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주교(대전교구 총대리,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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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한국을 찾을까? 그 주된 방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에 있다. 함께 열릴 한국청년대회(KYD) 참가자 4000명을 합쳐도 총 참가자가 6000명밖에 되지 않는 아시아청년대회(AYD)에 교황이 참석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
그 뿌리에는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도 복음화율 3.2%에 그치는 ‘아시아의 문들을 그리스도께 활짝 열도록’(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고 「아시아교회」10항) 하기 위한 교황의 의지가 담겨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 3년간 AYD를 준비해온 대전교구 총대리이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운영위원장인 김종수 주교를 만나 교황의 교구 방문의 의미와 배경, 준비 상황, 기도운동,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들었다.
우선 김 주교는 “청년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해방 이후 70년간 우리 시야에 아시아가 없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자성의 목소리부터 냈다. “아시아 각국에서 참가하는 청년들 비자 발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조차도 굉장히 힘들었다”며 “한국 사회는 물론 한국교회도 발전 모델로서 유럽이나 미국 같은 발전된 나라들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황은 달랐다.
“교황님께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저희도 발표 내용에 깜짝 놀랐어요. 일반적으로 교황님이 직접 참석하시기에는 아주 작은 규모의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왜 교황님께서 대회에 참석하기로 하셨는지 알지 못하지만, ‘아시아’와 ‘청년’이라는 두 주제에 대한 교황님의 깊은 관심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시아청년대회 개최 배경과 관련, 김 주교는 “2009년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본부에서 차기 아시아청년대회 개최를 우리나라에 제안하고, 한국 주교회의에서 이를 받아들여 대전교구가 개최해 달라고 요청해옴에 따라 성사됐던 것”이라며 “저희 교구에선 교구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순교 성지를 배경으로 대회를 여는 게 가장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FABC 책임자들 또한 기쁘게 동의해 솔뫼와 해미에서 대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장별로, 시간대별로 대회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대회를 준비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주교는 “교황님이 저희 교구를 찾아주신다는 사실, 그분을 가까이에서 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자들과 함께 사제, 수도자들이 모두 감사와 큰 기대를 갖고 준비해왔다”며 “교황님을 잘 맞을 준비를 하려면 앞으로도 석 달을 더 준비해도 모자라지만 우리 교황님이시니까, 또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시는 분이니까 결례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성껏 준비하고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건 교황님 방문 일정에 따른 세부사항 점검, 교통편 및 음식 준비, 정부와의 경호문제 점검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주교는 “교황님의 방문은 국빈방문이기도 하지만 ‘목자가 양을 만나러 오는’ 사목방문이시기에 교황님의 행보를 일반 국가원수 경호와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교황님이 목자로서 자연스럽게 신자들을 만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밝혔다.
교황과 아시아 청년들의 만남에 대해 김 주교는 세 가지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로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집전 뒤 대전 가톨릭대에서 AYD에 참가한 각국 대표자 20명과 만나고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두 번째로 같은 날 오후 솔뫼성지로 이동해 6000명의 청년들을 만나고, 끝으로 8월 17일 해미성지에서 AYD 폐막미사를 집전하면서 만난다.
김 주교는 특히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은 교황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그 만남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는 않다”며 “가까이에서 교황님을 뵙고 말씀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특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일 교황님께서 아시아 청년들에게 주실 메시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하고 “또 교황님께서 가톨릭 신자들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잔잔한 위로와 격려, 희망이 되는 말씀을 남겨주시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주교는 또 교황의 가르침과 정신이 교구에 복음적으로 뿌리를 내리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최근 교구 사제단에 편지를 보내 △모든 목자들이 모든 양, 곧 냉담교우들을 찾아 나서도록 요청하고 △모든 외짝교우들이 성가정을 이루는 데 본당이 함께하도록 독려하고 영세 준비를 하도록 했으며 △청년 사목을 연구하는 특별한 센터를 마련하는 구상과 함께 일년에 한두 번은 꼭 주교님이 직접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끝으로 “교황님의 방한이 우리가 생각하고 노력해온 교회 쇄신에 아주 큰 영적 활력을 주는 선물을 받는 계기가 되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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