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세월호 아픔,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단으로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 시대의 참 목자(牧者)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오전 10시 15분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행단을 태운 알리탈리아항공 전세기가 서울공항에 도착했고, 15분 후 문이 열리면서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비행기에서 내려온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인사했고,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화답했다. 교황은 최우진(프레데리코, 계성초 6)ㆍ승원(가타리나, 계성초 2) 남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는 이탈리아어로 “친절하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교황은 정부와 교회 관계자, 32명의 평신도 환영단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환영단은 학생, 가톨릭 노동청년, 새터민, 어르신 대표, 이주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예비신자, 시복 대상자 후손, 장애인, 외국인 선교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 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의 상징이었다.
교황은 정부나 교회 관계자보다 이들 평신도 환영단과의 만남에 더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한명 한명 악수하며 온화한 웃음과 눈인사를 건넸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는 “잊지 않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했고, 고개를 깊이 숙여 크게 절하는 환영객 앞에서는 함께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보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제자들을 구하고 자신은 희생한 고 남윤철(아우구스티노) 교사의 부모 남수현(가브리엘)ㆍ송경옥(모니카)씨 부부는 교황과 악수하는 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볼리비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녜스 팔로메케로마네트(30)씨는 “어릴 적부터 교황님 뵙기를 꿈꿔왔는데, 꿈이 이뤄져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새터민 한성룡(대건 안드레아, 44)씨는 “교황님의 소박한 모습에 놀랐다”며 “교황님과 악수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영단과 인사를 마친 후 10시 45분쯤 검은색 쏘울 승용차를 타고 방한 기간 숙소로 사용할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저로 이동했다.
공항 환영식장에 교계 인사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김지석ㆍ장봉훈 주교 등 주교회의 의장단,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방준위 집행위원장 조규만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등 주교단과 평신도 대표단을 인솔한 손희송ㆍ이정준 신부, 수도회를 대표해 황석모 신부와 이광옥 수녀가 참석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