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교황 방한, 걱정됩니다

[평화칼럼] 교황 방한, 걱정됩니다
 
변승우 명서 베드로(평화방송 TV국장)
 



세계인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이지만, 나는 이분 때문에 솔직히 죽을 지경이다. 온화한 미소로 손을 흔드는 교황의 모습이 갑자기 흔들리면서 방송사고가 나는 악몽이 거듭된다. 잠자리가 불편한 지 오래다.

8월 14일. 이제 한 달 보름쯤 지나면 교황을 만나고, 4박 5일 동안 한국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평화방송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교황을 맞이하기 위한 특집 프로그램들이 이미 방송 중이고, 방한 이후의 기획물도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프로그램을 홍보할 생각은 없다. 대신, 나와 동료들을 짓누르는 ‘걱정’에 관해 말하려 한다. 크지 않은 언론사가 ‘국가적 대사’를 치러내려니 어찌 근심이 없겠는가. 하물며 종교를 불문하고 온 지구촌이 믿고 따르는 정신적 지도자의 방한이 아닌가. 둘러보면 만사가 걱정거리다. 혹서기에 헬기로 이동하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노인의 건강이 우려되고, 그의 촘촘한 여정을 담아낼 평화방송의 기술적 여건을 점검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바닥이다.

그러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우리가 반드시 얘기해야 할 것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교황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사목방문에 나선다.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해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이 첫째 목적이다. 복음의 불모지 아시아 대륙을 생명의 소식으로 가득 채우고자 하는 교황의 열망을, 주님의 사도가 되어달라고 청년들에게 부탁하는 베드로 좌의 간절함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

지난주 교황청이 발표한 ‘방한 계획’에는 새로운 일정이 추가됐다. 한국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성지’ 방문이다. ‘124위 시복식’ 직전에 교황은 순교자들의 피가 서린 곳으로 몸소 찾아가 머리를 숙인다.

“이 나라의 위대한 순교 신심이 한국 교회를 더욱 거룩하게 만들어 세상을 향한 복음의 문(門)이 되게 할 것입니다.” 교황의 메시지를 미리 상상해본다. 그의 기도와 우리의 오랜 소망이 공명하는 감동의 순간을 결연한 다짐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하는 일. 교회 매체가 만들어내는 방송과 신문 콘텐츠들의 목표이다. 가톨릭매스컴만이 해낼 수 있기에 오히려 부담이 천근만근이다.

교황의 동선(動線)을 생방송으로 쫓아가는 작업은 때로 신호장애를 받아 끊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교황과의 만남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새겨져야 하는지, 그 생각의 끈이 절대 끊어지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임무라고 믿는다.

교황과 함께 드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민족 화합의 소명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주는 위로의 말씀이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을 잊지 않게 하고, ‘꽃동네 방문’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의무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그렇게 2014년 8월이 우리 모두를 달라지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가톨릭 매체가 가진 모든 역량과 경험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 은총의 무게만큼이나 힘든 과정일 것이다.

세속의 시름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오늘 안아가진 걱정거리들은 결코 지나쳐가게 해선 안 된다. 온전히 우리 안에 간직해 교회공동체가 새롭게 일어서는 양분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와 동료들이 어찌 근심 속에 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