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아픈 대한민국을 보듬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청주교구 음성 꽃동네를 방문, 한 장애인과 포옹하고 있다. 14일부터 5일 일정으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처입은 대한민국 곳곳을 따뜻이 어루만지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14~18일 한국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이의 아픔을 끌어안은 위로의 아버지였다.
그가 세월호 사건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를 안아줬을 때 우리도 그 품에 안겨 위로를 받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손을 맞잡아줄 땐 우리 손도 덩달아 따뜻해졌다. 그가 특별히 사랑하는 아이들과 청년을 향해 보여준 천진난만한 미소는 힘겨운 삶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청량제였다.
가톨릭교회 행사인 아시아 청년대회와 124위 순교자 시복을 위해 방한한 교황이었지만, 그는 어느새 종교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위로받고 싶어하는 영적 아버지가 됐다. 교황이 행동으로 보여준 감동은 그가 남기고 간 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사람들을 만나고 미사를 집전하면서 강조했던 메시지를 되새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포옹이, 그의 손길이, 그의 미소가 떠오르는 이유다.
교황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경제적 풍요로움이 주는 유혹을 경계하며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대통령과 공직자들에겐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주교단에겐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희망과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날 집전한 평화와 화해 미사에선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얼마나 질적으로 기여했는가를 점검해보라”면서 많은 이들이 누리는 번영에서 배제된 이들을 향한 신자들의 복음적 관심을 촉구했다.
교황은 또 희망을 강조했다. 특히 청년들과 주교단에게 희망의 사도가 되기를 역설했다. 교황은 아시아 청년들과 만남에서 “복음은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떤 절망적인 상황도 변화시키며 하느님 나라를 자라나게 할 수 있다”며 주님을 믿고 세상 앞에서 주님을 힘차게 증언하기를 요청했다. 한국 주교단에겐 “하느님 은총과 자비의 복음이 가져다주는 희망, 순교자들을 감격시킨 그 희망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면서 “물질적인 번영 속에서도 어떤 진정하고 충만한 것을 찾고 있는 세상에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교황은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한국교회를 향해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해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직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던 순교자들의 삶을 일깨우며 “순교자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으면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