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쁜 소식

“시대·민족의 아픔 함께하는 교회 되겠다”

주교회의 새 의장 김희중 대주교 인터뷰

 




“저보다 능력이 뛰어난 주교님이 많은데도 저를 의장으로 선출하신 것은 심부름시키기 편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교회의 2014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임기 3년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여태까지는 편한 마음으로 주교회의에 참석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면서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된 부담감을 털어놓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교회에 당부하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주교님들의 뜻을 한데 모으는 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1947년 2월 출생으로 대건신학대학(현 광주가톨릭대)을 졸업하고 1975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에서 교회사 박사학위를 받은 김 대주교는 광주가톨릭대 교수와 금호동본당 주임을 지내고 2003년 6월 광주대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됐다. 이후 교구 총대리를 거쳐 2009년 7월 부교구장 대주교에 임명된 데 이어 2010년 4월 광주대교구장에 착좌했다. 현재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이며,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와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위원을 맡고 있다.

김 대주교는 교황이 한국 방문의 의미를 요약한 기억ㆍ희망ㆍ증언이라는 세 단어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먼저 기억과 관련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마라’는 경구처럼 기억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나 추억이 아니라 과거 사건의 의미를 오늘의 현실에 비춰 끊임없이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교회에 들어서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희망을 나누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김 대주교는 ‘증언’은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로만 그치지 말고 시장 한 귀퉁이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나물을 한 움큼 사주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주교는 이른바 교회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 문제와 관련해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볼 때는 오해와 왜곡된 인식이 생기기 쉽다”며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통 분모가 생기고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교황님은 어떤 행위도 그리스도가 빠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 가르침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교회의 활동과 사회적 활동이 다른 점입니다.”

김 대주교는 또 나눔과 연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주교는 “한 사람이 100보 앞서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10보씩 함께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면서 “물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가치관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남북 분단에서 기인합니다. 민족의 아픔과 함께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앞장서는 교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사진=오상철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