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보수와 진보 한마음으로 통일 준비하자

보수와 진보 한마음으로 통일 준비하자
 
주교회의 민화위 심포지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12일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선 ‘통일 대박론’을 놓고 학계와 교계,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이상요 토마스 아퀴나스)가 개최한 두 학술회의의 결론은 ‘통일은 복권이 아니며 노력 없이 대박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통일을 위해선 시대착오적인 냉전 구조를 해소하고 남남갈등과 분단문화를 넘어 여야의 협력과 보수와 진보진영의 화해와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신뢰를 얻는 성찰적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참가자들은 강조했다


주교회의 민화위 심포지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12일 대전 주교좌대흥동성당(주임 권태웅 신부)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통일’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남ㆍ북 간 평화통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통일의 방법으로 ‘성찰적 통일’을 제안한 심포지엄은 조한범(통일연구원) 박사의 발제에 대해 박상병(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신부, 김승철(북한개혁방송) 대표, 김병국(대전·충남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대표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성찰적 통일이란 남북통일에 앞서 우리 사회 스스로 분단의 비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본주의 발전의 한계를 지적한 책 「성찰적 근대화」(앤서니 기든스, 울리히 벡 저)에서 따왔다.

조 박사는 “통일의 당위성에도 자본주의의 팽배로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식고 있다”며 자본주의 영향으로 민족 화해에 대한 의지가 사라져가는 현 사회를 비판했다. 이어 분단의 아픔으로 병들어 있는 현재 상황을 우리는 너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분단의 비정상성을 인식하고, 이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서독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예로 들면서 장기 과정을 통해 남한 내부에 깊숙이 자리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북한 주민과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치즘을 청산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한 서독은, 동독 주민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정치범까지 끌어안으면서 서독 정부의 정통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했다”며, “우리가 스스로 건강성을 회복해 내적 신뢰를 형성하고 북한과의 관계까지 연결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특히 “북한과 신뢰관계를 쌓고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데 종교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박상병 신부가 ‘성찰적 통일의 결과’에 대해 질문하자 조 박사는 ‘남북이 서로 거부감 없이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통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북한 사람에게 북한 붕괴 시 누구와 손을 잡겠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중국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의 신뢰”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북한 주민을 위한 통일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조강연을 한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는 “분단은 지나간 세계사의 상흔이며, 우리의 살아 있는 아픔과 고통이고 또한 여전히 주변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화상”이라며 “분열과 갈등의 시점에 교회가 사랑을 실천하며 화해와 일치의 시대를 앞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매년 6월 통일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주교좌대흥동본당 신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유리 기자


한국가톨릭언론인협 포럼
 

▲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주최한 제14회 가톨릭포럼에서 발제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놓고 이른바 정치, 경제적 대박이 될 것이라고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한 교회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4회 가톨릭포럼 ‘남북통일시대, 언론과 가톨릭의 역할’에서 교회 역할을 모색했다.

 

발제자들은 분단 70년이 돼가는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통일의 관점을 교회적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을 ‘형제애’와 ‘민족 화해’라는 그리스도교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희생과 나눔으로 북한 복음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광(이냐시오) 고려대 명예교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일 대신 서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보듬는 민족 화해가 우선돼야 한다”며 “여태껏 전쟁과 반공주의를 앞세운 적대적 통일론은 오히려 반통일적 사상을 양산하며 민족 자체를 분열하는 데 기여해 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는 이 같은 정치적, 반통일적 사상에 대해 신학적 입장에서 판별하는 역할을 하고, 민족 전체 화해와 일치를 위해 가진 바를 북의 형제들과 나누는 자기 희생의 길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선교와 복음화 방안을 위한 구체적인 모색도 이어졌다.

김문태 가톨릭대 교수는 “교회는 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각종 교계 잡지를 통한 보도와 교육으로 통일과 관련한 교회 인식을 재정립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신자 각자가 내적으로 복음적 삶을 살며 하느님 중심 사고를 기반으로 북한 주민을 형제로 인식하는 사해동포(四海同胞)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새로운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용해(서강대 교수) 신부는 “대립과 불일치 속에서도 친교와 사회 우정을 구축한다면 교황님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제시한 ‘일치가 대립을 이긴다’는 원칙이 성립될 것”이라며 “평화 통일은 남북 시민이 지닌 특별한 사명인 만큼 통일의 의무를 꼭 정부가 아닌, 개인의 의무로 여기고, 민족과 이산가족의 고통을 함께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수(석가장신학대 교수) 신부는 “분단 60여 년을 넘어서는 동안 국제사회에 한국인들의 통일 의지를 한 번도 전달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 교황 방한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민족 화해와 일치를 강조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리고 북한을 향한 평화의 메시지가 주어진다면,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 “교황의 방한을 단지 종교 내적인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를 감지해 이 시대에 한반도와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통일 과업에 대해 적극적이고 합당한 대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