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프란치스코 교황 「복음의 기쁨」, 세속화된 세상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 「복음의 기쁨」, 세속화된 세상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방준위 영성신심분과 학술심포지엄 “올바른 사회 복음화 위한 사회통합과 공동선 실현에 광범한 노력 필요” 강조
 
▲ 발제자별 발언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준비하면서 보편교회에 대한 교황의 사목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복음의 기쁨」에 대한 학술 담론이 무성하다. 그중에서도 23일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은, 교황이 제시하는 사회 복음화의 기준과 방법을 바탕으로 지역 교회, 특히 오늘날 한국천주교회에 제기되고 있는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적 쇄신 방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양극화된 한국 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발제자들은 사회 복음화를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복음화 사명의 참되고 본질적인 의미가 계속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단언하고, 한국교회는 관리자가 아닌 ‘선교하는 교회’로 지속해서 쇄신해야 한다는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양극화한 오늘날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 복음화를 위해서는 교회가 사회통합과 공동선 실현을 위해 광범위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포지엄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 사회와 한국 천주교회 현실

한국 천주교회는 오늘날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양극화된 사회 안에서 중산층 붕괴 및 신빈곤층 확산, 각종 환경문제와 이념 갈등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사회적 갈등 현장에 함께 해 왔다. 한국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의 자리에 함께하는 것은 △배척의 경제 △돈의 우상숭배 △비윤리적 금융투기 △폭력을 낳는 불평등 등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과 공동선 실현을 위한 사목적 응답이요 노력이다. 또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로 앞으로도 사회 복음화에 대한 보편교회의 지향과 맞물려 반성과 성찰을 갖고 쇄신을 통해 선교 사명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의 위기를 냉철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와 사목적 응답’에 대해 발표한 박준영(전 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부장)씨는 “한국천주교회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스스로 ‘중상층’으로 변모를 거듭해 이미 가난한 교회와는 거리가 있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사회적 영성을 퇴조시켜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교회가 교육ㆍ의료사업뿐 아니라 영리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를 운영해 스스로 자본가로 전락했고, 위계적 교계제도의 폐쇄성과 더불어 개인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구원관을 확산시켜 교세에 안주하는 ‘영적 세속성’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서춘배(의정부주교좌본당 주임) 신부도 ‘「복음의 기쁨」 살기-한국 교회 사목 현실과 쇄신 방향’이란 발제에서 “오늘날 우리의 가장 큰 위험은 탐욕스러운 마음과 피상적인 쾌락을 부추기는 극심한 소비주의와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있는 개인 이기주의”라며 “지나치게 교회 내적 사목에만 치우치는 경향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신부는 “본당 간, 교구 간 높은 벽과 성사집전자와 관리자로서 안주하려는 사목자의 태도, 해고 노동자와 이주민, 노숙자, 중독자, 홀몸 노인, 청소년 등 새로운 형태의 빈민에 대한 취약한 사목 대안 등이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과제”라고 열거했다.

이연학(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도회) 신부는 ‘124위 순교자들과 「복음의 기쁨」’에 관한 발표를 통해 복음화에 걸림돌이 되는 우상으로 △개인주의 △영적 세속성 △물신 △이데올로기와 국가폭력 △말씀을 막고 왜곡하는 세상의 ‘말’들 등을 제시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천주교회의 응답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300여 명의 청중이 경청하고 있다. 이힘 기자


