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인터뷰 전문] 윤학 ˝교황이 보여준 진정한 권력의 힘은 사랑˝

 
* 윤학 가톨릭다이제스트 대표,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주요발언]


"가톨릭다이제스트, 시사 문화 교육문제를 영성의 눈으로 보는 매체"

"독자들에게 감동을 넘어 영감을 주는 것이 목적"

"돈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책 만들고 싶어"

"기쁘고 환호하고 춤추면서 살라는 교황 말씀 마음에 와닿아"

"어떤 사람을 만나든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교황 모습 인상적"

"우리 사회, 슬픔을 위로하는 듯 하면서 시시비비 가리고 있어"

"신앙의 눈으로 성모님께 의탁하는 교황의 접근법"

"교황, 노란리본-나비배지 달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지 않는다는 것 보여줘"

"민감한 정치적 현안 당사자들을 더 위로하고 위안을 갖게 해"

"진정한 권력은 사랑의 힘"



[발언전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4박 5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하신 말씀 한 마디, 보여주셨던 눈길과 손길 하나까지 여전히 많은 분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으실 텐데요.

오늘 이 시간, 교황 방한의 의의와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라는 주제로 월간 가톨릭다이제스트 윤학 대표 연결해서 말씀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 윤학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월간 가톨릭다이제스트, 많은 분들이 ‘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만들어내는 곳입니까?

▶ 저희 책 표지에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에게 애써 권하는 책’이거든요. 정말 아끼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그냥 권하면 안 보지 않습니까. 애써 권하는 책입니다. 시사와 문화, 교육을 영성의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든 것이고요. 그래서 요즘 감동을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만 감동을 넘어서 영감을 주는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많은 분들이 ‘책 내용이 참 따뜻하다’는 평가들 하시던데요. 반대로 보면 세상의 논리와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비판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통 우리가 현실을 말하면 우리 현실은 경쟁사회다, 돈이 말해주는 세상이다, 유전무죄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볼 땐 그러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병언씨의 죽음을 보죠. 그 분이 돈이 있었기 때문에 비참한 죽음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히려 돈이 없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에요. 오히려 생명을 지켰을 거에요. 또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오셨는데 이 분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지 않았습니까. 사랑이 많았기 때문에요. 현실은 경쟁이 아닌 사랑, 돈이 아닌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각광받고 사람들은 살아가거든요. 그래서 가톨릭다이제스트는 참 현실을 보여주는 책을 만들고 싶고요. 세상의 논리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으로 오늘 교황 방한 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들에 대해 얘기 나눠볼 텐데요. 먼저 한 달이 다 돼 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윤 대표님께는 개인적으로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 제가 10여년 전에 로마에 처음 가게 됐습니다. 장인이 로마에 자주 다니셨거든요. 여쭤봤어요. 로마에 가면 볼 것이 뭐가 있었느냐. 그랬더니 이 분이 “로마에 뭐 볼게 있다냐. 교황님 한 번 보면 되지.” 그래요. 그래서 그 나이드신 분 봐서 뭐하냐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곳에 오래된 유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그 불만을 갖고 갔어요. 가서 베드로 광장에서 시성식이 있었어요. 저도 많은 군중들 속에 있었죠. 저 뒤에서 요한 바로오 2세가 나타났어요. 아주 멀리 있으니까 점처럼 보였죠. 그런데 그걸 본 순간 제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분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을 같이 나눠주고 싶어서 애쓰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때 경험이 있어서 저도 대전에 갔습니다. 교황님을 서울에서는 가까이 뵙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서 저희 갓 세례받은 직원, 하느님을 정말 좋아하는 직원, 아버지가 병으로 고통받는 직원을 뽑고 저희 가족 모두가 갔어요. 그래서 교황님을 뵙게 됐는데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래도 가게 된 마음을 생각해보면, 모든 국민들이 이번에 광화문에 많이 모이지 않았습니까. 저처럼 왜 갔느냐.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는 것도 아닌데 정말 가치 있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거죠. 우리 사회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기억이 끝까지 남아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께선 머물러 계셨던 4박 5일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들에게 참 깊은 인상을 남겨 주셨는데요. 특히 교황께서 남기신 말들은 ‘어록’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교황님의 말씀이라면 어떤 건가요?

▶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늘 깨어있어라.” 인생을 정말 기뻐하고 환호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잠 들어있는 사람한테는 그게 안 온다는 거에요. 늘 깨어서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고 하느님 말씀을 추구하면서 그것을 실천하고 사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참 좋았어요. 그런 삶을 살라는 말씀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그렇다고 잠을 안 잘 수는 없고요. (웃음)

▶ 네, 그렇습니다. (웃음)


- 가끔 열 마디의 말보다 진심 어린 행동 하나가 더 감동을 주기도 하지요? 방한 기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교황님의 행동, 어떤 게 있으세요?

▶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요. 미사 때 평화의 인사를 나누지 않습니까. 그럼 상대방을 보면서도 그냥 인사할 때가 많아요. 인사라는 건 서로 눈을 보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교황님은 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누구를 만나든 맑은 눈으로 마주치면서 인사하고, 웃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분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 크구나, 사람을 존중하는구나. 존중하지 않으면 인사할 때 눈을 마주칠 수 없거든요.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눈을 마주치면서 살아가는 세상을 교황님께서 바라신 것이 아닌가. 아기들한테도 눈을 마주치시잖아요.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게도 눈을 마주치시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존중해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세월호 참사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월호 유가족을 대하는 모습 보시면서 어떤 생각들 해 보셨습니까?

