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D-11] 교황에게 한국 성모님의 인자한 미소 선물

심순화 화백의 성모자화를 교황 방한 공식 선물로, 방한 기념 메달의 공식 성화도 심 화백 그림으로 선정돼

 

▲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할 심순화 화백 작품 ‘평화의 모후’.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념 메달에 새겨질 심순화 화백의 ‘한국의 성모자’ 작품.

 

▲ 심순화 화백




심순화(가타리나, 52) 화백의 성모자화가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교회 공식 선물로 전달된다. 가장 한국적인 색채의 성모자화와 순교자화를 그려온 심 화백의 그림은 교황에게도 한국의 성모님을 인상 깊게 보여줄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24일 서울 당고개순교성지에서 만난 심 화백은 “뭐라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 속에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며 “고민 끝에 새롭게 그려진 제 작품이 교황님께도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심 화백이 교황 방한을 기념해 그린 작품은 「평화의 모후」(130x97㎝)다. 한복을 곱게 입은 성모님이 저마다 얼굴색이 다른 세계 각국 아이들과 어울려 화합을 이루고, 하늘에서는 천사가 기뻐 찬양하는, 말 그대로 평화로움의 절정을 그린 작품이다. 성모님 치맛자락 아래에서는 흑인, 남미 아이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성모님을 바라보고, 한복을 입은 남북한 아이들은 올리브 나뭇가지를 들고 손을 맞잡고 있다. 오랜 내전과 분열로 가장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중앙아시아 어린이는 성모님의 축복이 더욱 간절하다는 듯 아예 치맛자락이 구겨지도록 붙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내려다보는 성모님과 아기 예수의 모습은 한없이 인자하고 평화롭다. 작품을 본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조규만 주교는 “한국 성모자화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완성된 이 그림은 조만간 교황이 방한 기간 중 머물 교황청 대사관저로 옮겨질 예정이다.



메달 성화, 교황이 직접 선정

심 화백은 “처음엔 성모님과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그려 넣을까 했는데, 지역에 국한하지 않은 세계 평화로 모두 하나 되는 모습이야말로 교황님께서 가장 지향하는 모습이라 여겨 화폭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더욱 기쁜 소식이 전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심 화백의 그림을 방한 기념 메달에 새길 공식 성화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달된 것이다. 교황은 최근 방한 기념 메달에 교황 자신의 얼굴보다 한국의 성모님을 새겼으면 좋겠다고 한국교회 측에 전해왔고, 교황은 한국 근대 미술사를 장식한 내로라하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나란히 놓고 고심한 결과, 심 화백의 그림을 선정했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그의 따스한 느낌의 성화 세계를 알아본 것일까. 아직 그림 선물이 준비된 것을 모르는 교황은 마치 답례하듯 심 화백 그림을 메달 공식 성화로 선정한 것이다. 메달에 새겨질 성화는 그가 2003년 그린 「한국의 성모자」로, 한복을 입은 성모자 아래로 일곱 송이 무궁화가 나란히 만개한 작품이다.

그는 “이처럼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받으면서 갑자기 이뤄지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가 품은 작은 씨앗이 주님의 도우심으로 꽃을 피워주시는 것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교황에게 심 화백의 그림이 전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직접 알현해 성모자화를 전달한 바 있다. 성모님과 성요셉이 남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모습이 담긴 성화를 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알현 당시 심 화백에게 한참이나 뭐라고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그때 보안상 통역을 대동할 수 없어 교황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독일 출신인 교황이 분단의 아픔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감상평을 한참이나 설명한 것으로 그는 이해했다.



국내외 40여 곳에 작품 전시

“매일 성모님을 그릴 생각만 하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고, 설레는지 모릅니다. 이런 제 안의 행복과 설렘으로 성모님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것뿐입니다. 두 번이나 교황님께 제 그림을 보여드릴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심순화 화백의 성화는 프랑스 루르드 성모성지와 로마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저를 비롯한 국내외 40여 군데에 걸려 있으며, 2011년 권철호 신부와 함께 따뜻한 어머니의 품으로 새로 단장한 당고개순교성지를 방문하면 그의 당고개 성모님 조각과 그림, 순교자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