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물’

[평화칼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물’
 
이창훈 알폰소(편집국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24~26일 2박 3일간 팔레스티나(이스라엘ㆍ요르단ㆍ팔레스타인) 성지를 순례했다. 교황은 순례를 마치며 두 가지 의미 있는 결실을 이끌어냈다. 하나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을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에 초청해 수락을 얻어낸 것이다. 8일 바티칸에서 적대적인 두 세력의 수장이 교황과 함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게 됐다.

다른 하나는 오는 2025년에 터키 니케아에서 교회 일치 모임을 갖기로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합의한 것이다. 가톨릭과 정교회 두 수장이 모임을 갖기로 한 니케아는 오늘날 이즈니크라고 부르는 곳으로 콘스탄티노플에서 동남쪽으로 130㎞쯤 떨어진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세계 교회사에서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기원후 325년에 첫 보편(세계) 공의회가 열린 곳이 바로 니케아다.

니케아 공의회는 오늘날 주일이나 대축일 미사 때 강론 후에 사도신경 대신에 바치는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의 성부와 성자에 관한 신앙고백문을 확립한 공의회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의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하고 바치는 신앙고백의 출처가 325년 니케아 공의회인 것이다. 이를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마지막 성령에 관한 부분이 381년에 열린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추가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5년 일치 기도 모임은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해 서방 가톨릭교회와 동방 정교회가 다시 한 번 신앙의 일치를 도모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교황은 이번 중동 방문을 통해 폭력과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평화 기도 모임을 주선하고, 1700년 전 아리우스 이단에 맞서 그리스도 정통 신앙교리를 확립한 그 일치의 현장에 가톨릭과 정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실로 화해와 평화 그리고 일치를 위한 ‘호기’(好機)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이끌어낸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도력이 놀랍다.

8일 바티칸의 평화 기도 모임과 2025년 교회 일치 모임을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주신 ‘선물’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선물의 가치는 그 선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교황의 방한 목적은 세 가지다.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하는 청년들을 만나는 것과 124위 시복식을 거행하는 것, 그리고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바라고 기대한다. 교황 방한이 단지 외적 행사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통해 한국에도 ‘선물’이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그러면서도 지혜로운 행보를 볼 때 방한 때도 분명히 선물이 주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선물을 진짜 선물로 받아들여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혹시 ‘호기’(好機)를 ‘실기’(失機)로 바꿔버리고 선물을 선물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무엇일까. 마침 이번 주일은 성령 강림 대축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