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교황 방한 결산] 교황이 주고 받은 선물

정성 선물하고, 그리스도의 따뜻한 온기 받아

 

▲ ‘교황님 안전하게 모셔줘서 고맙다!’ 서울 광화문 시복미사 등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이 돼준 오픈카 2대가 교황방한위원회가 별도로 마련한 서울의 한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현대기아차는 교황 방한 때 사용한 오픈카 등을 최근 방한위에 기증했다. 방한위는 이들 차량을 전시하거나 내년 1월 교황이 스리랑카와 필리핀 사목방문 때 다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교황이 서울대교구에 선물한 124위 복자가 새겨진 메달. 리길재 기자

 

▲ 서울가톨릭목공예 장재덕 회장이 교황에게 선물한 조각작품. 순교자의 칼을 형상화했다. 제공=서울가톨릭목공예

 

▲ 위안부 할머니들이 교황에게 선물한 고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못다 핀 꽃’. 리길재 기자




‘서울 가톨릭 공동체 모든 분께, 이 도시에서 복음의 효소가 나날이 되어가시기 빕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성모님의 도우심을 빕니다. 프란치스코 2014년 8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서울대교구에 남긴 글이다. 교황은 성작과 성반, 124위 복자 동판이 새겨진 메달을 선물하고, 성당 머릿돌 글씨, 교구청 현판을 축성했다. 교황이 한국에서 주고받은 물적 선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받은 선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구민을 대표해 18일 명동대성당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관과 파티마 성모상을 선물했다. 대전교구는 묵주기도 1500만 단 이상과 미사 200만 회, 교황을 위한 기도 328만 9179회 등 영적 선물을 적은 자기, 아르헨티나 루한 성모상과 김대건 신부상을 새긴 나전칠기를 전했다.

서울가톨릭목공예 장재덕(바실리오) 회장은 16일 교황께 순교자 칼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상을 선물했다. 이 조각상에는 복자 황일광(시몬)의 신앙고백인 ‘내가 천민임에도 차별하지 않고 사랑으로 대해주시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글이 이탈리아어로 새겨져 있다. 강희덕(가롤로) 교수도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성 요한 23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웃는 얼굴을 형상화한 청동 작품을 선물했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15일 배 그림과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노란 리본, 세월호 십자가를 받았다.

장애인들 선물도 빼놓을 수 없다. 16일 꽃동네 희망의 집을 찾은 교황은 장애인들로부터 자수로 짠 초상화를 받았다. 뇌성마비로 평생 두 손을 쓰지 못하는 김인자(체칠리아, 74)씨가 발가락으로 접은 학과 거북이를 선물해 교황과 수행단 일행을 감동케 했다.

꽃동네 수도자들은 자신이 제작한 음반 「복음의 기쁨」을, 아시아 청년들은 티셔츠와 수건 등을 선물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자신의 아픔을 표현한 고 김순덕 할머니 작품 ‘못다 핀 꽃’ 그림을 교황에게 전했고, 김복동(89) 할머니는 ‘희망 나비’ 배지를 선물했다.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씨는 자신의 음반 「온리 바흐」를 선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교황께 ‘화목문 자수 보자기’를 선물했고, 교황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프란치스코 교황 가면을 쓴 동영상을 제작해 화제를 모은 최종수(전주교구 진안본당 부귀공소) 신부는 18일 아침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자신의 저서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와 음반 「어느 신부의 사랑 고백」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의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영상 주인공 최종수 신부에게 자신의 ‘얼굴’을 선물했다. 교황은 최 신부에게 “신부님은 책과 CD를 선물하고 나는 내 얼굴을 선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14일 한국 주교단에게 ‘팔리움 벽감의 그리스도상’을 선물했다. 이는 성 베드로 대성전 교황 제대 밑 베드로 성인 무덤의 벽감(壁龕, 조각 등을 안치하는 벽의 움푹 들어간 곳)의 그리스도 모자이크 상을 본뜬 작품이다.

또 17일에는 자신에게 세례받은 이호진(프란치스코)씨에게 교황 묵주와 성경, 양초 등을 선물했다.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로마대지도 동판화’를 선물했다. 로마대지도는 로마 지도를 구리에 새겨 인쇄한 것으로, 전 세계에 300장만 있는 한정판이다. 교황은 이외에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묵주를 선물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선물은 한국을 찾아온 것 그 자체이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의 손을 아낌없이 잡아준 따뜻한 그리스도의 온기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오세택ㆍ이힘ㆍ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