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방한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 배우기 열풍

▲ 강우일 주교가 15일 서강대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주년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앵커]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배우기 열기가 한창입니다.

교황의 첫 권고문헌인 <복음의 기쁨>은 발간 한 달 만에 2만부가 넘게 팔렸고,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주년을 기념해 <복음의 기쁨>을 통해 드러난 교황의 생각과 사목방향을 알아보는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교황을 마치 연예인처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취재와 보도에 신익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1주년 기념 심포지엄...

화창한 주말 오후인데도 4백명을 수용하는 강당 안은 성직자와 수도자, 일반 신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찼습니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와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그리고 인터넷 교계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측은 바로 옆 식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에게 강당 안 상황을 생중계했습니다.

‘<복음의 기쁨>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교황의 첫 권고문헌인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이 전 세계 신자들에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개별교회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모색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조강연에 나선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 <복음의 기쁨>은 마치 보좌신부가 처음 주임신부가 되고나서 신자들에게 발표한 첫 사목지침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강우일 주교] “교종께서 이 문헌을 통해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가톨릭교회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렇게 쓰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친근하게 ‘파코 교종’이라고 부른 강우일 주교는 “교종이 기쁨을 강조하는 것은 역으로 현재 교회 안에 기쁨이 유실됐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교회가 권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회의 주류로 살아오면서 가난한 이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교황이 <복음의 기쁨>에서 강조한 것처럼 ‘자기 안위만 신경쓰는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절대 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 강우일 주교] "옛날에 구멍가게 하던 사람들은 자기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문 닫고 싶을 때 문 닫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유를 다 빼앗겼습니다. 24시 편의점하는 점주들은 대기업 유통업체의 거의 노예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이러한 경제는 사람을 사회에서 쫓아낼 뿐 아니라 사용하다 소모품처럼 버리고 죽이는 경제”라고 규정한 강우일 주교는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과거엔 교회를 ‘완전한 사회’나 ‘그리스도의 신비한 지체’, ‘하느님의 백성’, ‘친교의 공동체’라고 정의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최전방에서 다친 환자를 우선 치료하고 보는 ‘야전 병원’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박상훈 신부] ‘최전방에 나가야해요, 그렇죠? 교회는, 안에 있으면 안되는거에요. 세상의 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고 소통을 해야되요. 그러려면 전쟁터로 나가야지 집에 앉아서 뭘 하겠어요“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빈곤문제에 대한 교황의 권고내용을 소개하면서 “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물질적으로 돕는 사회복지 사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시장과 금융투기의 절대자율을 배척하고,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황을 연예인처럼 바라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강우일 주교입니다.

[녹취 : 강우일 주교] “파코 교종님 인기가 대단하신데, 개인적인 인기로 매스컴은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이 분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서는 곤란하고...”

강 주교는 "아무리 훌륭한 분도 우상화, 신화화되면 본질이 왜곡되기 쉽다"며 "교황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자"고 당부했습니다.

PBC뉴스 신익준입니다.
 
PBC 신익준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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