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의미

[일어나 비추어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의미
 
교황과 만남 넘어, 하느님과 만남 위해 정화해야
 
▲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만남을 지향한다. 사진은 교황이 지난 3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휠체어를 탄 남자를 축복하는 모습. 【CNS】



만남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이기적인 만남이 있는가 하면, 타인을 배려하는 만남이 있다. 또 인격을 타락시키는 만남이 있는가 하면, 인간 존재를 성장시키는 만남도 있다. 이권과 출세를 위한 만남도 있고, 영적인 만남도 있다.

우리는 오는 8월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난다! 이 교황님과의 만남은 일상적 만남과 달라야 한다. 그 만남을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만남, 하느님 나라와의 만남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만남의 준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높으신 분을 만나러 갈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깨끗이 몸을 씻고 마음을 정갈하게 한 뒤, 깨끗한 옷을 입고 간다.

그렇다. 소중한 만남의 출발점은 나 자신의 ‘정화’(淨化)다. 교황님과의 만남이 영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만남이 되기 위해선 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정화는 더 나아가 교황님과의 만남 그 자체의 의미다. 이번 교황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 자신이 정화되어야 하고, 본당 공동체가 정화되어야 하고, 한국 사회가 정화되어야 하고, 교회가 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화를 통해 우리는 교황님과 만남의 의미를 성취할 수 있다. 물론 이 정화는 교황님과의 만남을 넘어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만남을 지향한다.

정화에 대한 갈망, 즉 영적 생활의 첫 단계로 접어들고자 하는 이러한 갈망은 더 열심히 기도하는 삶을 촉진한다. 정화를 통해 우리는 종전에 무의미하게 여겨졌던 기도들이 생활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도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 직장에 가면서도, 설거지하면서도 ‘오늘 하루가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게 된다.

정화의 단계에서는 이렇게 일상사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도록 노력한다. 일상이 중요하다. 나의 삶의 자리에서 조금 더 하느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 만남을 위한 영성생활이다.

더 나아가 이번 교황 방한은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영성생활 쇄신을 뛰어넘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황님이 즉위 이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아시아 대륙에 수많은 지역 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제일 먼저 방문하심은 한국교회에 대한 큰 관심과 배려가 전제되어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굳이 한국교회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 교회보다 특별한 자격을 갖추었거나 많은 복음적 열매를 맺었기 때문은 아니다. 마치 자녀가 여럿인 부모에게는 같은 자녀라도 어려움에 처한 자녀나 위기를 겪는 자녀에게 먼저 마음이 가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 그리고 오늘의 한국이 세계적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는 지정학적 표징과 상황이 교황께서 더 마음 쓰시는 이유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복음의 기쁨」에서 세계 모든 지역 교회를 향하여 교회 울타리 안에서 조용히 안주하기보다는 거센 비바람과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세상을 향하여 뛰쳐나가기를 권고하고 계신다.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질주를 계속해 온 한국은 오늘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성장과 발전 때문에 빚어진 양극화의 갈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교회는 복음과 세상이 만나도록 세상 한복판에 복음을 들고 뛰어들어가기 위해 존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한국교회가 아시아의 여러 교회에 앞장서서 오로지 물질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질주하는 세상 속에 복음의 깃발을 들고 들어가 그 질주의 방향을 하느님 나라 쪽으로 선회하는 조타수가 되기를 초대하고 계신다.

또 현대의 역대 교황님들께서는 궁극적인 사목적 관심을 세계의 평화에 두어왔다. 한반도야말로 세계 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남북한의 화합과 일치는 한반도의 안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 세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교황께서는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가 그러한 평화의 전초기지가 되어 줄 것을 간절히 소망하고 계신다.



제공=교황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