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전성우 ˝영화 <그 사람 추기경>, 김 추기경 참사제 모습 보여줘˝

* 영화 <그 사람 추기경> 전성우 감독,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영화 제목 <밥이 된 추기경>으로 생각했다가 <그 사람 추기경>으로 변경" 

"김수환 추기경,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자기성찰 멈추지 않아" 

"김수환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교황, 가난한 이에 대한 배려 등 비슷한 점 많아" 

"김 추기경의 고통스러운 투병 장면은 참사제의 모습 보여줘" 

"예수님의 부활도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김 추기경, 어떤 촬영도 거부하지 않았다" 

"안동, 마산 등 지방교구 시사회 먼저 하고 서울은 거의 마지막에 예정"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둔 다음달 7일 하늘나라에 계신 김수환 추기경의 음성을 영화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선종하신 지 5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의 가슴속에 늘 보고 싶은 목자로 남아 있는 분. 저희 평화방송이 선종 마지막 1000일 동안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비공개 영상을 다큐 영화에 담았습니다. <그 사람 추기경>, 제목부터 너무 인간적이고 친근합니다. 그러나 영화에 담긴 메시지는 가슴을 울립니다. <그 사람 추기경>을 연출한 전성우 감독이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참고로 전성우 감독은 현재 평화방송 TV 프로듀서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뭐라고 부를까요? 전성우 감독이라고 부를까요, 아님 전성우 PD (프로듀서)라고 부를까요, 어느 쪽이 편하세요? 

▶ 저는 PD가 편한데요. 어떤 분들은 감독이라고 불러주셔서 제가 좀 닭살 돋는 부분이 있습니다. 


- TV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셨는데 영화감독 데뷔는 처음이신가요? 

▶ 네. TV로 접근했다가 그냥 TV로만 하는 것보다는 영화로 제작할 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추기경님의 정신이라든지 삶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됐고요. 저도 처음입니다. 


- 영화 감독으로 데뷔를 하셨고 장르는 다큐 영화인데 김수환 추기경입니다. 우선 제목이 평범한 것 같으면서 특이합니다. 영화 제목이 왜 <그 사람 추기경>인가요? 

▶ 원래 제가 처음에 잡았던 제목은 ‘밥이 된 추기경’이었습니다. 밥은 씹고, 삼키고, 소화시키고, 나중에 화장실로 내보내고. 그래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우리 국민들에게 그렇게 씹히고, 먹히고, 그러면서 우리에게 영양분을 줬던 것 아닌가. 5주기가 됐는데 사실 많이 잊혀진 부분도 있어서, 그러면서 또 다시 밥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밥이 된 추기경’으로 생각했었는데요. 가만히 작업을 하다보니까 내가 뭔데 추기경님을 밥이 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추기경님 그 자체로 많은 것을 갖고 계신 분인데 내가 어떤 것을 포장하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 다 빼자, 그 사람이었고 추기경이었다, 그 사실만을 갖고 영화를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제작했고요. 그래서 제목도 ‘밥이 된 추기경’에서 ‘그 사람 추기경’으로 바꾸었습니다. 


- 영화의 시작이 인상적입니다. 계속 인터뷰 질문만 받으시다가 도중 추기경님께서 질문을 하시는 장면으로 시작하죠? 추기경님께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네”라고 하신 것으로 시작해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 제가 지난 겨울 3개월 동안 김수환 추기경님의 얼굴만 보고, 말씀만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헤아리기만 했었는데요. 그러면서 제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추기경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자기성찰을 멈추지 않은 분이셨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의 부족함을 끝까지 인식하신 분이셨다, 그래서 당신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단죄하거나 하는 것에 굉장히 본능적으로 힘들어하셨던 것 같고, 제가 볼 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기경님으로부터 배워야 할 정신이 아닌가, 우리는 모두 다 부족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부족함을 인식한다면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크게 비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추기경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높은 그분께서 그런 모습을 먼저 보여주신 것 아닌가. 제 생각에 우리 모두가 서로를 단죄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에 통합이라는 것은 금방 이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 교황 방한을 앞두고 있다 보니 추기경을 통해 교황을, 교황을 통해 추기경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추기경을 탐구한 감독으로서 교황과 추기경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은 무엇일까요? 

▶ 김수환 추기경님은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라고 하셨고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두 분이 같은 맥락에서 말씀하신 거고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가난한 사람은 사제가 특별히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을 실천하셨고,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교회의 사명이라고고 하신 점에서 또 같고요. 또 하나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교회는 세상을 위해 있지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셨고 그것을 실천하셨고요. 교황님께서도 ‘세상을 향해 교회가 나가라, 세상사람들을 위해 사제들이여, 뛰어나가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 다르게 표현했지만 의미는 결국 같네요. 

▶ 그렇죠.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먼저죠. 1969년에 추기경이 되셨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01년도에 추기경이 되셨으니까 제 생각엔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추기경 시절에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소문을 익히 많이 듣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다른 것도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질문으로 하나 남기고 싶은데, 두 분 중 한 분은 굉장히 모지시고 한 분은 마음이 굉장히 약하십니다. 어느 분이 모질고 어느 분이 약한지, 청취자분들께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문자로 보내주시고요. 영화를 통해 이런 점은 꼭 국민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 영화를 보시면 추기경님의 안 좋으신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런 모습을 영화에 담았느냐고 하셨어요. 제가 영화를 제작할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추기경님께서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라고 하셨던 것을 생각했고요. 두 번째는 그 분의 고통, 번민이 그분의 영광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추기경님이 그 고통 속에서, 말년에 가셔서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 그분 마저도 회의를 하셨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것이야말로 정말 참사제의 삶, 우리는 모두 신을 완성적으로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 찾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담으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추기경님의 고통 모습을 여과없이 담으려고 했다는 것을 조금 이해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말씀해주신대로 영화를 보면 특히 후반부에 추기경께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선종이 임박한 모습, 정신이 혼미한 모습.. 어떻게 보면 이 같은 모습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약간 거슬리고 추기경의 존엄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가 있는데요. 

▶ 제가 성경을 보니까 예수님이 발가벗겨지고, 가시관을 쓰셔서 피가 철철 흐르고, 창에 찔리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세워지셔서 모든 사람의 조롱거리가 되고. 사실 그 전날 밤에는 예수님께서 ‘거두어주십시오. 저는 도저히 이것을 못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묵상했을 때 예수님 부활의 영광이라는 것은 그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었을까, 그런 결론을 내리면서 추기경님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넣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저 또한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 김수환 추기경의 미공개 영상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요. 어떻게 촬영된 건가요? 

▶ 추기경님께서는 당신의 몸이 당신의 것이 아니라 교회의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계셨던 것 같고요. 그 어떤 촬영에 대해서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담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마음으로 깊이 존경했습니다. 


- 시사회를 여러 차례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지방 시사회를 먼저 하고 서울 시사회는 거의 마지막에 잡혀 있던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개인적으로 추기경님의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추기경님을 닮은 영화가 되고 싶었습니다. 추기경님 닮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시사회도 추기경님처럼 됐으면 좋겠다, 그럼 추기경님이 시사회를 어디서 제일 먼저 하실까 생각했을 때 그래도 교회 안에서도 소외된 교구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것 같았고요. 서울은 제일 막바지에 있습니다. 만약 기회가 되시면 청취자분들께서도 추기경님과 두 시간 동안 친근하게 가까이서 만나뵙는 시간을 이 영화를 통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오늘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평화방송이 김수환 추기경 선종 마지막 1000일의 모습을 담아 제작한 다큐영화 <그 사람 추기경>을 연출한 전성우 감독을 만나봤습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7-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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