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맹경순 ˝시복미사 독서 때 교황님 묵상 모습 보기 좋았다˝

* 맹경순 전 평화방송 아나운서,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시복식 며칠 전부터 주위 분들의 응원 받고 떨리기 시작" 

"독서 읽을 때 교황님이 묵상에 잠기신 모습 보기 좋았다" 

"독서 경쟁이 심해서 기대 안 했는데 기회 얻게 돼" 

"교황님의 말씀과 행보에는 인, 의, 예, 지 모두 들어있어" 

"교황님, 불과 바람 가운데서도 부드러운 소리 같아" 



[발언전문] 


지난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 벌써 일주일이 돼 가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124위 순교자 시복미사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시복식 현장의 감동을 오늘 다시한번 느껴보겠습니다. 

시복미사 전례에 독서자로 참여한 맹경순 전 평화방송 아나운서 연결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교황님께서 바티칸으로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교황님의 말씀과 메시지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맹경순 아나운서께서는 어떠신가요? 

▶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분이 함께 계셨을 때 따뜻했던 평화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어떤 분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리셨어요. “교황님 다시 와주세요. 그러면 다시는 출국 못하시게 출국금지해버릴 거에요.” 이렇게 사람들이 평화를 열망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 일주일 전 광화문 광장의 감동, 그리고 그 따뜻한 위로를 느꼈는데요. 조금 전 속보를 들은 것처럼 김영오 씨가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병원으로 이송되기 바로 직전이신데 버티고 계시다고 합니다. 교황님께 직접 위로도 받으신 분인데 안타깝습니다. 

▶ 네. 무엇보다 생명이 중요한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갖게 됩니다. 



- 시복식 전례에 참여하셔서 독서를 하셨는데요. 방송하실 때와는 느낌이 다르셨죠? 

▶ 사실은 제가 며칠 전까지는 안 떨렸어요. 말하는 게 직업이었는데, 그런데 나중에 서서히 아시게 된 주변분들이 하도 기뻐하시고 영광이라고 부러워하시니까 그때부터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잘 읽기보다는 실수하지 않게 해주시라고 기도드렸죠. 성경이라는 것이 담백하게 읽어야하지만 광화문 장소도 광활하고 내용도 순교하신 분들을 의미하니까 목소리에 그 표현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 중계방송을 들으니까 전혀 떨리신 기색 없이 담담하시던데요. 

▶ 다행입니다.(웃음) 



- 교황님을 제대위에서 뵀죠? 

▶ 그럼요. 입장하실 때와 나가실 때, 다섯 걸음 정도 앞에서 뵀었죠. 



- 교황님의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으세요? 

▶ 사실은 미사 전 과정을 못 봤어요. 동영상으로 제가 독서한 부분을 누가 보내줘서 봤는데 그날 제가 지혜서 3장 1절에서 9절까지 읽은 부분에서 “그분께서는 용광로 속의 금처럼 그들을 시험하시고,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는 부분이, 정말 찬란한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 카메라가 교황님을 비출 때 교황님도 -하시는 것처럼 화면에 비쳤어요. 성서 말씀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교황님의 깊은 생각에 잠기신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 저희들은 성경말씀을 들을 때마다 그런 느낌들이 늦게 와요. 오지 않을 때도 많고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거죠? 

▶ 어떻게 제가 감히 그렇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웃음) 



- 시복식 전례 참여와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 처음에 본당에서 경쟁이 하도 심해서 저는 아예 포기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89년도에 성체대회 때 여의도에 있었기 때문에 그 기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방진위에서 연락이 왔어요. 해주겠냐고 해서 제가 무척 기뻐서, 경쟁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하겠다고 했죠. 그 얘기를 무심코 저희 아이들한테 했더니 며느리가 봉투를 하나 내밀더라고요. 그래서 뭐냐, 했더니 “영광적인 자리에 가시는데 예쁜 한복 지어 입으세요.”, 그러더라고요. 아주 기쁘게 받았습니다. 



- 5일 동안 교황님의 방한 행보 지켜보시면서 국민들은 말씀은 물론이고 그 표정 하나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인간적인 면에서 어떤 끌림이 있다고 보십니까? 

▶ 제가 최근에 김영옥 선생 책을 봤어요. 거기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동양적인 사람들에게 조금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데 그것을 우리 감성구조로 바꾼다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생각하는 측은지심, 사회적인 불의에 수치를 느끼는 수오지심, 타인에게 내 이득을 양보하는 사양지심, 투철하게 시비를 가릴 수 있는 판단력을 시비지심”이라고 하더라고요. 뭉뚱그리면 인의예지가 되는데 교황님의 말씀과 행보에는 우리가 그냥 사랑이라는, 그야말로 김영옥 선생님 말대로 이야기하는 서양적인 개념이 동양적인 개념으로 바뀌어도 그 안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도 예로부터 우리 안에 스며들어있는 그런 평화와 정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교황님께서 동양의 인의예지가 다 들어있었다? 

▶ 정말 참 좋았습니다. 우리의 전례도 예가 들어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회적인 분별과 판단과 행동을 요구하는 수오지심도 들어있고, 장애자나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하신 것은 측은지심을 지적하신 것 같고요. 다 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 끝으로 방송인으로서 교황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분이라고 보세요? 

▶ 너무나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제 의견을 말할 주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구약성서 안에 열왕기 상권 19장 11절과 12절 말씀이 바로 그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도 지진 가운데에도 불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예언자 엘리야가 극심한 일을 겪은 다음에 주님을 만나 뵙는 표현이거든요. 교황님께서는 정말 누구를 큰 소리로 꾸짖지도 처단하지도 않으셨지만 평화 가운데 들어있는 것에 우리 모두 감동하고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까. 그 부드러운 소리, 불 가운데에도 바람 가운데에도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지만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안에 계신 그분이 바로 교황님이셨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 교황님은 ‘열왕기 상권 19장’이다, 교황님은 ‘그분’이다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 교황님은 바로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가는 분이시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네, 지난 16일 광화문 시복미사 전례에 독서자로 참여한 맹경순 전 평화방송 아나운서를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PBC 김혜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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