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시복식 때 자원봉사자 5000명 활동

행사장·성체분배 안내 담당… 교황 대신하는 마음으로 봉사 다짐



 미사 참례자, 16일 새벽 4~7시 신원확인·금속탐지기 통과 후 입장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되는 124위 시복식 전날인 8월 15일, 긴장과 흥분으로 그 누구보다 밤잠을 설칠 이들이 있다. 시복식 자원봉사자들이다.

교황 방한 서울대교구 준비위원회 봉사자분과(위원장 김연범 신부)에 따르면 이날 자원봉사에 나서는 이들은 무려 5000명에 달한다. 크게 유형별로 나눠보면 성인 자원봉사자 3000명 가운데 레지오 마리애 단원 2000명은 행사장 안내와 안전을, 1000명(성소후원회원 400명과 꾸르실리스타 600명)은 성체분배 안내를 맡는다. 이와 별도로 성체분배는 본당 성체분배자 700명, 신학생 100명, 사제 200명 등 1000명이 한다.

청년 자원봉사자는 청년 꾸르실리스타 300명과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자원봉사자 170여 명을 합쳐 470여 명이다. 이들은 행사장 안팎으로 나눠 행사장 안에서는 성인 자원봉사자들을 돕고, 행사장 밖에서는 별도 임무를 수행한다. 신학생들도 자원봉사 활동에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기사사도직회 회원 200여 명도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 1300여 대의 주차 관리를 담당한다.

7월 7일 시작한 자원봉사자 교육은 11일까지 담당 분야별로 나눠 모두 13차례 실시된다. 교육은 특별히 교황의 영성과 방한 의미를 일깨우는 1부와 각자 역할에 따른 2부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황의 영성과 방한 의미를 강조하는 것은 자원봉사가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기쁨이 되고, 신앙을 고백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봉사자분과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친절하게 봉사하는 것이다. 조규만(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주교는 봉사자 교육에서 “식당에서 불쾌한 일을 겪는 것은 대부분 주인이 아닌 종업원 때문인 것처럼, 신자들이 교황 행사에서 불쾌감을 맛본다면 그것은 교황이 아닌 자원봉사자들 때문일 것”이라며 교황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15일 광화문광장에 모두 모여 예행연습을 할 계획이다. 행사 식장이 15일 밤늦게 꾸며지면 신학생과 봉사자분과 위원은 16일 새벽 2시, 청년은 2시 반, 성인 봉사자들은 3시까지 현장에 나와 늦어도 3시 30분까지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 미사 참례자들이 새벽 4시부터 입장하기 때문이다.

미사 참례자들은 광화문광장 외곽에서 차에서 내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은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13개의 게이트에서 서울대교구청 직원과 신학생으로 구성된 봉사자들에게 신원확인을 받는데, 신원확인은 시복식이 교황을 아주 가까이에서 접하는 행사여서 경호상 불가피한 조처다. 이날 교황이 카퍼레이드할 때 참석자들은 아무리 멀어도 30m 이내에서 교황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석자들은 이어 300대 설치된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20만 명이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안에 모두 통과하려면 몹시 분주하다. 1인당 18초꼴이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참석자들은 다시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지정된 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참석자들은 이때 모자와 등산용 방석, 전례 예식서, 서울 천주교순례길 가이드북 등을 받는다. 깔끔한 뒷마무리를 위한 쓰레기봉투도 함께 나눠준다.

의료진과 식수대, 물품 비치대 등이 있는 부스는 행사장 안에 10개, 밖에 15개가 설치된다. 행사장 밖 부스는 행사장 안에 입장하지 못하고 밖에서 미사에 참례하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화장실은 600개를 설치한다. 330명당 1개꼴이다. 화장실 안내와 환자 이송, 교황 카퍼레이드 때 질서 유지 등도 봉사자들의 몫이다. 이날 안내 봉사자는 파란색 티셔츠를, 청년은 빨강, 성체분배 안내자는 흰색을 입는다.

18일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는 신학생을 포함해 270여 명이 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봉사자들의 티셔츠 색깔은 분홍이다.

봉사자분과위원장 김연범(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 신부는 “시복식 자원봉사 활동은 이날 시복되는 순교자들의 순교만큼은 아닐지라도 세상 가치가 아닌 하느님의 가치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