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유경근 ˝교황이 희생자 가족 만나주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로˝

* 세월호사고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국정조사 어제 새벽 2시 넘어서 끝나"

"모든 희생자 가족들이 국정조사 보면서 울고 분통 터뜨려"

"유가족들의 뜻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 관철시키려는 모습 보고 서러웠다"

"정치인은 죄인이라는 의미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김광진 의원이 말한 부분 녹취록에 없어, 잘못 시인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중단할 사안은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최후의 실종자 가족이 된다는 것"

"2주일 동안 전국 순회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받는중"

"희생자 가족들, 자신을 돌아볼 겨를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유병언 잡지 못하는 검찰을 보면서 <왜 그러지?> 싶다"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핵심, 조사 빨리 이뤄져야"

"유병언 체포도 중요하지만 본질 흐려질 수 있어"

"교황님이 만나주신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



[발언전문]


세월호 침몰사고 79일째인 오늘도 수중 수색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달 24일 이후 9일째 추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장마도 시작되는데 실종자 가족들의 속은 더욱더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가운데 정부의 세월호 후속대책이나 관련법 제정,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해 유가족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세월호사고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 연결합니다.


- 유경근 대변인님 나와 계십니까? 안녕하십니까? 국회에 계신가요?

▶ 아닙니다. 지금은 집에 들어와 있습니다.


- 국정조사가 새벽까지 진행됐는데요, 지켜보셨습니까?

▶ 네. 새벽 세시 조금 안 돼서 끝났습니다.


- 어제 세월호 국정조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관인 해경에 대한 기관보고가 있었는데,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으로 중간에 파행됐었고, 대변인께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습니다?

▶ 저만 그런 건 아니고요. 저를 찍어서 내보내서 그런데, 모든 가족들이 울기도 하고 분통을 터뜨렸죠.


- 어떤 점에서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셨나요?

▶ 서러운 기분이 너무 많이 들었고요. 왜냐하면 항상 정치하는 사람들은 죄인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유가족의 뜻을 잘 받들어서 잘 하겠다는 말씀을 만날 때마다 많이 하시는데, 가장 중요한 기관보고의 날, 가장 중요한 해경 기관보고의 날,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유가족의 뜻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서러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 유가족의 뜻을 이용하고 왜곡했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느끼셨습니까?

▶ 일단 해수부와 해경에 대한 국정조사 기관보고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원래는 진도에서 하기로 약속을 하고, 생방송 보고 준비까지 다 마쳐놓았었는데, 여당의 조원진 간사 유독 한 분이 반대를 하셔서 뒤집어졌죠. 그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참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정조사를 파행시키면 안 되고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더 주장하면 안 되겠다싶어서 이렇게 결정을 내린 것인데, 그렇게 만들어진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리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요. 이것이 과연 조원진 간사가 유독 강조하는 유가족의 뜻, 정치인은 죄인이라는 말의 의미였는지 매우 실망이 컸습니다.


- 지금 해수부와 해경에 대한 기관보고는 수색작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진도 현지에서 진행해줄 것을 유가족측에서 계속 요청했었는데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반대했고요. 그래서 유가족들이 양보해 국회에서 이뤄졌는데, 그마저도 파행을 빚었다는 말씀이시죠?

▶ 그렇죠.


- 새누리당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진도에서 하기로 한 것을 반대한 이유요? 두 가지를 딱 집어서 이야기 하더군요. 첫 번째는 기존의 여야 간사가 합의를 한 사항이므로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요. 두 번째는 진도에서 기관보고를 받으면 언론이 집중하지 못하고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국민에게 알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언론도 가겠다고 했고, 계획은 다 되어 있었죠?

▶ 네.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마쳐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어제는 해경에 대한 기관보고였는데 해경의 상황실과 청와대 간 전화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공방이 벌어져 결국 파행됐죠. 이 상황의 잘잘못을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 분명히 일차적으로 김광진 의원이 잘못한 건 맞습니다. 저도 다시 한 번 들어보니까 김광진 의원의 정확한 워딩은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더군요. 나름대로 과대·확장해서 해석한 것 같은데, 신중해야 할 부분을 그렇게 한 것은 분명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그 잘못을 시인해서 바로 사과했고요. 그러나 과연 그것이 국정조사를 중단시키고 볼모로 잡을 만큼의 사안인가에 대해 우리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370명 전원 구조설에 대해 해경이 청와대에 잘못 보고해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없던 말을 끼워 넣었고요. 그 말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어제 국정조사가 파행된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유가족 입장에서는 처음엔 일단 김광진 의원이 잘못했지만, 이것을 빌미로 삼아 회의를 거부한 여당도 큰 잘못이라는 말씀이시죠?