▶ 그분이 교황이라는 위치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자식을 잃은 사람들처럼 한 인간으로 대하시고, 그분들을 대하시면서도 어느 쪽에 편들지 않고 균형감 있게 정말 슬퍼하시는,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꽃동네 장애인들과 위안부 할머니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가톨릭 신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감동을 주기도 했는데요.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접근법과 교황의 접근법,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 우리는 슬픔을 위로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중점을 두거든요. 처벌하겠다는 증오감에 시민운동도 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불신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말 슬픈 일 아닙니까. 그런데 교황님께서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하나가 됐다고 하셨어요. 다 모두가 슬퍼하고 있다고 보셨거든요. 똑같은 상황을 보시면서도. 그리고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의탁한다고 하셨어요. 주님께서 격려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해주셨거든요. 이렇게 사건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요. 인간이 꼭 해결한다는 측면보다도 신앙으로 믿는다는 것. 그리고 일치. 슬픔으로 하나되었다는 화해. 이런 메시지를 주시더라고요.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이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현실이 갈등을 조장하고 처벌하고 증오하는 것으로는 해결책이 안 되거든요. 그것을 우리는 해결책이라고 보고 현실이라고 보고 있는데, 교황님께서 현실은 오히려 현실은 신앙과 일치와 화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말씀 들어보니까 우리가 정말 슬픔을 위로하고 나눌 때 서로 일단 시시비비를 먼저 가리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서로 갈등도 생기고 불신이 생겨서 더 큰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교황님은 다르다는 말씀이시네요.

▶ 그러니까 이 세상일은 시시비비를 가릴 일도 있지만 가릴 수 없는 일도 있거든요. 이번 세월호 사건도 그렇습니다. 인간의 잘못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크거든요. 그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눈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야만 이 사건이 해결되고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데 오히려 인간이 잘못된 부분만 가지고 너무 크게 보고, 그것에 온통 쏠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황님은 그렇게 접근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분의 생각이 우리와 다르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착용하셨던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배지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나비 모양 배지는 정치적 파장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괘념치 않는 모습이셨거든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정치적 현안에 대응하는 교황님의 모습 보시면서 어떤 생각들 해 보셨어요?

▶ 세월호 참사라든지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정치적인 부분도 있죠. 그러나 그게 정치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회적, 문화적, 인간 본연의 문제거든요. 그리고 종교의 문제고 양심의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적인 파장이 무서워서 그런 문제들을 등한시하실 수는 없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급니까. 더 큰 장을 보시면서 더 개입하시고 더 우려하시고, 이런 모습이 역시 멋있다, 작은 문제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리가 날까봐 피하시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을 향해 가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 아직 한 달이 채 안되긴 했습니다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다녀가시기 전과 후, 우리 사회에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 그렇죠. 진정한 힘이 뭔가를 보여주셨잖아요. 꼭 권력 있고 그런 게 아니라 사랑의 힘. 교황님이 오셔서 많이 봤지 않았습니까. 그게 변화고요. 광화문 말이죠, 순교자들의 곳에서 오히려 권력자나 이런 사람들도 작은 자가 되고, 순교자들이 정말 대접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많은 분들이 화해하는, 교황님께서 화해하라고 하셨잖아요. 어떤 분이 정말 미운 사람이 있었는데 화해했다고 하고, 우리 직원들도 그런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화해하고. 화해까지는 안 되더라도 증오를 없애고 화해해야 한다는 마음까지도 생기게 해주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교황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프란치스코 효과’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요. 교황 방한 이후 우리 사회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프란치스코 효과’라면 어떤 부분일까요?

▶ 나이들면 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교황님께서는 그 연세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계십니까. 늙음도 아름답다, 늙음도 강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할 것이 많다, 또 무엇이 가장 강한 것이냐, 사랑이 가장 강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고 많은 힘을 줄 수 있다, 가난한 것도 아름답다는 것. 소형차를 타고 다니시면서도 얼마나 아름다우셨습니까. 그 차도 부끄럽지 않고 얼마나 좋습니까. 인간 본연의 자세를 갖게 했다는, 그게 프란치스코 효과가 아닌가.


- 가톨릭교회가 프란치스코 신드롬, 프란치스코 효과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일단 우리가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눈부터 마주치자. 정말로 존중하고 사랑하자. 교황이 오셨다고 해서 국가적으로 법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나부터 화해하고, 눈도 마주치고 하면 사회가 변하고 국가가 변하거든요. 이런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난하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라 부유한 사람들도 안아주고, 가난한 사람들도 도와주고, 이런 모습들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 우리 사회에 제대로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비판에서 나온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 너무 물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로 남을 의식하는 것 때문에 어른들이 어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야 할 길을 그냥 가잖아요. 그런 변화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추석 아침에 좋은 말씀들을 들으니 행복하네요.

▶ 저도 행복합니다.
PBC 김성덕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9-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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