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김봉기 신부 ˝순교극 공연 이후 청년 신자 4배 늘어˝

* 김봉기 수원교구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 발언]

"마재의 성가정-복자 정약종"

"본당 가면 무조건 도서관 만들 것"

"마당극은 열린무대"

"순교극 공연 이후 청년 신자 4배 늘어"

"교황 얼굴 뵙는 것만으로도 행복"



[발언 전문]


다음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서 복자로 추대되는 124명의 순교자 중에는 정약전의 동생 "정약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정약종"은 형으로부터 교리를 배웠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한글 교리서인 <주교요지>를 집필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정약종"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을 대본으로 써서 출간한 사제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원교구 율전동 성당 김봉기 주임신부가 그 주인공인데요.

매주 토요일에 전해드리는 문화라운지.

오늘은 김봉기 신부를 연결해서 대본을 쓰게 된 배경과 공연 계획, 또 교황 방한에 거는 기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신부님 안녕하세요?
대본 제목이 <마재의 성가정-복자 정약종> 입니다. 124명의 순교자 가운데 정약종에 대한 대본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권유 때문에 정약종 복자를 택했는데요. 한국교회 창립 선조 5위에 들어가시는 분이에요. 권일신, 권철신, 이벽, 이승훈, 그리고 정약종 아우구스티노거든요. 교회사 창립 선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죠.



- 어느 분이 권유하셨나요?

▶ 시복시성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김동원 신부님이 총무를 맡고 계신데, 예전에 제가 대본 써놓은 것을 보시고 이번에 -을 하셨어요.



- 그럼 이번에 연극대본을 쓰신 게 처음이 아니신가요?

▶ 오래됐죠. 여러 차례 썼는데요. 출간한 건 처음입니다.


- 전에는 주로 어떤 대본들을 쓰셨나요?

▶ 주로 마당성극을 썼고요. 신학교 들어가기 전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학생들과 성탄절이나 부활절 때 연극을 하려고 무대연극대본을 써본 적이 있고, 각색을 한 적이 있고. 신학교 들어가서는 축제 때 길거리마당극 대본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연극대본을 전문적으로 쓰시는 신부님이시네요.

▶ 그런 건 아닌데,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랄까요, 2008년도 바오로 사도해에도 교우들과 뭐 좀 해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당극 같은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본을 써서 바오로 사도 일대기를 간략하게 현대극으로 만들었었고요. 작년에는 본당에서 600명 정도 신앙캠프를 갔는데 맹숭맹숭하면 재미없잖아요(웃음). 그래서 두세 달 동안 대본을 써서 열 네 마당으로 교우들과 공연했어요. 두 달 정도 연습해서 갔는데 아주 재밌었어요.



- 대본 쓰는 것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적은 없으시고요?

▶ 네. 신학교가기 전 일반대학 다닐 때 대학방송국에 있었습니다. PD로 제작과 연출 등을 하면서 라디오극본을 썼었는데, 그때 제 관심분야가 판소리나 탈춤이었어요. 우리것, 우리문화. 그래서 그쪽으로 공부라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많이 듣고 그랬죠.



- <마재의 성가정-복자 정약종>, 대본에 담긴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쓰셨나요?

▶ 정약종 복자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정약용 선생은 잘 아는데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와 주변 인물들, 가족들, 그래서 ‘마재의 성가정’이라고 한 거에요. 그리고 정약종과 신앙생활을 함께했던 동시대 주변 인물들을 다 찾아봤죠. 그분들과의 만남과 그 속에서 융화되는 부분들, 그리고 신앙에 표현되는 부분들을 찾아보니 대단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 대본을 쓰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셨어요?

▶ 저는 금방 쓰는 스타일인데요. 저는 본당에 가면 무조건 조그맣게 도서관을 만들어요. 도서관을 작게 만들었는데 교우들이 책을 많이 봉헌합니다, 기증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 한국교회사책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이번에 국립도서관이나 다른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좋은 자료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 200년 전의 일에 대한 자료를 모아서 다 독파하시고 대본을 만드신 건가요?

▶ 독파한 건 아니고요. 성인의 삶을 한 번 묵상해본 겁니다.



- 그런데 이번 대본으로 완성된 작품을 연극이라고 하지 않고 마당성극이라고 부르던데요. 연극과 마당성극, 어떻게 다른 건가요?

▶ 연극은 보통 닫힌 무대로 무대를 완전히 잘 꾸며서 조명과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죠. 관객과 배우들과의 거리가 있어요. 배우들과 소통이 안 이뤄지는 거죠. 참여하지 않고 관람만 하는 건데요. 물론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 연극도 있어요. 음향효과라든가 이런 걸 다 동원해서 표현해야 하는 내용이 있겠죠. 그런데 마당극은 열린 무대에요. 그래서 마당에 배우들이 있고, 사람들이 모이면 멍석만 깔고 하는 거죠.



- 복자로 되실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해서 너무 진지한 내용만 담고 있으면 신자들에게 친근감이 떨어질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는 요소도 들어있나요?

