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쁜 소식

[신년 특집] 주님 손 꼬~옥 잡은 가족 보기 참 좋다! 네오까떼꾸메나도 길을 걷는 박성락·문아로 부부와 시끌벅적한 다섯 아이의 신앙 이야기

새해, 새 아침. 전국의 각 교구장은 하느님 말씀과 기도, 가정 복음화,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에 초점을 맞추고, 「복음의 기쁨」이 전해주는 가르침과 방법론에 따라 복음 선포의 주역이 될 것을 주문한다. 이에 하느님 말씀과 전례, 공동체라는 세 다리, 곧 정족(鼎足)과도 같은 균형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박성락(시몬, 40)ㆍ문아로(리타, 39)씨 부부와 다섯 자녀를 만났다. 초대 교회 공동체 운동으로 불리는 ‘네오까떼꾸메나도 길’ 안에서 신앙의 여정을 걷는, 마치 ‘도반’(道伴)과도 같은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 말씀과 기도, 공동체 생활을 빼놓고 박성락·문아로씨 가정을 설명할 수 없다. 박성락ㆍ문아로씨 부부와 다섯 자녀가 성탄 트리와 구유를 장식하고 있다.



네오까떼꾸메나도 길을 걷는 부부는 ‘예뻤다’. 질투가 날 정도였다. 살아가는 일상이나 직장 생활, 본당 공동체와 함께하는 신앙 생활은 더 예뻐 보였다. 

일터로, 학교로, 유치원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 모두를 만나기 위해 선택한 시간은 저녁나절.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아차산역 인근에 자리한 단독 주택 2층 보금자리에 들어서니 아이들로 야단법석이다. 손님이 왔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거실로, 부엌으로 뛰어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아이들답다. 손님이 오셨으니 인사하라고 엄마가 큰소리를 하자 그제야 아이들은 현관으로 달려와 건성으로 인사를 한 뒤 거실로, 부엌으로 조르르 달려간다. 엄마가 저녁마다 해주던 목욕 준비를 하느라 다들 바쁘다. 
 

▲ 박성락ㆍ문아로씨 부부와 다섯 자녀가 성탄 트리와 구유를 장식하고 있다.





여느 집과 다른 건 아이들이 하나둘이 아니라 다섯이나 된다는 점. 새해로 10살이 된 초등생 희언(이사야)이를 시작으로 다음 해 12월 31일에 태어난 9살 주안(아기 예수의 데레사)이, 한 해 걸러 태어난 7살 준언(그레고리오)이, 한참 있다가 태어난 4살 첼리나, 이제 6개월밖에 안 된 막내 이레네까지 2남 3녀다. 

이들 부부가 처음부터 다섯 자녀를 낳겠다고 작정한 건 아니다. 부부 역시 남들과 마찬가지로, 하나 혹은 둘만 낳으려 했다. 그런데 셋째를 낳고 나니 이 아이들을 언제, 어떻게 키우나 싶어 그만 낳으려고 했다. 그래서 셋째와 넷째는 터울이 3년이나 난다. 그런데 부부는 그때 “자녀를 낳는 건 하느님 몫”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생명의 주관자가 되려 했다는 자성에 넷째를 낳게 됐고, 넷째가 태어나니 하도 예뻐서 다섯째를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건 역시 쉽지 않다. 특히 자녀들에게 믿음을 전하기 위한 가정 전례가 가장 어렵다. 아침, 저녁기도가 이 가정에선 일상이다. 

특히 주일 아침은 시간전례(성무일도)로 바치는 아침기도를 통해 자녀들을 축복하고 믿음을 물려주는 데 힘을 쏟는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려면 ‘한없는’ 인내가 필요하다. 주모경에 영광송, 개별 자유기도에 이어 복음이 각자의 삶을 어떻게 비추는지 서로 나누는 ‘메아리’ 시간까지 가지려면, 아빠든 엄마든 큰 소리가 날 수밖에 없고 때론 회초리까지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믿음을 전할 수 없고, 또 성경이 현재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주 수, 토요일이면 성당(서울대교구 구의동성당)에서 공동체와 함께 말씀의 전례, 혹은 미사를 거행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은 공동체별로 월 피정, 곧 꼰비벤자를 갖는다. 

“가장이 아는 만큼, 배운 만큼 복음 해설과 함께 권고하고 자녀들도 이 말씀에 대해 한마디씩 해보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사실 통제가 되지 않기는 하지만, 자녀들을 위해 복음을 나누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아침기도는 믿음을 물려주는 핵심이자 아이들과 부모의 대화 시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메아리 시간은 사춘기로 엇나갔던 자녀들도 말씀에 자신을 비추어보고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메아리를 통해 부모들과 화해하고 부모 또한 자녀들을 받아주며 축복을 해주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 장난 스러운 표정으로 기도손을 하고 있는 장남 희언이. 장난 스러운 표정으로 기도손을 하고 있는 장남 희언이.




날마다 기도하려 하지만, 때로 기도를 빼먹을 때도 있다. 수도자들처럼 기도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날은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촛불 하나 켜놓고 마음을 모으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 필요한 은총을 하느님께 청하고 그 은총의 의미를 깨달으며 기도의 여정을 걸어가는 일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이들 부부가 처음부터 이렇게 네오까떼꾸메나도 길 안에서 가정기도에 열심이었던 건 아니다. 다 구교우 가정 출신에 모태 신앙이었지만, 혼인 전에는 학생회나 청년회, 성가대 활동을 하며 평범하게 신앙 생활을 했다. 물론 나름으로는 열심히 살았지만, 신앙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2년께 이제는 아내가 된 리타 씨의 초대로 둘이서 네오까떼꾸메나도 길을 걷게 되면서 신앙에 새롭게 눈을 떴다. 그 덕에 믿음 안에서 혼인했고,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받아들여 신앙으로 키워나갔다.

고비가 없을 리 없다.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부부 싸움도 당연히 한다. 하지만 날이 저물기 전에 서로 먼저 화해와 용서를 청한다. 삶 안에서, 가정 안에서, 직장 안에서 신앙과의 괴리도 당연히 있다. 그래서 직장을 비롯해 그 어디에서든 당당히 성호를 그으며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고 세속과 일정한 선을 긋기도 한다. 술을 좋아하던 것도, 접대의 유혹도 네오까떼꾸메나도 길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준비 모임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다.

2년 전 직장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것도 공동체 안에서 기도로 결정했다. 다니던 지점이 폐쇄되면서 명예 퇴직을 할지, 아니면 서울로 올라올지 고민이 컸는데, 기도 속에서 서울에 올라왔다. ‘주님께서 어디로 이끄시는지 가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울산에 있던 아파트를 팔아 집 크기를 줄여 전셋집을 구하고 구의동성당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신앙 생활을 시작했다. 요리 강사로 활동하던 부인은 잠시 일을 접고 다섯 아이를 돌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결국은 기도하는 삶을 통한 체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네오까떼꾸메나도 길 안에서 세 다리, 곧 하느님 말씀과 전례, 공동체가 주는 체험이 개인의 역사를 어떻게 이끌어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겸손되이 기다리며 기도하는 체험 말입니다.”

글·사진=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