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자캐오는 왜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갔을까?

자캐오는 왜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갔을까?
 
그리스도 만나려는 열망과 열린 마음 지녀… 하느님 구원 초대에 기꺼이 응답한 본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복음은 무엇보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라고… 우리를 초대한다”(39항)고 밝힙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라는 초대에 즉각 기꺼이 응답한 복음서의 인물을 찾으라면 우선 세리 자캐오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루카 19,1-10). 그는 돈이 많았지만 작고 볼품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로마인의 앞잡이라고 유다인들이 싫어하는 세리였습니다. 돈이 많았던 것도 세리라는 직업과 무관치 않겠지요.

자캐오는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듣고 호기심이 작동하고 궁금증이 일었겠지요. 그런데 그 예수님이 마을 앞을 지난다는 소식에 보러 갑니다. 하지만 키가 작아 예수님을 볼 수 없게 되자 큰 돌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마침내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시는 영광을 안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합니다. 지난주 ‘교황 방한 D-25’를 맞아 평화신문은 ‘그리스도와 만나도록,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를 한 주간의 성찰 주제로 제안했습니다. 세리 자캐오는 이 권고에 딱 들어맞게 처신한 성경의 인물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만난 자캐오는 그 만남과 그로 인한 구원 체험의 기쁨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루카 19,8). 이것이 주님께 받은 사랑과 구원에 대한 자캐오의 응답이었습니다.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에게 나눈다는 것은 열린 마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가난한 이들 안에서 주님을 만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다른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서 나와 다른 이들의 선익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의 자캐오가 이 응답의 본보기라고 한다면 지나칠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18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우리 자신에게서 나와 다른 이들의 선익을 추구하라”는 교황의 말씀을 되새기며 이를 삶으로 드러내도록 노력하는 한 주간이 됐으면 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