▶ 그렇죠. 대부분의 교우들이 성인이나 복자로 되신 분들의 연대기나 삶을 요약해놓은 것을 잘 안 보게 되죠. 저는 - 성인전 재밌거든요. 그런 게 흥이 나는 이유가 전율을 타는 거에요. 자기가 소리도 질러보고, 대사도 해보고, 200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사람들이 돼서 생각도 해보고. 그러면서 대사도 외우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은근히 몸에 배게 됩니다.



- <마재의 성가정-복자 정약종> 대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시는 대사를 조금만 읽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마지막 장면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여섯 마당으로 꾸며져 있는데, 마지막 여섯째 마당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께서 감옥에 갇힌 거에요. 아들 정하상 바오로와 딸 정정혜 엘리사벳, 그리고 아내 세실리아가 면회를 옵니다. 그래서 하상 바오로와 대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아들아, 아버지가 떠난다. 슬퍼하지 말아라. 이 아비는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이제 길을 가는 것이다. 이 아비의 목이 떨어지는 그 순간, 너희는 승리의 노래를 부르거라. 그리고 이 시대에 하느님의 빛 영광이 이 땅에 내렸음을, 승리했음을 선포하여라. 그리고 아들아, 너희는 이 아비가 죽으면 목이 땅에 떨어져 피가 흐르면 만세를 외치거라. 아버지가 승리했다고 만세를 외쳐야 한다. 그리고 너는 사제영입운동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 아들아, 사제를 영입해야 우리 천주교회가 살 수 있단다. 무슨 수를 쓰든지 있는 힘을 다해 사제를 이 땅에 모셔 들이거라.” 됐습니까? (웃음)



- 네,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은데요. 전화인터뷰를 하면서 대본을 이렇게 실현해주신 신부님은 처음이신 것 같습니다. 혹시 배우로도 직접 출연을 해보셨나요?

▶ 아니요. 그런 적은 없었고요. 저는 연출하죠. 그런데 연출자가 더 잘해야 되요.



-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실감나는데요. 아직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건 아니죠?

▶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책으로 나왔는데요. 이것을 어떻게 하냐면, 전문배우들을 쓰지 않고 -에서 지역별로나 구역별로 한 마당씩 맡는 거에요. 한 마당씩 맡으면 짧고요. 대사도 외우는 데 부담이 없고.



- 총 여섯 마당이라고 하셨죠?

▶ 네. 6개 구역이나 6개 지역에서 맡아서. 작년에도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 초연은 언제쯤 계획하고 계신지요?

▶ 9월달이요.



- 오늘 오후에는 본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들었습니다?

▶ 쑥스러운데요. 본당 교우들이 작년에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참 좋았던 것은 교우들이 기억하고 있거든요. 좀 쑥스럽습니다. (웃음)



- 많은 신자들이 마당성극을 통해서 정약종의 생애를 묵상하면 참 좋을텐데요. 이 방송을 듣고 대본을 구하고 싶어하는 본당이 많으실 것 같아요. 대본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공식적으로 판매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율전동성당 사무실로 전화주시면 보내드립니다. 우편이나 택배로 보내드리니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 연극을 통한 사목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하던데, 연극을 하고 나서 본당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 네. 그런 걸 많이 느꼈는데요. 기도를 하잖아요. 그냥 할 때와 간단한 연극으로 할 때의 감동이 달라요. 그리고 교우들이 느끼는 기쁨, 그리고 환희, 그런 걸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기도를 성인전으로 계속 해보자는 생각에 그때 처음으로 하게 됐고요. 작년에 저희 청년들이 남양성지 순교자 박마리아 김필립보 부부 순교극을 공연했어요. 두 마당짜리로 그것도 제가 썼는데, 그것을 하고 나서 청년들이 현재 4배 정도 늘었습니다. 처음 15명이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청년들이 지금은 80명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청년들을 보면 놀라워요.



- 복자로 추대되는 124명의 순교자 가운데 정약종 말고 또 마당성극으로 올리고 싶은 분이 있으신가요?

▶ 124위 순교복자들 중에서 제가 만약 또 쓰게 된다면 복자 강완숙 골롬바에 대해 쓰고 싶어요.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자 신앙인이고, 지혜롭고. 강완숙 골롬바에 대해 쓰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 교황님의 방한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정약종의 시복을 앞두고 대본을 쓰시면서 교황님 방한에 거는 기대가 더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신지요?

▶ 저는 교황님께서 방한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습니다. 얼굴을 뵙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요. 그동안 사순절 때 교황님 복음의 기쁨을 수차례 읽어보고, 신부님들과 같이 말씀도 나누고, 토론회도 했거든요. 교황님께 거는 기대보다도 말씀을 공부하고, 교황님께서 뭘 원하시는지 찾아가는 것, 그것이 참 중요하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교황께서 오시는 것 자체로 우리 교우들이 승화되고, 특별히 저는 교황님께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신자들이 몰려올 것이고요. 1984년도에도 교회가 두 배로 성장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황께서 방한하시고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이들이 천주교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고, 신앙을 갖고 싶어해 교회를 찾을 텐데 그에 대한 대책들, 그리고 재교육방안,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BC 윤재선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7-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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