회와 마찬가지로 대회 십자가는 각 지역을 순례하면서 청년들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이 되고 있다.

 이번 아시아청년대회에서도 십자가는 청년들을 하나로 모으고 그리스도의 구원을 선포하는 상징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124위 순교자 시복 또한 십자가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다. 순교 선조들은 믿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십자가의 길을 걸었기에 순교할 수 있었고 마침내 시복의 영예를 안기에 이른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 역시 십자가를 필요로 한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받아들여 자신을 열고 내어놓는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하는 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는 한민족의 참다운 화해와 평화는 요원할 것이다.

 교황은 어떠한가.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다. 그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상에서 지는 이다. 더욱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십자가 없이 그리스도를 고백한다면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다'고 강조했고, 몸소 십자가를 지고 걷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교황 방한은 분명 크게 기뻐하고 환영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지만, 교황 방한이 주는 의미, 곧 십자가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활 대축일이다. 주님 부활을 외치며 기뻐하면서도 나는 정작 부활을 있게 한 십자가는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왠지 가슴이 뜨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