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D-11] 분단 한반도에 평화 일깨워주시길

‘교황 방한에 거는 기대’ - 김근상 대주교(대한성공회 전국의회의장)

 




교황님, 귀한 발걸음을 환영합니다.

먼저 124년 전에 영국성공회의 선교로 시작된 대한성공회라는 작은 형제교회의 주교직을 감당하고 있는 소생에게 교황님의 한국 방문에 대한 소망을 말할 지면을 허락하신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성직자로서의 삶의 족적과 교황이 되신 후에 보이신 뜨거운 행보는 전 세계인들에게는 물론 한국에 있는 로마가톨릭 신자들과 다른 크리스천들, 나아가 한국 국민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잘못된 힘을 행사하려는 자들에게는 머뭇거리지 않고 날카로운 경고를 보내시는 교황님의 뜨거운 사랑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었고 해방이었고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교황님에게서 세례자 요한을 봅니다. 당신 스스로를 어떻게든 숨기고 하느님의 현존을 증언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표호(彪乎), 사자후(獅子吼)를 교황님의 가벼운 발걸음을 통해서 보게 됩니다.

교황님의 모습 속에 이렇게 교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미래를 보는 기쁨이 있습니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오시는 이곳 대한민국은 지금은 참 종교적 자유가 많은 곳이 되었습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땅에서 하느님을 고백하는 것은 곧 죽음을 뜻했지만 이제는 정말 신앙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에 의해 순교의 피를 흘렸고, 군사독재 시절에도 남아메리카와 같은 핍박과 학살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순교의 마음으로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의 교회는 신앙의 자유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신앙적 방종과 교회의 무분별한 일탈로 사회의 지탄이 되고 있음이 더 큰 슬픔과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제지수로는 세계 유수의 나라가 되었노라고 자랑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신앙의 격과 신학적 논의, 그리고 성소의 가치는 가슴이 아릴 정도로 형편 무인지경입니다.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때로는 이웃 종교 간의 관계에서도 극단적인 적개심이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제 책임도 있다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세계 선교사에서 유일하리만치 피 선교 국가에서 이렇게까지 성장한 교회는 없노라는 자부심은, 어느샌가 커다란 몸집을 과시하며 거들먹거리는 건달의 횡포를 떠올리게끔 되고 말았습니다. 숫자와 열심을 자랑하는 한국 교회의 광장 집회 신앙은 이제 지나간 줄 알았더니, 항간에서는 교황님의 방한이 다시 그 쓸데없는 열심에 불을 붙인다니 마냥 기쁘게 환영할 수는 없는 듯합니다. 다시 2000년 전 “호산나”를 외치던 군중이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치는 군중의 배반을 다시 볼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구중궁궐로만 보이던 바티칸의 성채들이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지게 하신 교황님이시기에 저는 믿습니다. 한국 교회의 달콤한 제안들을 물리치시고 아픔과 눈물이 있는 곳에 가시리라 믿습니다. 바티칸의 성공회 로마센터를 방문하셔서 캔터베리 대주교와 상호 축복을 나누신 모습을 기억할 때, 작은 형제자매들을 찾아가시고 환대하시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분단과 갈등의 한반도를 오셨으니, 통일, 그리고 일치와 화해,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을 일깨워주시리라 믿습니다.

교황님의 따스한 미소를 마음에 담고 성무에 기쁨이 넘치도록 완벽한 건강을 주시도록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