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호외] 순교자 유산, 평화·인간가치 수호에 이바지

프란치스코 교황,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강론 요지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십 만 명의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124위 시복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루어진 승리를 경축합니다. 이 순교자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환희와 영광 속에서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함께 참여합니다.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습니다.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처럼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들을 오늘 기념하여 경축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여명기, 바로 그 첫 순간들로 돌아가는 기회를 우리에게 줍니다. 이는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기를 촉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자주 우리의 신앙이 세상에 의해 도전받음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시고, 그 다음에 이 세상의 다른 온갖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원한 나라와 관련해서 보아야 함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옵니다.

또한 순교자들은 그들의 모범으로,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중요성에 관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줍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 증언의 순수성으로서, 세례받은 모든 이가 동등한 존엄성을 지녔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가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우리는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입니다.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여 일하도록 영감(靈感)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인사말

교황님,

한국 교회의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와 함께 기쁘게 교황님을 환영하며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교황님께 인사말을 드리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이미 103위 순교 성인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시복식을 통하여 124위의 복자들을 더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곳 광화문은 조선 시대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위치해 있었고, 순교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순교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에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오늘 시복식은 가톨릭 교우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 나아가 아시아의 많은 형제들과 더불어 순교자들이 보여준 보편적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화해와 일치의 장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복식을 통해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빛과 소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복음화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더욱 봉사하며 그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되겠습니다. 교황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리며 우리 한국교회를 위해 늘 기억해주시고 축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