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현장 돋보기] 바티칸의 취재 원칙

[현장 돋보기] 바티칸의 취재 원칙
 
신익준 니콜라오(평화방송 보도국 기자)
 



“교황님을 직접 보려고 여기까지 오신 분들에게 LED 화면만 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티칸 공보실 마테오 브루니 공보담당관은 단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의 전례ㆍ공보 담당자들이 지난 7~11일 한국에서 세부 일정을 최종 점검하고 돌아갔다. 실사단에는 로마에서부터 교황을 동행 취재할 바티칸수행기자단(VAMP)을 이끌 브루니 담당관도 포함됐다. 교황이 참석하는 각 행사장의 취재구역 설정과 취재동선 등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다.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가 거행될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브루니 담당관은 ‘제대 앞 17m 전방에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을 위한 취재구역(프레스 존)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우리 측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는 “프레스 존 단상의 높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지상에서 1.2m 높이에 설치된다’는 답변에 “그러면 프레스 존 뒤에 자리 잡은 신자들은 교황님을 볼 수 없지 않으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방준위 관계자가 “프레스 존 뒤편에 LED 전광판을 설치해 생중계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브루니 담당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은 신자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오려는 이유는 교황님을 직접 보기 위해서입니다. LED 화면을 보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교황님은 한국과 아시아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오시는데 카메라가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바티칸의 두 가지 취재원칙을 강조했다. 첫째는 엄숙한 전례에 방해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황이나 교황을 만나는 사람들이 취재진 때문에 불편을 느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모든 행사장에서 프레스존은 맨 뒤로 밀려나거나 중앙 단상에서 좌우 45도 측면에 설치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며 대통령선거 등 선거 취재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과연 한국의 정치인들이 거리에서 만나고자 하는 대상은 국민일까? 언론사 카메라일까?