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124위 시복 자체 추진 ‘한국교회 쾌거’

시복 청원인 김종수 신부(로마 교황청 한인신학원장)

 

▲ 시복 청원인 김종수 신부가 124위에 대한 약전을 낭독하고 있다.




“124위 시복 추진 초기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가 청원인으로 마무리하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16일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서 청원인으로 124위 약전을 낭독한 김종수(로마 교황청 한인신학원장) 신부는 “2009년 5월 교황청 시성성에 시복 문서를 제출한 지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시복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김 신부는 “시복예식에서 약전 낭독 후 교황님과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교황님께 124위 순교자 시복이 빨리 이뤄지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청원인으로서 124위 포지시오(Positio, 최종 심사자료)를 준비하는 데 아무래도 언어적 약점을 지닐 수밖에 없었지만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한국 사제의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성성 관계자들은 우리가 제출한 포지시오가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국교회도 성지순례 등을 통해 신자들이 124위를 얼마나 공경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김 신부는 “이번 124위 시복은 프랑스 선교사들이 중심이 됐던 103위 시복시성과 달리 순전히 한국교회가 자체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면서 한국교회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외국 교회 사람들은 교회도 잘 모르고 정식 세례조차 받지 못한 윤지충 같은 이가 신앙을 위해 순교했다는 사실에 다들 놀랍니다. 그리고 그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곧바로 추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아해 합니다. 124위 시복은 그만큼 늦었던 셈입니다.”

김 신부는 교황 방한을 앞두고 로마에서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김 신부는 “한국교회는 오늘날처럼 무신론과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도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이라며 이는 순교자의 신앙이 면면히 이어진 덕분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로해줄 목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양 냄새 나는 목자, 지금 교황이 바로 그런 분입니다. 교황님은 교회와 사목자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교황님께 힘과 용기를 얻고, 그분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남정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