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남기지도 버리지도 않는 신앙인 삶

남기지도 버리지도 않는 신앙인 삶
 
서울 12지구 구반장 교육, 하느님 창조물 자연 보호위해 대량 소비 피해야
 
▲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하며 검소하면서 생태적 삶을 산다는 것을 묘사한 그림. 출처=교황 페이스북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 생태계가 갈수록 파괴되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태영성'이 주목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태영성'을 주제로 13일 서울 서초동성당에서 열린 12지구 구반장 교육과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정동 초록사순특강에서 각각 강사로 나선 김정훈(작은형제회) 신부와 맹주형(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위원은 "생태적 삶이란 대세를 거스르는 삶"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태적 공동체 이루자
 김정훈 신부는 13일 프란치스코 성인이 강조한 생태적 삶은 "대세를 거슬러 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국민 대부분이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되고 마음대로 대량 소비를 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것을 거스르라는 것이다. 김 신부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따'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따돌림을 당한다는 뜻인데,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태적 공동체를 이루려면 (대량소비와 같은) 대세를 따르지 말고 자따가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인간뿐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따라서 우리가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점점 망가지고 있는 자연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적 공동체의 예를 '수도원'과 '가정'에서 찾은 김 신부는 "두 공동체의 공통점은 '관계 중심'이라는 데 있다"면서 "우리 생각과 삶을 힘 중심, 소유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즐거운 불편을 통해
 '창조질서보전과 즐거운 불편운동'을 주제로 한 정동 초록사순특강에서 맹주형(아우구스티노)위원은 "즐거운 불편운동은 '느리게 살자'는 것"이라며 △어머니이신 땅 공경 △생명농업 실천 △자연에 부담 주지 않기 △흔적 남기지 않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숲에 불이 나자 벌새 한 마리만이 물 한 방울씩을 불길에 뿌리며 진화에 나섰다는 남미 구전동화를 소개한 맹 위원은 "다른 동물들은 모두 비웃었지만 벌새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묵묵히 자기 일을 찾아 실천한 것처럼, 우리도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맹 위원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환경의 날 강론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아무것도 버리지 말자'고 강조하셨다"면서 우리 신자들만이라도 사순을 맞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부터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