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검소하고 친근하고 자상한 ‘아버지 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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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옥수동성당에서 만난 문한림(아르헨티나 산마르틴교구) 주교는 무척 바빴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부터 수많은 언론사의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았던 문 주교는 한국에 오자마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년 지기’로 소개되는 문 주교는 ‘교황은 어떤 분인가?’라는 질문에 계속해서 답하고 있다.
며칠째 받는 같은 질문에 지칠 법도 한데 문 주교는 “뭐가 힘들겠냐?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교황님께서는 늘 ‘밖으로 나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기자들이 찾아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면서 “교황님을 알리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분이신가?”라는 수 없이 받았을 법한 질문에 “조용하고, 간소하고, 검소하고, 친근하고, 자상하고, 소박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자들은 물론 사제들에게도 굉장히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사제들이 주교관에 전화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메시지를 남기면 반드시 1~2시간 안에 전화를 주셨어요. 당신이 직접 전화를 받을 때도 많았고요. 언제든 전화할 수 있고, 또 자상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시니 정말 좋았죠. 추기경(교황)님 전화를 기다릴 때 기분이 좋았어요.”
지난 4월 바티칸에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교황을 알현했을 때 교황은 문 주교를 언급하면서 “그 아이는 아주 괜찮다”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문 주교는 “교황님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으셨던 분인데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전해 듣고 놀랐다”며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시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은 문 주교도, 아르헨티나 교회도, 교황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콘클라베 참석을 위해 떠날 때 사제들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교황은 “콘클라베를 마치면 은퇴해서 사제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짐도 아주 간소하게 챙기고 비행기 표도 왕복으로 끊었다.
문 주교는 “은퇴를 결심하시고 콘클
라베에 참석하셨는데, 하느님께서 더 큰 사명을 주셨다”면서 “(교황 선출은) 교황님에게도 신자들에게도 정말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신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문 주교는 그 원동력을 “늘 사람들과 가찹게(가깝게) 사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사랑이 전해져요. 교황님은 신부일 때나, 주교일 때나, 추기경일 때나, 교황일 때나 한결같이 사람을 사랑하셨어요. TV에 나오는 교황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친근함을 느끼잖아요? 교황님의 사랑을 사람들이 느끼는 거죠.”
문 주교는 “교황님은 휴가를 포기하시고 당신이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을 만나러 오시는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교황님을 환영해 드리자”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교황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에 함께하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교황을 바라볼 계획이다. 아르헨티나에 “태양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좋지만 가까이 가면 타서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고 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