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함 깨달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함 깨달아”
 
‘미안해요’ ‘고마워요’ 미션 수행한 류희윤 선생님
 



한마디 말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고마워요”, “미안해요”, “~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제안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그 사람과 평화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말들을 얼마나 자주 사용할까. 60대 교사에게 이틀 동안 ‘미안해요’ ‘고마워요’ 두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라는 미션을 맡기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담았다.



‘미안하다’는 사과에 마음 편안해져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감 류희윤(미카엘, 61) 선생님은 얼마 전 한 교사를 꾸짖었던 것에 대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참관 수업에 들어갔다가 A교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 나중에 따로 말해주었는데, A교사의 마음이 상했는지 그 이후 류 교감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다.

미션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도 A교사였다. 류 교감은 잘잘못을 떠나서 A교사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이 기회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체험 첫째 날 아침, 류 교감은 A교사의 반을 가장 먼저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일전에 제가 지적한 것에 대해 사과하러 왔습니다.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합니다.”

교감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A선생은 잠시 말을 잃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 무척 어색하더라고요. 한참 어린 교사에게 사과하는 것이 창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막상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나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류 교감은 ‘저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우리 사이에 평화가 생기기를 바랍니다’는 마음을 ‘미안하다’는 말로 표현했다고 했다. 그동안 류 교감에게 냉랭하게 대하던 A교사의 마음이 풀린 것도 그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 표현해봐

둘째 날 아침은 가족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표현해보기로 했다. 아내 안향아(요세피나, 57)씨는 류 교감의 ‘사랑한다’는 말에 “진정성 없는 말이 또 시작됐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말하는 대로 살게 되잖아요. 부부로 살면서 ‘말 안 해도 알겠지’라며 그냥 넘어갈 때가 많은데 이렇게 표현하다 보면 서로를 더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씨가 덧붙였다.

이날 오후 류 교감의 학교 교무실에 피자 5판이 배달됐다. “웬 피자에요, 교감 선생님? 오늘 무슨 날인가?” 그는 “평소 여러분을 아끼는 제 마음을 담아서 쏘는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어우~뭐예요.” 교사들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교감 선생님의 변화가 싫지 않았다.

“체험하면서 생각해보니 곁에 있는 가족,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참 소중하더라고요. 말을 해야 속을 안다고, 평소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 그 사람을 아껴주기 위해서는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류 교감은 이번 기회로 깨달았다.

우리는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이 삶을 만들기 때문이다. 집회서는 “이슬이 불볕더위를 가라앉히지 않느냐? 그처럼 말 한마디가 선물보다 낫다”(18,16)고 말한다. 갈수록 경직되고 삭막해지는 요즘,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마디의 선물을 건네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바로, 당신 옆에 있는 사람에게.

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