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방송 TV 교황 방한 특집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을 찾아서

평화방송 TV 교황 방한 특집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을 찾아서
 
230년 교회 역사 비추어 우리 삶 성찰
 
▲ 우기홍(안중근 역, 왼쪽)씨와 브라이언(빌렘 신부 역)씨가 촬영이 들어가기 전 담당PD와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사람의 목숨이란 길어야 백 년. 그러나 영혼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천주님의 지극히 높은 권한은….”(안중근 역)

“컷! 밖에 무슨 소리야?”

서울 서대문 형무소 10옥사의 면회실. 두 평 남짓한 방 주위로 수십 명의 스태프가 숨을 죽이고 있다. “지금 촬영 중이어서요. 잠깐만 조용히 해주십시오!” PD의 말에 건물 밖으로 뛰어 나간 스태프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관람객들에게 부탁한다. 목덜미를 타고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린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9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에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를 담는 평화방송 다큐멘터리 ‘일어나 비추어라’(제작 이로물로 PD) 촬영이 한창이었다. 냉방시설 하나 없는 형무소 안에서 관람객이 만드는 소음과 싸우며 100년 전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빌렘(한국 이름 홍석구, 1860~1938) 신부를 만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었다.

특집 다큐멘터리는 교황 방한을 앞두고 평화방송이 기획한 야심작. 한 회에 50분씩 2부작으로 구성된다. 1부는 조선 시대 천주교를 처음 받아들이게 된 과정과 극심한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나간 선조들의 모습을 담고, 2부에서는 개항기부터 근현대까지 시대마다 두드러졌던 교회의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일반적인 역사 다큐멘터리와 달리 재연과 드라마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다루고 항공촬영 등으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제작을 담당하는 이로물로 PD는 한국교회를 함축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신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님의 방문을 앞두고 신앙 선조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현실 문제를 뛰어넘으려고 했던 그리스도인의 노력이 바로 교황님이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일어나 세상을 비추는 정신, 교황님이 제시하는 삶의 방향입니다.”

자발적으로 가톨릭을 받아들이고 역사의 순간마다 힘을 모았던 신앙인들의 모습에서 지금 우리나라에 오는 교황 방문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발견하는 그리스도인의 향기는 출연자와 스태프의 손을 거치면서 더욱 진해진다. 2부 내용 중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우기홍(미카엘, 41, 의정부교구 인창동본당)씨는 “요즘 기도를 할 때면 내 힘이 아니라 하느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제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주님이 채워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230년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일어나 비추어라’는 교황 방한 직전인 8월 10~13일쯤에 평화방송 TV(sky 413, 케이블은 지역에 따라 다름)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