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단원고 희생자 父 김학일 ˝도보순례 십자가 교황께 봉헌할 것˝

 
*단원고 희생자 父 김학일씨,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 발언]

"십자가 도보 순례, 힘들어"

"지역마다 성당별로 연락해서 본당 신부님들이 도와줘"

"3일전에 십자가 실수로 떨어뜨려... 수리 하고나니 6킬로그램 돼"

"시간 지나면서 일반인들의 호응과 참여 많아"

"단원고 아이들 소원 십자가에 달고 순례"


[인터뷰 전문]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가 십자가를 진 채 약 800km, 40일 간의 도보순례에 나섰습니다.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진도 팽목항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념미사가 예정된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벌써 열흘째인데요.

십자가와 함께 하는 도보순례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루도비코 씨를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지금 이 시각, 도보순례 중이셔서 어제 오후 잠시 쉬시는 시간을 이용해 인터뷰가 이뤄졌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김학일 씨, 안녕하십니까?
십자가 도보순례길을 떠나신 지도 벌써 열흘입니다. 건강은 어떠세요?

▶ 조금 힘듭니다. 승현이 아빠가 물집이 심해서 그 부분이 제일 힘듭니다.


- 십자가 도보순례를 제안하신 분이 함께 순례하고 계신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죠? 이호진씨는 예비신자라고 들었습니다.

▶ 네. 그 전에 준비하고 계셨다가 팽목항에서 신부님과 수녀님을 만나 뵙고 진전이 많이 된 상황이죠.


- 사실 일반 신자들도 마음먹기 힘든 십자가 도보순례 아닙니까. 예비신자가 제안하고 받아들여졌다는 게 놀라운데요. 함께 순례하시면서 어떤 마음들을 나누셨습니까?

▶ 일단 출발하면서부터 같이 항상 붙어있으니까 아이들 얘기 많이 하고요. 여지껏 살아왔던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잘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내용들을 많이 나누죠. 그리고 신앙에 대한 것. 저도 많이 모르는데 신부님이 옆에 계셔서 많이 도와주십니다.


- 신부님도 함께하고 계신가요?

▶ 지역마다 본당별로 연락이 되셔서 거기에 가면 신부님이 나오시고, 다른 곳에 가면 거기 본당 신부님이 나오시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어디쯤 계세요?

▶ 오늘 익산에 도착했습니다.


- 익산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계속 이동하시는 거죠?

▶ 네.


-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데요.

▶ 그건 승현이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에요. 저는 그렇게까지 깊이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승현이 아버님이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더라고요.


- 열흘째 함께하고 계신 십자가의 길이가 130cm, 무게가 5kg이죠?

▶ 3일 전에 제가 실수로 떨어트려서 분리가 됐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5kg였었는데 수리를 하고 나니까 6kg가 됐어요.


- 십자가의 무게가 더해졌군요.. ‘십자가를 아무도지지 않으려고 해서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 신앙인으로서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승현이 아버님께서 제안하실 때 문득 그 생각이 들었어요. ‘웅기한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이 최고겠다’고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하는 신앙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해서 흔쾌히 허락을 했고, 같이 시작하게 됐습니다.


- 하느님 안에서 십자가를 지고 함께하고 계신데요, 아드님 생각이 많이 드실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위로를 해주셨습니까?

▶ 조금씩 걷다보니까 신부님들의 말씀을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신부님들이 십자가의 무게를 자꾸만 덜어 주시는 것 같아요. 가톨릭학회에서 프랑스 신부님께서 98년도에 오셨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신부님께서 강론 말씀 중에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랑하는 하느님. 하느님께서 책임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조금씩 내용을 알게 되더라고요. 많은 것은 알지 못했지만 일부분은 알게 되더라고요.


- 당초 유가족 3명으로 시작된 도보순례단이 날이 갈수록 참가자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계신가요?

▶ 맨 처음 단원고에서 출발할 때, 제가 와동성당에 다니는데 그 성당 학생들이 같이 하고싶다고 해서 제가 마음만 받은 적이 있습니다. 걷다보면 학생들을 위험이 따르잖아요. 그래서 맨 처음에는 셋이서 출발했었는데 일반인분들이 너무 많이 참여해주셨어요.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하루에 2~30분, 그리고 신부님들이 항상 계시고요. 수녀님들도 계시고, 학사님 계시고. 그런 분들이 항상 같이 해주십니다.


- 아직은 우리사회가 따뜻하다는 느낌도 드시겠어요.

▶ 그럼요. 많이 느낍니다.


- 하루 9시간 정도 십자가와 함께 도보순례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십니까?

▶ 아침 4시 반에 일어나서 5시에 출발합니다. 일단 아침을 한번 먹어봤는데 배가 부르니까 걷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11시까지 걷고 아침겸 점심을 먹습니다. 그래서 보통 3시정도까지 휴식을 취하고, 3시 반에서 4시정도에 다시 출발합니다. 보통 6~7시, 그날 체력이 되면 조금 더 걷고요, 안되면 그 전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


-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 역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여의도 국회에 이르기까지 1박2일 간의 도보순례길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어린 학생들의 도보순례 소식 접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 저희가 맨 처음 단원고에서 출발할 때 학생들에게 생존자인 너희들이 바라는 것들좀 리본에 써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것을 십자가에 달고 출발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니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서 도보순례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그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주셔서 무사히 갔다는 소식을 동참하신 기자분의 설명을 통해 듣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세월호 특별법 국회처리와 관련해 서울에서는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에 나서기도 했고요, 정치권의 갈등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시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습니까?

▶ 순례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전에는 그냥 힘으로 밀어붙여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조금 바뀐 게 그냥 기도를 하면서 호응을 많이 받지 않습니까. 불교신자, 기독교신자, 가톨릭 신자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그 기도의 힘이 정말 미칠 것이라 생각하고, 국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정말 고통 받고 힘없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동참해주고, 그 피눈물을 닦아주고, 그런 마음이 생겼으면 합니다.


-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각계각층에서 기대와 바람들 전하고 있는데요. 세월호 유가족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대한 기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희가 그렇게까지 일이 커질 거라고 생각 안하고 팽목항에 갔다가 교황님 오실 때 미사에 참석하는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걸으면서 자꾸만 기대가 커지더라고요. 교황님을 만나 뵙고 우리 십자가를 교황님께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자가에는 승현이 아버님과 저가 이야기 한 것과 304명의 혼이 담겨있고 고통이 담겨 있고, 우리의 전 국민의 바람이 담겨있는데 십자가를 선물로 드리면 교황님은 거절을 안 하시고 받으실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 미사 때 교황님께 짊어지고 간 십자가를 직접 봉헌하실 거란 말씀이시죠?

▶ 네, 그렇습니다.


-건강하게 무사히 도보순례 마치시길 바랍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7-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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