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물질 이기주의 맞서 하느님 나라 누룩으로 성장하라˝

신자 5만여 명 경기장에 운집,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봉헌

 

 

▲ 프란치스코 교황과 주교·사제단이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신자들이 교황 입장에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교황이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마치면서 축복하고 있다.
▲ 가수 인순이씨가 미사 전 문화행사에서 열창하고 있다.
▲ 세계적 프리마돈나 조수미씨가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도록 성모께 간청했다. 아울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고,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또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와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5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미사는 교황이 방한 후 대중과 함께한 첫 미사였다.

교황은 “영광 속에 앉으신 성모님께서는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절망이 수많은 젊은이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을 적시하면서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이런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미사 후 인사말을 통해 “교황님의 방한은 우리 교회가 ‘일어나 세상을 비추라’는 말씀을 증언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저희가)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빛과 썩지 않을 소금이 되고 저희의 변화된 삶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형제자매를 치유하며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 이힘 기자 lensman@,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 정완영 명예기자  


◎…이날 미사는 10시 50분쯤 입당성가 ‘서로 사랑하십시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구 사제단을 시작으로 한국 주교단과 아시아 주교단에 이어 교황이 중앙 통로로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미사는 교황이 라틴어로, 신자들은 우리말로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성찬례 때 사용할 예물 봉헌은 대전교구 매리지 엔카운터(ME) 부부 김재홍(미카엘, 60)·이경애(마카엘라, 57) 부부와 만삭의 딸 김진아(가브리엘라, 31)·최원석(가브리엘, 32) 부부가 담당. 이와 관련, 대전교구는 “가정과 생명 사랑에서 모범이 되는 가족이어서 봉헌자로 선정했다”며 이들이 오래 전부터 부부일치운동(ME)과 선택(Choice)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성화에 힘써 왔고, 장기 기증도 했다고 소개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미사 후 감사 인사에서 30만 대전교구민의 마음을 담은 영적 선물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영적 선물은 묵주기도 1500만 단, 교황의 지향을 위한 미사 200만 회, 교황을 위한 기도 328만 9179회 등이다.  

교황 퇴장과 동시에 교구 레지아와 충남 웃다리 풍물 단원들 50명으로 구성된 연합 풍물팀이 흥겨운 경기ㆍ충청 가락인 ‘웃다리 풍물’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헬기를 이용하려던 처음 예정과 달리 KTX를 이용, 대전역에 온 후 전용 경차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10시 20분쯤 도착했다. 날씨 상황과 편리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방한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교황이 고속전철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경기장 도착 모습이 전광판을 통해 전해지면서 경기장 안은 환호의 물결이 일었다. 입구에서 오픈카로 옮겨탄 교황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신자들 환호에 인사했다. 교황은 김준현(토마스 모어, 33, 대전 탄방동본당), 이상은(아가타, 32)씨 부부가 내민 두 살배기 아들 경환(요한)의 머리를 쓰다듬고 축복했다. 축복을 받고자 하는 신자들 연호에 오픈카에서 내려 신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사랑을 전했다.

이어 제의실로 들어간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대표 및 생존 학생 10명과 10여 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이에 앞서 신자들은 교황 방한 후 첫 공식 대중 미사인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부터 부지런히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6시가 되자 경기장 내 LED 전광판에는 평화방송의 특집 다큐멘터리 ‘일어나 비추어라’가 상영됐다. 세계 가톨릭교회 역사에 이례적으로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를 2부작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신앙의 힘으로 일어나 비추려고 했던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조명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나자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친 후 문화행사를 보며 교황을 맞을 준비를 했다.

중증장애시설 성모의 마을에서 온 뇌병변장애 1급 박서용(안젤로, 41)씨는 “항상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별히 애정을 쏟으시는 교황님이기에 더욱 뵙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서 “오늘이 성모 승천 대축일이니만큼 성모님께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 그리고 또 나 자신을 위해 기도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에서 새벽 1시 30분에 출발했다는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빈지 피올로(Venjie Piolo, 36)씨는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국민으로서 이렇게 교황님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아침 8시 40분 식전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대전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과 대전교구 도나데이 합창단을 비롯, 인기가수 인순이(체칠리아)씨와 세계적 프리마돈나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씨도 함께했다.

‘거위의 꿈’ 등을 부른 인순이씨는 “교황님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오늘 무대에 선 것은 내 생애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수미씨는 “이 자리에 함께하기 위해 이틀 전에 한국에 돌아왔다”며 ‘넬라 판타지아’ 구노의 ‘아베 마리아’ 등을 열창했다. 조씨는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교황님 앞에서 노래한다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떨리는 마음을 고백했다. 또 “가장 존경하는 분을 만나 제 음반 ‘온리 바흐’(Only Bach)를 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문화행사가 마무리되면서 식장은 교황을 기다리는 흥분과 열기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