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허영엽 ˝추기경 탄원서,잘못 눈감아 달라는 것 아냐˝

 
*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염수정 추기경, 7월 3일 구속자 5명 가족 만나서 면담"

"염수정 추기경, 숙고 끝에 7월 10일쯤 자필로 탄원서 작성"

"어린 자녀들이 동네와 학교에서 눈총과 비난을 받는 처지라고 들어"

"구속자 가족 2명, 바티칸 방문해 교황에게 억울함 호소"

"염 추기경 탄원서에 다른 이의 잘못을 77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내용 담겨"

"종교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작성된 것"

"무조건 잘못을 눈감아 달라는 것 아냐"

"죄인이라도 회개를 통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기회 달라고 요청"

"진정성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으로 이용하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



[발언전문]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와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피고인들에 대해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요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압력으로 종교계가 내란 음모자를 용인했다고 비판하고 있고 종교계는 피고인 가족들의 눈물겨운 인간적인 호소에 회개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을 뿐인데 이렇게 비춰져서 유감이라는 입장인데요. 탄원서의 정확한 내용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서울대교구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을 맡고 있는 허영엽 신부 연결하겠습니다.


-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피고인 가족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염수정 추기경의 탄원서는 어떻게 작성됐는지요?

▶ 지난 7월 3일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구속자 가족 5분을 만나서 면담이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구속자 가족분들이 추기경에게 구속자 가족으로서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했고요. 말미에는 탄원서에 서명을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추기경께서는 자신도 자세히 알아보고 숙고하겠다고 말씀하시고 바로 서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우선 추기경께서 가족들을 위해 마지막에 기도해주셨고요. 가족들이 돌아간 후에 추기경께서 일주일 정도 깊이 숙고하시고, 직접 한 자 한 자 자필로 작성하셔서 10일쯤 작성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기경 비서실에서 법원측에 내용을 우편으로 전달했습니다.


- 추기경께서 기도한 건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하신 거죠?

▶ 네. 가족들이 당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당하는 고통에 대해 면담 중에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을 추기경께서 잘 들으셨습니다. 나이 어린 자녀들도 학교나 동네에서 눈총과 조롱을 받고 비난받아야 하는 처지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들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추기경을 찾아오기 전인 5월14일에 피고인 가족들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청 정의평화위원장인 피터 턱슨 추기경의 주선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반 알현에 참석해 교황께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들었는데요. 그 경위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 네. 언론에 나온대로 구속자 가족 2분이 로마에 가셔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장인 피터 턱슨 추기경님을 만났고, 로마 바티칸 광장에서 일반 알현을 하거든요. 그때 배려를 받아서 앞줄에서 교황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구속자 이름, 사건의 사연을 적은 편지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이야기를 듣고 기도해주셨고요. 가족들도 같은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 피고인 가족들이 당초 준비해 서명을 요구한 탄원서 내용과 추기경께서 직접 작성한 탄원서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 가족들이 가져온 탄원서는 일반적인 내용이었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추기경께서는 당신이 묵상하면서 직접 성경 말씀과 죄인들에 대한 가톨릭 정신에 대해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 죄인에 대해 7번이 아니라 77번까지도 용서해야 한다는 마태오 복음을 인용하셨는데요. 이 말씀이 무조건 다른 이의 잘못을 눈감아주라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법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길 기도한다는 말씀을 쓰셨죠. 이 부분은 구속자 가족들이 요구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 저도 전문을 갖고 있습니다. “무조건 다른 이의 잘못을 눈감아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서 회개하기를 바랍니다. 법의 전문가가 아니라 단언해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법의 원칙에 따라서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이런 내용이죠?

▶ 맞습니다. 종교지도자로서의 요청인 거죠. 전적으로 종교적이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쓴 것이고.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회개했을 때 용서하는 것이 성경의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하고요. 죄를 지었더라도 회개하고 뉘우치면 용서하고 사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 가족들이 억울해하기 때문에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지 죄를 경감해달라는 요구는 아니군요?

▶ 전문에도 잘 나와있지만, 죄에 대한 어떤 부분을 언급하신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가장 중심이 되게 말씀하신 것은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는 재판부에 대한 요청이고요. 동시에 죄인이라도 회개를 통해 다시 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것이 기본 내용입니다.


- 피고인 가족들은 이후 조계종을 방문해 염 추기경의 탄원서 제출 사실을 알렸고 자승 총무원장 스님은 이들 가족들이 준비한 탄원서에 서명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 네. 저도 언론을 통해 알게됐는데요. 자승 스님이나 다른 종교지도자분들도 추기경님과 같은 마음으로 서명하셨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구속자들도 기회를 줘서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사회통합의 기회를 주시길 청한다는 내용이 그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 보수층을 중심으로 탄원서 제출이 ‘신중하지 못했다’,`이용 당했다’, 이런 비판들이 나오고 있고 종교계는 그 내용의 순수성과 비정치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신부님께서는 종교계의 이런 위로와 위안의 메시지가 종종 이같은 논란을 야기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종교지도자분들이 여러 상황을 충분히 성찰하고 예견해서 행동하셨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오히려 이용하는 사람들 잘못인 거죠. 진정성을 봐주셔야 하는데. 종교지도자분들이 갖고 있는 지향은 오늘날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는 공존하고 통합하고 화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너무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으로 판단한다든지, 그것이 또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죠. 저희들의 기본적인 입장은 상식적인 겁니다. 사법부의 판결에 영향을 준다든지 죄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를 요청한다는 게 아니죠. 죄가 있다면 처벌받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고요. 법치국가에서 법을 어긴 건 분명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게 정의고요. 종교적인 차원에서는 죄인이라도 회개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사랑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문제는 이 정도로 질문을 드리고요? 신부님께서는 한국 천주교 교황방한 준비위원회 대변인도 맡고 계신데요.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 잘 준비되고 있고요.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늘 부족하죠. 최대한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고, 제가 볼 때 80%정도 진행되지 않았나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다음 달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주례하시는 성모승천대축일미사에 참석하시죠? 그 자리에서 교황님을 만나시나요?

▶ 아마 교황님이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도 바로 위로메시지를 주셨고요. 그래서 아마 큰 사건이고, 저희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교황님께서 세월호 가족들과 어떤 형태로든 만남이 이뤄질 거라 생각합니다. 만나시는 이유는 가족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마음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교황님 방한에 대해 신자들이나 국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 교황님의 방한이 사실 가톨릭만의 종교행사가 아니라 모두의 축제가 되는 것이 저희들의 바람이고요. 조금이라도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이나 아픔이 치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국민여러분들께서는 교황님 방한 행사 때문에 불편을 조금 끼쳐드릴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와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 대변인을 맡고 있는 허영엽 신부님이였습니다.



***** 다음은 염수정 추기경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 전문 *****

안녕하십니까?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애쓰시는 재판부 여러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께 와서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와서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하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1)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무조건 다른 이의 잘못을 눈감아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비의 하느님은 죄인이 죽기를 바라지 않으시고 살아서 회개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 가톨릭이 오랜 역사를 통해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도움을 주었던 것은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에 근거합니다. 실제로 한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4대독자인 아들과 아내와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그가 극형에 처하지 않도록 탄원서를 내고 그의 회개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미움 보다는 용서를 선택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의원 이석기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많은 고통과 아픔을 지닌 한 자식의 어머니로 남편이 가정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법의 전문가가 아니라 뭐라 단언하여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귀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2014.07.10.

염수정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