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박동호 ˝교회는 세상과 유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 필요˝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교황, 시복미사 전 세월호 유가족 손잡아주신 것 기억에 남아"

"선 성장, 후 분배가 아니라 동반해서 같이 가야"

"정치가 당리당략 차원이 아니라 국민과 유가족이 원하는 것 접근해야"

"교회는 세상과 유리된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 필요"

"인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회가 얼마나 귀한지 행동으로 옮겨야"

"나와 다른 사람을 <남>이 아니라 <또다른 나>로 바라봐야"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동안 한국 교회와 사회에 남긴 울림과 반향이 적지 않은데요.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님을 연결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메시지와 앞으로의 과제, 실천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박 신부님 안녕하세요? 교황님 방한 일정 기간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마음에 새길만한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 두 가지를 꼽고 싶은데요. 하나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서 , 또 광화문에서 교황께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것, 그리고 당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계셨던 것이 가장 인상깊었고요. 또 하나는 평화와 화해 미사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건네신 희망나비 배지를 제의 위에 달고 계신 모습이 인상깊었고, 그것이 많은 메시지를 남긴다고 생각했습니다.


- 교황님 방한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십니까?

▶ 교황님이 변화를 가져오실 불씨를 당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살리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죠. 아무래도 그 방향은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로 변화를 가져와야 할 과제가 우리들에게 남아있다고 봅니다.


- 교황께서는 “물질주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반대하는 게 아니라 싸워야 한다는 표현에 이르러서는 좀 당황스럽기도 한데요. 교황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 실제로 처음 말씀하신 것은 아니고요. 즉위하신 다음부터 1년 반 가까이 계속해서 하신 말씀인데요, 배경은 간단합니다. 당신이 세상을 사는 한 사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교회인으로 신앙인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지금의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양산하는 시장 자유주의 경제가 비인간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식별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요. 신앙의 관점에서 또는 성경의 관점에서 또는 이성의 관점에서도 그것은 당신이 보시기에 분명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의 경제개념에서 벗어나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 그렇죠. 경제도 사람을 위한 경제, 사회를 위한 경제여야 한다는 경제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도구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죠.


-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하라고 권고하셨잖아요. 현재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그럼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그렇죠. 저희들에게 아무래도 익숙한 표현이 경제살리기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경제를 위해서 사람이 도구가 되는 게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된 것이죠. 또 한 가지는 선성장 후분배, 흔히 말하는 파이론이죠. 그런데 그것은 선후의 문제가 아닌 동반해야 할 문제이고, 거꾸로 보면 정의라는 것은 성장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분배도 포함되는 거잖아요. 우리 사회 경제시스템에서 본질적으로 정의의 불안전함이랄까요, 왜곡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고요. 아무래도 현재의 성장 위주가 노동 혹은 사람을 도구로 삼는 구조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와 사회가, 교황도 그렇고 교회의 가르침도 그렇고, 시장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사회는 오히려 시장의 무한탐욕의 위험을 통제하고 적절하게 관리할 책무가 있다고 교회는 변함없이 가르치고 있었죠.


- 교황님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위로를 받고, 또 치유를 받았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 여야가 합의를 했습니다만 유족들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올바른 의미의 정치는 인간의 존엄함을 수호하면서 공동선을 실현하는, 일종의 사랑의 차원 높은 예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교황님도 그렇게 가르치시고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 정치가 당리당략이라는 차원으로 왜곡되어 버린 것이죠. 정치의 올바른 길을 세우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겠고요. 세월호 문제의 경우 행정부 후조치의 부족함으로 시민들과 유족들에게 아픔을 준 거잖아요. 행정부의 행위를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보완하기도 하고 견제할 것은 당연히 입법부 국회 혹은 정치권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시민이 원하는 것, 유가족이 실제로 바라는 바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있어서 당리당략의 관점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고 가족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 교황께서 한국 교회에 던진 메시지도 적지 않은데요, 특히 교회가 세속화 되는 것을 경계하시면서 한편으로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실천적인 활동과 연대를 어떻게 모색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첫째로는 교회 혹은 종교가 세상하고 별개로 유리돼 있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고요. 실천적으로는 정의 혹은 평화 혹은 인권, 그러니까 인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회가 얼마나 귀한가의 문제에 관해서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 그리고 다른 종교와 구체적으로 대화해서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필요하죠. 교회는 끊임없이 그런 가르침을 내놓았었는데 한국 교회의 경우 의도적일 수 있겠고 또는 무관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부분에 많이 소홀했죠. 앞으로 교황이 던진 메시지는 말 많이 하지 말고 분명한 것은 몸을 움직이라는 메시지죠.


- 교황께서는 이번 방한 기간에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셨는데요. 소통할 때 말을 많이 하면 안 되겠죠?

▶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요. 교황의 <복음의 기쁨>에서도 분명히 밝힌 것이고요. 한 가지는 나와 다른 사람을 남이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교회는 한 걸음 더 나가야 하고, 인간적으로 볼 땐 다른 사람을 또 다른 나로 봐야 하는 태도가 필요하겠고요. 두 번째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대중매체, 특히 보도와 관련한 대중매체가 제 역할을 올바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왜냐하면 시민들이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정보를 접해야만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정한 소통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매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웡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PBC 서종빈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8-20 08:46
<저작권자 ⓒ 평화방송(http://www.pbc.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