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오니 휴대폰이 말을 거네˝
▲ 명동성당 대성전 입구에 다다르니 성당 관련 정보가 담긴 메시지가 휴대폰에 전송된다. 이정훈 기자 |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 들어서자 휴대폰에 알림 메시지가 뜬다. "명동대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본당이자 한국천주교회의 상징입니다." 뒤쪽 지하성당을 들어서니 이곳이 성인들의 유해가 모셔진 성지라는 내용의 정보가 재차 전송된다. "명동대성당 성모동산에서 묵주기도 드려보실래요?" 몇 걸음 떨어진 성당 뒤편 성모동산에 이르니 이젠 휴대폰이 묵주기도를 권하기까지 한다.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실장 최양호 신부)이 최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스마트폰 위치 기반 정보 서비스로, 휴대폰에 '매일미사' 애플리케이션만 설치돼 있으면 누구나 이 같은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현실 이야기다.
전산정보실이 교회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처음 내놓은 이 서비스는 '비콘(beacon)' 기반 기술을 모바일에 적용한 신기술로, 지난해 해외에서 첫 선을 보인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데이터 통신기술이다. 전산정보실은 이를 차용해 교회 미디어 사목에 적용했다. 이 서비스가 적용된 성당 반경 50~100m에 이르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신호를 받아 위치를 파악하고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해외에서는 조금씩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은 기술이다.
전산정보실은 지난 2월부터 교회 명소인 명동성당에 이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에 들어갔다. 현재 70만 명이 이용하는 가톨릭 대표 애플리케이션 '매일미사'를 내려받고, 블루투스 기능만 활성화시키면 된다. 메시지가 전송된 후 확인을 누르면 바로 성당 홈페이지로 연결돼 미사시간과 성당 역사 등을 볼 수 있으며, 뒤편 지하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고해성사 시간표 등을 볼 수 있다. 명동성당 우측 주교관을 가면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홈페이지로 이동된다.
위치 기반 서비스의 경쟁력은 무한하다. 국내 111곳에 이르는 순교성지에 이 같은 서비스가 실시되면 휴대폰이 '성지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자신이 지나는 곳이 성지나 성당이란 사실을 휴대폰이 능동적으로 알려줄 수도 있다. 또 수도원이나 복지관 등 수많은 교회 기관이 이 기술을 이용하면, 힘들이지 않고 지나는 이들에게 기관을 소개할 수 있다.
전산정보실장 최양호 신부는 "미디어 경쟁 시대에 교회 또한 신자들을 위해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자들은 몰랐던 교회 정보와 역사를 간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과 시복식 이후 더 많은 이들이 성지를 순례하게 될 것을 예상해 내년에는 전국 성당과 성지가 이 같은 서비스를 갖추도록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