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방한에 거는 기대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즉위 이후 놀라운 메시지와 행보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작은 차를 탄다거나 여행자들의 숙소를 이용하신다든지, 장애우를 축복하기 위해 달리던 차를 멈춘다든지, ‘기행’에 가까운 행동으로 교황청 깊은 곳에 머무는 종교가 아닌 삶 속에서 사는 종교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메시지는 더욱 파격적입니다. 소수의 재화 독점, 무참한 불의의 상황과 불의를 지속시키는 정치 체제, 시장과 금융 투기의 절대적 자율성과 불평등한 소득분배 구조, 그리고 시장의 눈먼 힘과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에 대한 경고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를 공산주의자라 매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고통과 슬픔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양산하는 체제와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저는 그분이 ‘복음’의 관점에서 확실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이러한 때 교황님의 방한이 작금의 한국 상황에 아주 적절히 계획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에 의한 세 모녀의 자살사건이나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 겉으로는 남북 간 대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대결을 도모하는 거짓 등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와 정치, 경제 권력의 무능과 이기심으로 희망을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저는 교황님의 방한으로 한국 사회가, 아니 종교인들만이라도 정의에 대해서, 평화에 대해서, 그리고 올곧음에 대해서 고민이라도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교황님의 언행을 보고 ‘파격’이라 하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종교인이 걸어야 할 평상의 말과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아시아청년대회 일정과 124위 시복식의 기본 일정을 잘 마무리하시기를 빕니다. 또 어떠한 형태로라도 한국인들의 아픔에 교황께서 동참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빌어주시고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시기를 빕니다. 또한 그분이 다녀가신 이후에 평화와 정의, 그리고 생명을 위한 논의들이 이 땅 위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