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윤석찬 ˝노숙자 자립의 토대는 저금..두부공장 운영중˝

 
* 한사랑가족공동체 윤석찬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노숙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70~80%는 결손가정, 20%는 사업실패.. 120명 정도 함께 하고 있어"

"안식년을 계기로 쪽방촌 사목 담당하게 돼"

"지난 4월 새 건물로 입주, 시설 많이 개선"

"자립의 첫번째 토대는 저금을 하는 것"

"공동체 자립으로 두부공장 운영중"

"자연스럽게 신앙 전하게 되면서 70~80%가 신자"

"교황은 <개념>이 있으신 분, 고통과 슬픔에 처한 이에게 많은 위로 주시길"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복음적 가치 생각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을 앞두고 각계 각층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앙의 역할이 약자에게 희망을 주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에도 변화가 촉구되는데요.

가장 낮은 이들의 사랑과 희망이 또 다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곳..
한사랑가족공동체의 윤석찬 프란치스코 신부를 연결해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 윤석찬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흔히 서울역 쪽방촌으로 알려져 있는 한사랑가족공동체, 어떤 곳인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 한사랑가족공동체는 일반 쪽방촌이라기 보다는 오갈 곳 없는 분들을 각 개인방에서 살 수 있게 하고, 일할 수 있는 분들은 맞는 일을 찾아 드리고, 일할 수 없는 분들은 기초생활수급을 받아 자립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각자의 생활이 있되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가족공동체입니다.


- 한사랑가족공동체엔 어떤 분들이, 그리고 몇 분 정도 함께 생활하고 계십니까?

▶ 구성원들을 대체적으로 보면 결손가정 출신이 7~80%로, 애초에 잘나간 적이 없는 생활을 해 오신 분들이고요. 20% 정도는 사업에 실패하신 분들, 그래서 전체 120명 정도가 함께 하고 계십니다.


- 한사랑가족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데 나이 제한 같은 어떤 조건들이 있나요?

▶ 그런 것은 없습니다. 공동체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 윤 신부님께선 원래 일본 오사카에서 교포사목을 담당하셨죠? 이렇게 쪽방촌 사목을 담당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 오사카에도 노숙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형태로 교우들과 함께 그런 일을 한 경험은 있었습니다만, 지금 쪽방사목은 안식년이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오사카에서의 경험이 어느 정도 토대가 됐지만, 안식년을 맞아서 나름대로 계획들이 있었습니다만, 그런 것들은 다 제 뜻대로 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주님께서 그쪽으로 되어 나가도록 밀어 넣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원래는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가건물이었다가 지난 4월 새 건물로 입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한 후 한사랑가족공동체 식구들에게서 어떤 변화를 좀 있었습니까?

▶ 신축은 애초에 계획이 없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신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좁은 곳에 있다가 넓은 곳으로 가서 기능적으로 시설 사용면에서 많이 개선된 정도입니다.


- 한사랑가족공동체를 무료 노숙인 급식소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던데요. 단순히 방과 식사를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고, 조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고 계신데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집니까?

▶ 우선 자립의 첫 번째 토대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처음 오셨을 때부터 이곳에서는 반드시 자기 자립기반을 위한 저금을 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수입이 있는 분들은 수입의 일부를 저금하는 것으로, 그래서 90% 이상이 참여하고 있고요. 경제적인 부분이 갖춰야만 생활의 기반이 되고요. 그러한 토대 위에 여러 가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조심합니다.


- 그렇게 어느 정도 저금액이 쌓이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계신가요?

▶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결손가정 출신이기 때문에 돌아가야 할 가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시고, 사업실패하신 분들의 경우 가정이 회복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고, 어느 정도 안정이 돼서 경쟁력 있는 분들은 독립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저희가 자체적으로 두부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0여 명이 함께 저희들과 일하고 있는데, 이것이 굉장한 활력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 두부공장도 한사랑가족공동체 근처에 있나요?

▶ 물론입니다.


- 노숙인들의 자립이 신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던데, 그 과정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 처음에는 종교적인 색깔을 띠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간 대부분의 문제는 내면 문제이고, 그 내면 문제는 하느님과 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자활의 일환으로 자연스럽게 신앙과 연결되었고, 7~80%정도는 신앙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더욱 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신부님 소속이 작은형제회, 프란치스코회이신데요. 가톨릭교회 안에서 그리고 세상 속에서 프란치스코회의 역할이랄까 소임은 뭐라고 보세요?

▶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웃음) 겸손과 작음의 자세로, 우리를 위해 죽으실 만큼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것, 그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다음 달 방한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평소 가난한 자와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교황 방한에 어떤 기대와 바람을 갖고 계십니까?

▶ 교황님은 요즘말로 말하면 정말 개념있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복음이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시는 분으로서, 한국사회의 고통과 슬픔에 싸여있는 분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또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복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 교황 방한이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울림이 돼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데요.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만, 먼저 최저생계에 있는 분들,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모든 정부정책이나 사회정책에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는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보잘 것 없는 약자들에게 하는 것, 이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활의 최우선에 두고, 특별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화하는 것이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건전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7-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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