▶ 그렇습니다.


- 지금 실종자가 구조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실종자 가족분들은 얼마나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 말로 표현하기 힘들죠. 힘들다, 고통스럽다는 표현으로는 나타내기 어렵고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만 시신 한 구가 먼 곳에서 발견됐는데, 굉장히 실망하셨을 겁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11명의 실종자 가족분들 모두 우리 가족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지셨을 거거든요. 그런데 아니라고 했을 때 느꼈을 좌절감은, 고통과 좌절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할 정도로 큰 좌절감에 빠져계실 겁니다.


- 장마도 다가오고 잠수시간도 늘려가면서 실종자 수색 작업에 진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실종자 가족들은 어떤 심정이실까요?

▶ 지금 가장 두려워하시는 건 최후의 실종자, 영원한 실종자 가족이 내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힘든 점이고요. 그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주거나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이 주변에 있는 저희들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 9일째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한 상황인데요. 구조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피해자 가족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많이 바쁩니다. 어제는 창원과 진도 팽목항, 국회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했죠. 앞으로 2주일 동안 전국에 버스를 타고 순회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는 길에 나서기로 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지금도 많은 부모님들이 전국을 다니고 계시고, 국정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해서 거기도 가야 하고요. 그것 말고도 챙겨야 할 일들이 있어서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너무나 바쁘게, 자신을 돌아볼 겨를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 세월호사고가족대책위원회는 아무래도 검찰의 책임자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관심을 집중하고 계실 텐데요. 유병언씨의 체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요. 어떤 입장이신가요?

▶ 유병언씨는 세월호의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실소유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신병확보도 못하는 검찰을 보면서 왜 그렇지?, 가능한 일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됐고요. 또 한편으로는 저희가 생각하는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사고가 처음 나게 한 직접적인 원인, 선사라든가 선원들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빨리 되어야겠다는 부분이고요. 당연히 빨리 체포가 되어야죠. 문책하고 처벌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너무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진정한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다음달 15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특별히 초대했는데요. 유가족대책협의회에서는 교황님의 초대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 저희가 추기경님을 뵙고 요청을 드린 적이 있죠. 교황님이 오신다고 하니 혹시라도 저희가 뵐 수 있는 기회가 없겠습니까 요청을 드렸고, 추진을 해주겠다고 말씀해주셨죠. 그 결과 오실 때 저희를 초청해주신다고 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다소 아쉬운 것은 저희가 요청을 드린 것은 가톨릭 신자들만 가겠다는 것이 아니었고, 대책위 차원에서 가서 말씀을 드렸던 것인데, 저희가 받은 연락은 대책위를 초청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저희 가족들 가운데 가톨릭 신자분들 몇 분만 초대하는 것이라고 딱 집어서 말씀하신 것 같아요. 어쨌든 불러주신 건 감사한데 그렇게까지 표현하셔야 했을까,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서운한 감정을 갖고 계시죠.


- 희생자 가족분들 모두를 원하시는 분은 초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물론 모두가 갈 수는 없을 겁니다. 워낙 바쁘시고 귀한 일정이 있으시기 때문에 그것을 바란 건 아니고요. 단 몇 명을 불러주시더라도 신앙여부에 관계없이 돕겠다는 뜻을 보이셨다면 몇 명이 가더라도 더 감사하게 받아들였을텐데, 딱 집어서 말씀을 하셔서 조금 서운하다는 생각입니다.


- 교황께서는 미사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위로할 예정인데요. 교황님에 대해서 어떤 기대와 바람을 갖고 계신가요?

▶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관계없이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갖고 계십니다. 오셔서 직접 만나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위로가 되고 있고요. 거기서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모르지만, 구체적으로 저희를 짚어서 말씀을 해주신다면 더더욱 감사할 일이겠죠. 일단 같이 만나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나눠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세월호사고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이였습니다.



***** 알려드립니다 *****

유경근 대변인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확인 결과, 천주교 신자가 아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교황님이 주례하시는 미사에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6월 30일에 방송된 기사 내용을 참고로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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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 가운데 신자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할교구인 수원교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신자가 아닌 가족들도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녹취 : 허영엽 신부 /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대변인 >
"세월호 가족 중 신자가 아닌 분들도 미사에 참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시 교구 측에서 신자가 아닌 분들도 참석할 수 있는 배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교황이 세월호 가족들을 별도로 만나기는 어렵고
미사 도중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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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7-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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