▨새로운 사회 복음화의 방향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복음화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를 포함한 모든 이의 사회 통합’과 ‘공동선 실현’으로 투신할 것을 권고했다.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따르면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이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사회생활을 모든 이를 위한 형제애, 정의, 평화, 존엄의 자리가 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목자를 비롯한 그리스도인들은 환경 문제를 포함해 모든 인간 존재의 삶과 전인적 진보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표현해야 하고, 정치 당국자들은 이를 ‘간섭’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날 기조강연을 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는 “가톨릭 신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예수께서 선포하는 복음의 전달자가 돼야 하고 가톨릭 사회교리의 확실한 메신저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는 모든 사회 현상을 읽어내는 중요 지침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모든 이의 사회 통합’과 ‘공동선’을 위해 무엇보다 신자 각자가 먼저 다른 이를 향해 쏟는 사랑의 관심을 길러야 하고, 연대의식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빈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의 교육과 의료혜택, 고용에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토소 주교는 돈과 권력의 양극화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반대했다. 오히려 그는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도 사람들과 공동선에 봉사하는 ‘포용경제’ 실현을 위해 더 참여적이고 더 사회적인 ‘고강도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연대할 것을 힘주어 말했다.

토소 주교는 또 “정치 참여는 신자들의 소명이며 도덕적 의무”(「복음의 기쁨」 220항 참조)라면서 “신자들은 모든 이를 위한 온전하고 연대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 통합적인 발전의 실현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고 공동선과 사회 평화를 이루는 데에 능동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124위 순교자들이 간직한 복음의 기쁨

사회 복음화를 위한 「복음의 기쁨」에 나오는 주제인 △제자 △종말 증언 △이 세상 변방의 나그네요 이방인 △동행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토대요 중심인 말씀 등은 이미 순교자들의 삶에서 증언되고 있다.

이연학 신부는 시복되는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들이 △복음을 철저히 액면가 그대로 추종한 제자들이었을 뿐 아니라 △종말의 시간을 지금 여기서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보여줌으로써 “종말론적 그리움과 결단을 증언했다”고 제시했다. 또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 ‘사회 변방’에서 박해와 몰이해를 기꺼이 감내했으며 △자기 목숨을 부지하려고 다른 양들을 버리거나 고발하기보다 기꺼이 함께 죽는 ‘동행’의 정신을 증언했고 △신분의 차이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어 가진 것을 나누면서 초세기 교회 모습을 방불케 하는 높은 수준의 복음 공동체 생활을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순교자들의 이러한 삶은 ‘말씀’이 토대요 중심이 됐다고 강조했다.



▨ 「복음의 기쁨」 살기 - 한국교회 쇄신 방향

현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쇄신해 나가야 할 우선적 방향은 △교회 문을 열어야 하고 △사람들을 찾아가야 하며 △백성의 아픔과 관심사에 응답하는 사목을 펼쳐야 한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마음이 되어 세상 백성들의 음성을 듣는 것이 복음화의 첫 단계이고 선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춘배 신부는 “교황의 말대로 성당 문을 열고, 사제관도 열고, 사목자의 휴대전화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종 성사도 세상 백성들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쉬는 신자가 50%가 넘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성사 집전자로 교회 관리자로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사목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서 신부는 이를 위해 먼저 가정과 병자 방문을 정례적으로 하고 빈소에도 찾아갈 것을 사목자들에게 권고했다. 또 백성들의 현실 삶에 대해 깊이 공감하기 위해 아픔이나 관심사를 복음에 비춰 나누는 소공동체 모임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서 신부는 교회 쇄신을 위해 우선적으로 복음화의 원천인 ‘말씀’에 중심을 두고 예언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려면

현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가난의 영성’이다. 모든 교회의 신비는 가난의 영성과 맞닿아 있다. 하느님 친히 가난하게 되실 정도로 하느님의 마음속에는 가난한 이들의 특별한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박준영씨는 “중상층화한 한국교회는 가난한 사람이 실제 있는 곳에 교회가 있지 않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흉내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한국교회가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인적ㆍ물적 자원을 직접적으로 제대로 전달해 준다면 그것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평자로 나선 장동훈(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신부는 “가난한 이들과의 접촉은 접촉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든다”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가난한 교회로 향하게 한다고 밝혔다. 장 신부는 또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사회 참여와 무관하지 않다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가난한 교회를 향한 쇄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