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평화칼럼] 비바 예수 그리스도!

[평화칼럼] 비바 예수 그리스도!
 
박군수 미카엘(평화방송 라디오국장)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한 5일,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환호하고 감동했다.

교황님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에 함께 머물고, 교황님의 눈길이 닿는 곳을 함께 보면서 뭉클해 했다. 만난 많은 사람들은 누구랄 것 없이 행복해했고 가슴 벅차다고 했다. 사연과 문자로 올라오는 청취자들의 글 가운데는 ‘감격했다’, ‘울컥했다’는 표현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광화문 시복미사에서 교황님을 만난 한 자매는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새벽 4시에 와서 교황님을 두 번이나 뵙고 나니 힘든 게 다 사라졌어요!” 한 젊은 사제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 “사제품 받을 때의 결심을 되새겼다”면서 “사회적인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예수님 닮은 사제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교황님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셨다.

방송문자 참여도 활발했고 새싹 청취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오늘 하루종일 평화방송 라디오를 듣고 TV 시청을 했습니다. 노란 리본을 다신 교황님 모습, 함께 기도하며 뭉클하고 감사했습니다. 저녁 미사에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릴 것입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5일 동안 라디오에서 전해주는 교황님 바쁜 일정과 낮은 곳을 소중히 여기시는 마음, 발을 씻겨주고 입맞춤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어요.”

지난 8월 9일 저녁 청계천 한빛광장. 평화방송·평화신문이 마련한 교황 방한 환영음악회에 출연한 인순이(체칠리아)씨에게 사회자가 물었다. “교황님께 어떤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나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불러드리고 싶어요. 저는 이 노래를 서서 불러본 적이 없어요.” 그러더니 무대 위에 무릎을 꿇고 반주도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광장을 꽉 메운 3000여 관객은 숨을 죽였다. 이렇게 기도하듯 한 절의 노래가 끝나고 일어섰을 때 탄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세월호 십자가 순례 아버지 김학일(루도비코)씨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앞서 교황님을 뵈었다.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까지 900㎞, 40일간의 여정을 마친 뒤였다. 그는 교황님을 뵙자마자 큰절을 올렸다. 그가 메고 걸었던 십자가의 의미를 그는 ‘영광’이라고 했다. “십자가를 통해 저 너머를 보았다”고 말했다. 아들 웅기 군을 비롯한 304명의 영혼이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히 기쁘게 머물 수 있는 영광, 그리고 자신은 교황님을 뵙는 영광을 선물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교황님을 뵙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은 시간들이었다. 나는 교황님을 직접 뵙는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교황님의 행보를 전하면서 가장 먼저 교황님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울컥하게 한 장면은 꽃동네를 방문하신 교황님의 모습이다. 장애 어린이가 드린 꽃다발을 받아든 교황님, 꽃다발을 성모님께 봉헌해도 좋을지를 어린이에게 되물으셨다. 그러고는 천천히 성모상 앞에 꽃다발을 바치셨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기 전 꽃동네 가족들과 함께 성모송을 바치셨다. 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약한 이, 가난한 이를 더 보듬으시는 자비의 마음. 성모님 앞에 어린이처럼 기도드리는 한없이 겸손하신 모습!

지난 5일 동안 우리는 비바 파파!를 연호하며 교황님의 거룩한 발걸음과 함께했다. 이제는 교황님의 요청대로 ‘비바 예수 그리스도!’를 외쳐야 할 때다. 이제야말로 교황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교황님께서 들려주고 보여주신 메시지에 주목할 때다. 교황님이 주신 선물, 복음의 기쁨을 살며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를 전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