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 초대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 초대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우리 바람 함께 기도해주시길”
 
▲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대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교황 만남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일본의 반성과 세계적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했다. 오른쪽부터 이용수ㆍ이옥선ㆍ강일출ㆍ김군자 할머니. 이정훈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례하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다. 교황은 이날 70년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온 할머니들에게 큰 위로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대한 이들은 나눔의 집에 사는 김군자(요안나, 88)ㆍ강일출(87) 할머니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대구에 사는 이용수(비비안나, 87) 할머니 등 5명이다. 이옥선(안나, 88) 할머니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독일에서 피해 증언활동이 계획돼 있어 아쉽게도 미사 참례는 못 하게 됐다. 교황과 만날 순간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을 9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만났다.

마침 대구에서 올라온 이용수 할머니는 “더는 바랄 게 없다고 할 만큼 교황님을 뵙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영광”이라며 “이렇게 설레고 비할 수 없이 기쁜 마음을 주시는 것만으로 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특히 소외된 이들과 저희를 만나주신다니 마치 그분을 통해 하느님 뜻이 이뤄지는 느낌”이라며 “교황님께서 미사를 통해 오랜 세월 이어온 일본의 만행에 대한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도록 빌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강일출 할머니는 “교황님 방한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 문제가 크게 개선되길 바란다”면서 “책을 팔고 전시를 해서 할머니들이 돈을 번다는 둥 하는, 저희를 아프게 하는 말이 이 사회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픈 다리를 힘겹게 이끌고 인터뷰에 함께한 김군자 할머니는 “요즘 다리가 부쩍 아파 (퇴촌)성당에 미사 참례하러 나가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평생 뵙기 어려운 교황님께서 먼저 저희를 초대해주시니 말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2000년과 2006년 각각 5000만 원을 사회에 기부한 김군자 할머니는 최근 장학금 1000만 원을 또 내놔 주변을 따뜻하게 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연신 자신의 팔과 다리 곳곳을 보여줬다. 십 대의 꽃다운 나이에 얼굴도, 이름도 모르던 일본군에게 맞아 움푹 팬 상처들이었다. 틀니를 해서 정확한 발음이 어려운데도 할머니는 당시의 아픔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한글을 모르던 제가 1970년대 초 어느 날 신부님께서 친절히 가르쳐주신 교리를 배우고 ‘안나’로 다시 태어난 게 기억납니다.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과거 언젠가 높은 분을 뵌 적이 있는데, 번쩍번쩍 빛나는 반지에 입맞춤한 기억이 나네요. 당일 미사에 참례하진 못하지만, 독일에서 일본군 피해자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열심히 할 겁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망언으로 저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본 사람들은 그저 저희가 죽길 바라고만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이웃 나라인 일본과 우리 후손들이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교황님 방한을 계기로 전 세계의 협조도 이뤄져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보상이 이뤄지길 다시 한 번 기대한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은 미사 때 2004년 별세한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그림 ‘못다 핀 꽃’ 액자 등을 교황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