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봉헌
“평화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18일 명동성당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봉헌
초청자 1,700여명 명동성당에 모여 기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등 초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월)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이 자리에는 평화와 화해가 필요한 사람들과 이를 위해 애쓰는 이들 1,000여명(명동성당 입장)과 전국 16개 교구 성당 사무장 및 사무원 등 교회에서 종사하는 700여명의 직원들(성모동산 및 교구청신관 입장)이 초청되었다. 가톨릭회관 앞에는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일반인도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했다.
□ 미사 주요 참석자
교황방한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 이하 방한위)가 초청한 이들은 중고등학생 50여명, 교회 내 가정대표 12명, 필리핀 및 중국 출신 다문화가정대표 8명 등이다. 방한위는 교회와 사회의 미래인 중고등학생들과 가정에서부터 평화와 화해가 시작되어야함을 강조하고자 이번 대상자들을 초대하게 됐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도 미사에 초대를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명(기존 3명에서 최근 추가됨, 변동가능성 있음), 새터민 5명, 납북자 가족 5명,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회 관계자 5명, 장애인과 보호자 20명 등도 포함되었다. 밀양 주민, 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 등 각각 3명씩 12명의 이웃들도 초청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해 미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방한위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위안부 피해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성당 가장 앞쪽 좌석을 비우고 이들이 편안하게 미사를 봉헌 할 수 있게 조치할 계획이다.
이날 미사에 참석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설렘에 며칠을 잠을 못잤고 이날 미사만 기다리고 있다. 교황님을 만나면 무슨 말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한번만 꼭 안아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은 새터민 최 모 씨는 “교황님께서 오심으로서 북에 남은 가족들도 빨리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 교황님께서 남북의 통일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새터민 오 모 씨는 “교황님께서 워낙 유명인사이다보니 사람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말씀 한 마디에도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다. 사도로서 우리나라에 오신 교황님을 내일 뵙게 되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달라고 요청 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북한출신 사제 및 수녀와 평신도 30여명도 초청됐다. 방한위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오늘 오전 브리핑을 통해 “북한 출신 사제들은 전쟁이 났을 때는 신학생이었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평양, 원산, 함흥교구에 속했던 분들이다. 사제, 수녀, 신자들은 실향민으로 내려와 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실향민들을 인솔할 평양교구 출신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장)는 “이분들 중 수녀님들은 대부분 90세를 넘기셨다.”라고 전했다.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일꾼들에게도 방한위의 초대장이 건네졌다. 각 교구 대표 사제 200여명, 평양교구의 기초를 닦았던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관계자들(5명)과 메리놀외방전교회 대북관련 공헌자 가톨릭의 해외원조 창구인 한국카리타스의 관계자(5명), 환경미화원과 현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들과 수형자들을 돌보는 교도관들(총 10여명)도 초청됐다. 34년의 한센인 무료진료로 지난해 교황으로부터 ‘교황과 교회를 위한 성 십자가 훈장’을 수상한 강대건 원장 등도 참석한다.
나라의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할 입법, 사법, 행정 기관 대표들 각 10여명도 초대받아 ‘평화와 화해’를 향한 기원에 마음을 모을 계획이다.
이웃종교 지도자 12명도 초대됐다. 특별히 교황은 미사 전 이웃종교 지도자들을 명동대성당 문화관 1층에서 만날 계획이다.
□ 미사전례
이날 미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시작기도, 말씀전례, 성찬전례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성경내용을 낭독하는 ‘독서’는 배우 안성기(사도요한)이 맡았다. 안 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최근 교황방한 환영영상 ‘코이노니아’에서 주도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신자들이 기도하는 ‘보편지향기도’는 세상의 평화(고등학생 이지수 로사 양), 교회(평협 수석부회장 조기연 마르티노 씨), 분쟁지역(한국 카리타스 팀장 박영신 클라우디아 씨), 분단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오혜정 스바니야 수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고등학생 문준영 가브리엘 군)을 위해 기도한다. 미사에 사용할 제병과 포도주를 봉헌하는 ‘예물봉헌’에는 다문화가정 대표로 이봉선(사무엘) 씨와 Marily Guardiano(필리핀출신), 그 자녀들이 참여한다.
□ 평화와 화해의 상징물
이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평화와 화해의 상징물을 제의실 입구(명동성당 문화관 1층)에 설치하고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이를 교황에게 봉헌한다. 평양교구 주교좌성당을 기억하며 ‘파티마의 성모상’을 놓고, 성모상 아래 휴전선 철조망(1953년 설치된 것으로 교체를 위해 철거된 것)으로 만든 ‘가시면류관’을 배치할 계획이다.
‘파티마의 성모상’은 남북 평화와 일치를 기원하는 뜻에서 설치된다. 6대 평양교구장인 홍용호 주교는 평양교구 주교좌성당을 평화의 모후인 성모에게 봉헌하며 평화와 화합을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파티마의 성모는 1917년 5월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발현하여 사람들에게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그 약속이 70년 만에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내년이면 남북의 분단이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염 추기경은 사석에서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회개를 원한다”라고 늘 강조해왔으며, 지난 5월 관할교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성모상의 발아래 설치할 예정인 ‘가시면류관’은 예수 고난의 상징이다. 우리 민족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의미에서 설치했다. 이 설치물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이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받침대의 가운데에는 실제 휴전선의 철조망을 사용하여 박해받는 그리스도교의 상징인 가시관을 만들고 기도문 중앙에 “Ut unum sint(하나되게 하소서)”라는 표지문이 적혀 있다.
*<참조1> 평양교구 개괄
*<참조2>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
[참조1] 평양교구
평양교구는 1927년 3월 서울대목구 소속이었던 평안남ㆍ북도를 관할하는 평양지목구로 출발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교구 기초를 닦은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신부와 수녀들이 미국으로 강제 추방됐고, 이후 한국인 사제단과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가 평양교구 사목을 맡았다.
1944년 당시 평양교구는 본당 21개, 공소 117개가 있었다. 신자 수는 2만 6400여 명에 달했다. 1948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교회 시설들이 몰수되면서 평양교구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1949년에는 교구장 홍용호 주교를 비롯한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가 체포되거나 행방불명됐다. 6ㆍ25전쟁 직후에는 사제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현재 19명의 평양교구 출신 사제와 평양에서 서원한 7명의 수녀가 생존해 있으며, 18명의 신학생들이 평양교구 소속 신학생으로서 수학하고 있다. 평양교구 신우회는 서울 20여명, 부산 10여명이 있으며, 매월 한 차례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참조2]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 사람을 당신의 모습대로 지어내신 주님,
저희가 모두 주님을 닮게 하소서.
● 사랑으로 하나 되신 주님처럼
저희가 서로 사랑하여 하나 되게 하소서.
○ 평화를 바라시는 주님,
이 나라 이 땅에 잃어버린 평화를 되찾게 하소서.
● 한 핏줄 한 겨레이면서도 서로 헐뜯고 싸웠던
저희 잘못을 깨우쳐 주소서.
○ 분단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하시고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은총을 내려 주소서.
● 인류의 일치를 바라시는 주님,
갈라져 사는 저희 겨레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소서.
○ 저희의 무관심을 깨닫게 하시어
겨레의 일치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게 하시고
가진 바를 나누게 하소서.
●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평화 통일을 이룩하게 하소서.
○ 온 겨레가 주님을 믿어
이 땅에 주님의 나라를 이루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 평화의 모후시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이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