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려면

[평화칼럼]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려면
 
이창훈 알폰소(편집국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4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교황 방한과 관련, 이구동성의 외침이 있다. 교황 방문이 단순한 행사로 그치지 않고 한국 교회의 쇄신과 새 복음화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쇄신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은 이에 대한 멋진 교본이다. 교황이 「복음의 기쁨」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라고 본다. 중요도에서가 아니라 편의상 순서를 매기자면, 첫째는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복음화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1항 참조).

이 둘은 결코 따로 분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의 삶이 복음의 기쁨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그 신자들의 모임인 교회가 제아무리 복음의 기쁜 소식을 선포한다 하더라도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도 신자들이 복음의 기쁨으로 두드러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교회의 새 복음화 과업의 전제요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은 “부활시기 없이 사순시기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6항) “장례식에서 막 돌아온 사람”(10항)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재미난 표현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기쁨으로 두드러진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리스도 신자들이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가지는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의 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고 그분 사랑의 고유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선행을 하고자 하는 열정도 식어 버린다”고 교황은 지적한다.(2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을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합니다.…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배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3항)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교황은 이와 관련,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고통과 슬픔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복음의) 기쁨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는 하지만, 한 줄기 빛으로라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고 교황은 설파한다. 그리고 “이는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개인적 확신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6항)

따라서 그리스도 신자들이 복음의 기쁨을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마음을 여는 것이 하나이고, 그분의 사랑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아직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리스도 신자들이 있다면, 이 두 가지를 유념하고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는 또한 나 자신에게 하는 권고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톨릭 신자임을 떳떳하게 밝히고는 살아왔지만, 복음의 기쁨으로 두드러진 삶을 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