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쁜 소식

남북에 울려 퍼진 ‘평화의 기도’ 1000번

▲ 2014년 5월 20일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이산가족들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매주 화요일 저녁. 서울 명동대성당과 평양 장충성당에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울려 퍼진다. 1995년 3월 7일부터 20여 년 이어진 기도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이어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6일로 1000차를 맞는다. 남한에서는 미사와 기도로, 북한에서는 기도만으로 계속해온 평화의 발걸음이다.

정세덕 신부는 “남북에 울려 퍼진 1000번의 기도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북한 교회에 신앙의 불꽃이 되살아나기를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5년 3월 1일 설립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모든 사업의 중심을 ‘기도’에 두고 있다. 북한 교회의 공식 기구인 조선가톨릭협회와 함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매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바치기로 합의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성직자가 없는 장충성당에서는 공소 예절과 함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명동대성당에서는 화해 미사 후 끝기도로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을 때도 매주 화요일 명동대성당에서는 화해 미사와 함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봉헌됐다. 대북문제가 정치적ㆍ경제적 논쟁에 휩싸일 때도 민족화해위원회에서는 대북지원과 교육ㆍ홍보사업을 계속해왔다. 

정 신부는 “북한의 억압과 제재 아래 북한 신자들의 신앙마저 뿌리째 뽑힌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영혼 속에는 신앙의 불꽃이 살아있다고 믿는다”며 “북한 신자들에게 성령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올해부터 분단 이전에 북한에 남아 있던 54개의 성당과 우리나라 신자들을 영적으로 연결하는 ‘영적 신자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의지가 담겼다. 염 추기경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다.

정 신부는 “북한교회를 기억하고 되살리기 위해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이 54개의 본당 중 하나를 선택해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바치는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영적으로 그 본당의 사제와 수도자, 신자가 되어 북한교회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룩한 제사가 봉헌될 날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1000번째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6일 저녁 7시,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염수정 추기경이 미사를 주례하고,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최창무 대주교가 강론한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